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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 2경기 10골 아스날 꽁꽁 묶을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게 있어 아스날전은 중요한 경기입니다. 시즌 초반 선두권 싸움에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강팀과의 경기에서 이기는 것 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리그 3경기에서 2승1패의 성적을 기록했으나 지난 19일 번리전에서 0-1로 패했던 맨유로서는 아스날전 승리가 필요합니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아스날의 최근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입니다. 아스날은 올 시즌 대형 선수 영입 실패 및 중원 불안, 맨시티-토트넘의 성장세로 인해 빅4에서 밀릴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16일 에버튼전과 22일 포츠머스전에서 무려 10골을 넣으며 가공할만한 공격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1~2차전에서 아스날을 두 번이나 격침했던 맨유의 승리를 섣불리 장담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맨유의 이번 아스날전 승리 해법은, 리그 2경기에서 10골 넣은 아스날의 화력을 얼마만큼 봉쇄하느냐에 따라 달렸습니다.

아스날의 막강화력? 맨유는 비디치-스콜스가 있다!

아스날이 10골 넣은 원인은 4-3-3 정착이 빠르게 성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팀의 고질적 약점이었던 중원 불안 때문에 실패할 것으로 보였지만 지금까지의 리그 2경기에서는 이러한 부정적 견해를 뒤엎었습니다. '아르샤빈-판 페르시-에두아르도(벤트너)' 스리톱 조합이 미드필더들과 유기적인 공격을 활발히 전개했고, 그 과정에서 상대 수비진을 허물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골을 노렸던 것이 다득점의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리그 2경기에서 골을 넣은 선수가 8명임을 상기하면, 다양한 공격 루트를 통해 골을 넣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득점의 근원에는 미드필더진에 있었습니다. '캡틴'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팀의 공격 균형을 맞췄고 지금까지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했던 데니우손-디아비-송 빌롱이 공격적인 경기 운영에 강점이 두드러지면서 2경기 10골의 결과가 빚어졌습니다.

특히 데니우손-디아비-송 빌롱의 패싱력은 그야말로 경이적입니다. 데니우손은 지난 두 경기에서 동료 미드필더들보다 더 많은 패스 시도와 성공률을 기록했고(에버튼전 45개 시도 44개 성공 -97.8%- 포츠머스전 78개 시도 77개 성공 -98.7%-) 송과 디아비는 에버튼전과 포츠머스전에서 각각 93%(43개 시도 40개 성공) 98.4%(63개 시도 62개 성공)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습니다. 세 선수는 경기 장악과 압박 능력에 약한 단점을 정교한 패싱력으로 커버하며 아스날의 공격 축구를 이끌었습니다. 지난 시즌 중원이 최대 취약점이었던 아스날이 얼마만큼 변화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물론 아스날과 상대했던 에버튼과 포츠머스의 전력이 불안정하다는 것도 참고해야 할 부분입니다. 에버튼은 아스날에 6실점 대패를 했을 당시, 센터백인 졸리언 레스콧이 이적 문제를 놓고 구단과 미묘한 대립이 있던것이 팀 전력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포츠머스는 지난 시즌 리그 최다 실점 3위(57실점)를 기록했기 때문에 실점 불안에 시달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스날의 2경기 10골 고공행진이 일시적인 현상인지 아닌지는 맨유전을 통해 모든 전력이 드러날 전망입니다.

맨유는 아스날과 올드 트래포드에서 맞붙은 최근 4경기에서 단 1골만 내주면서 3승1무의 성적을 올렸습니다. 최근 2경기에서는 무실점을 기록하는 빈틈없는 철벽 수비를 과시했습니다. 지난날의 아스날과 지금의 아스날은 전력적인 차이가 있지만, 올드 트래포드에서 골을 허용하는 경우가 적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맨유에게 힘이 되는 부분입니다. 맨유는 에버튼, 포츠머스와 달리 수비가 강하고 미드필더들의 압박 능력과 투톱 공격수의 수비 가담이 적극적인 팀이기 때문에 아스날의 다득점 공세를 이겨낼 수 있는 역량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네마냐 비디치의 부상 복귀가 반갑습니다. 비디치는 지난 22일 위건전에서 복귀전을 가지며 팀의 5-0 완승의 밑거름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위건의 역습을 적시적소에 차단하고 상대 공격수를 철저히 마크했던 것이 팀의 수비력이 단단해진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자신의 파트너인 조니 에반스와 철벽 호흡을 자랑하며 밸런스를 두껍게 유지했던 것이 무실점 승리의 발판이 됐습니다. 공격 전개에서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앞 공간으로 띄운 25개의 패스 중에 24개가 정확하게 향했을 정도로 수비진에서 미드필더진으로 연결되는 패스가 매끄러웠습니다. 이것이 맨유 5-0 승리의 발판이 됐습니다.

이러한 비디치의 맹활약은 맨유의 아스날전 전망을 밝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비디치가 아스날의 원톱인 로빈 판 페르시를 꽁꽁 묶으면 아르샤빈-파브레가스-에두아르도에서 판 페르시로 연결되는 공격이 번번이 차단되고, 에반스가 비디치의 옆 공간에 포진하면 상대 공격 옵션의 문전 침투를 막을 수 있는 연쇄 작용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좌우 풀백의 수비력도 충분히 뒷받침 해야 합니다. 맨유가 지난해 11월 8일 아스날 원정에서 1-2로 패한 원인은 오른쪽 풀백 게리 네빌이 사미르 나스리의 침투를 봉쇄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아스날전에 나설 에브라-오셰이가 뒷 공간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맨유가 지난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1~2차전에서 아스날을 꺾었던 배경에는 '중원의 승리'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대런 플래처를 중심으로 하는 4-3-3 체제의 맨유 