[사진=만약 호비뉴가 백의종군의 자세로 맨시티 잔류 의지를 나타냈다면 맨유전에 출전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호비뉴는 없었고 맨시티는 플레이메이커 부재에 시달리며 맨유전에서 패하고 칼링컵에서 탈락했습니다. (C) 티스토리 PicApp]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는 지난달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을 영입하면서 전력이 급상승하여 프리미어리그 빅4 진입과 컵 대회 우승의 탄력을 얻었습니다. 특히 지난 20일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의 칼링컵 4강 1차전에서 2-1로 승리하면서 화려한 비상의 가능성을 알렸습니다. 만약 맨시티가 4강 2차전에서도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고 결승에서 우승컵을 따냈다면 본격적인 '맨시티 시대'가 도래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맨유와의 4강 2차전에서는 그동안의 오름세를 느낄 수 없었습니다. 경기 초반부터 미드필더진이 맨유와의 중원 싸움에서 밀리더니 후반전에 3골을 허용했고 인저리 타임에는 웨인 루니에게 골을 내주면서 합계 스코어 3-4로 4강에서 탈락했습니다. 맨유의 공격 기세를 끊기 위한 비책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수비 조직력도 불안했습니다. 크레이그 벨라미와 숀 라이트-필립스도 이날 경기에서 만큼은 맨시티 공격의 활력소 역할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맨시티의 맨유전 패배는 만치니 감독의 승부사 기질이 의심되는 대목입니다. 만치니 감독은 전 소속팀인 인터 밀란의 세리에A 3연패를 이끌었지만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2004/05시즌 4강 진출 이외에는 이렇다할 실적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지난 2008년 여름 인터 밀란에서 '세리에A 3연패를 이끌었음에도' 경질 된 원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특히 토너먼트 단기전에서 다음 라운드 진출을 결징지을 임펙트, 즉 승부사 기질이 떨어졌던 것이 인터 밀란 시절의 단점 이었습니다. 그 여파가 맨유전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만치니 감독의 4강 2차전 전술은 알렉스 퍼거슨 감독에게 완전히 읽혔습니다. 1차전과 같은 선발 라인업을 편성하여 사발레타-배리-데 용을 중원에 세우고 벨라미와 라이트-필립스가 좌우 윙어를 맡아 카를로스 테베즈가 마무리를 짓는 전술이었으나 문제는 미드필더 였습니다. 배리-데 용은 지난 16일 에버튼전에서 상대의 전방 압박에 고전하는 기색이 역력했는데 그 약점을 퍼거슨 감독이 간파했죠.
그래서 맨유는 4강 1차전에서 맨시티 미드필더진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고 2차전에서도 공격보다 압박 위주의 안정적인 경기를 펼쳤습니다. 맨시티 미드필더진에서 3톱으로 향하는 공격 길목을 차단하기 위해 캐릭-플래처가 좌우 공간을 벌려 풀백과 협력수비에 임하고 스콜스가 중앙에서 구심점 역할을 맡았습니다. 1차전에서 벨라미의 왼쪽 드리블 돌파를 봉쇄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에 2차전에서는 측면 압박에 주력했던 것이죠. 결국, 맨시티는 벨라미와 라이트-필립스를 통한 공격 전개가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후반 31분 테베즈 골 상황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무기력하게 보냈습니다.
맨시티 미드필더진의 문제점은 어느 누구도 공격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는 플레이메이커가 없었습니다. 사발레타-배리-데 용은 페너트레이션을 유도하거나 직접 골문으로 침투하여 골을 넣는 과감한 공격 동작을 취하는 선수들이 아닙니다. 사발레타는 풀백 자원이고 배리는 박스 투 박스, 데 용은 홀딩맨입니다. 그래서 맨시티의 페너트레이션이 측면쪽에 쏠릴 수 밖에 없었고 벨라미와 라이트-필립스가 맨유의 협력 수비에 봉쇄당하면서 공격 의지가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이러한 단점이 후반전에도 재차 반복되더니 수비 밸런스가 붕괴되어 3실점을 허용 당했습니다.
문제는 맨유에게 밀린 흐름을 바꾸기 위한 만치니 감독의 전술이 적절치 못했습니다. 후반 19분 하비에르 가리도를 빼고 스티븐 아일랜드를 교체 투입시켜 사발레타를 왼쪽 풀백으로 내렸는데, 아일랜드를 공격 연결고리로 삼았던 만치니 감독의 판단이 틀렸습니다. 아일랜드는 올 시즌 초반부터 배리-데 용과 역할이 중복되면서 폼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고 부상까지 거듭하며 경기력이 완전치 않았습니다. 아일랜드보다 '최근 출전 기회가 많아진' 마르틴 페트로프를 중앙쪽에 기용하여 페너트레이션을 유도했다면 맨유의 미드필더 중앙을 간파했을지 모를 일입니다.
만약 맨시티에 파브레가스-램퍼드-제라드 같은 공격 전개 능력이 뛰어난 플레이메이커를 보유했다면 맨유의 중앙을 파고들어 활발한 골 기회를 얻었을 것입니다. 맨유 미드필더들의 압박이 측면쪽에 비중을 두었기 때문에 그 특징을 노려 중앙을 통한 공격을 노리고 테베즈와 연계 플레이를 했다면 맨유전에서 이겼을 가능성이 큽니다. 맨유가 측면 압박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중앙이 약점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맨시티의 스쿼드에서는 파브레가스 같은 플레이메이커가 없었고 미드필더 중앙에서 공격진 한 가운데로 공격을 전개하는 모습이 좀처럼 위력이 없었습니다.
여기서 플레이메이커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만치니 감독이 인터 밀란 시절에 플레이메이커를 통한 공격 전술로 많은 재미를 봤기 때문입니다. 만치니 감독은 4-3-1-2 포메이션을 선호했으며 데얀 스탄코비치를 플레이메이커로 활용해 효과적인 공격 루트를 개척했습니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 4-3-1-2를 쓰기에는 모험에 가까웠고(첼시도 최근에는 4-3-3으로 전환한 상황) 맨시티 스쿼드에서는 플레이메이커 기질의 선수가 없었습니다.
이 대목에서 호비뉴의 결장이 아쉽습니다. 만치니 감독의 전술 능력을 최대화 시킬 수 있는 존재가 바로 호비뉴이기 때문이죠.
호비뉴는 감각적인 움직임과 빠른 공격 전개, 상대의 허를 찌르는 패싱력과 과감한 문전 침투에 이은 정확한 슈팅으로 다득점을 할 수 있는 공격 자원입니다. 그동안 맨시티에서는 왼쪽 측면에서 맡은 모습을 드러냈지만 친정팀 레알 마드리드에서는 쉐도우 스트라이커로서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던 경험이 있습니다. 최근에 산토스 이적 선언을 하기 직전까지는 중앙에서의 감각적인 공격 전개로 동료 선수의 골을 엮어내는 장면이 있었을 만큼, 만치니 체제의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재기에 성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호비뉴는 지난달 말에 만치니 감독으로부터 불성실한 태도를 지적 받았고 벤치 신세로 전락하면서 맨시티에서의 입지가 약화 되었습니다. 그래서 산토스 이적을 원했고 맨유전 18인 엔트리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만약 호비뉴가 백의종군의 자세로 맨시티 잔류 의사를 표시했다면, 맨유전에서 경기의 흐름을 바꿀 조커로 출전해 제 몫을 다했을 것이며 경기 결과는 어떻게 끝났을지 모를 일입니다. 결국 맨시티는 플레이메이커 부재에 시달리며 맨유전에서 패하고 말았습니다. 호비뉴의 존재감이 아쉬웠고 플레이메이커가 없는 아킬레스건에 발목이 잡히고 말았습니다.
By. 효리사랑 (트위터 : bluesocc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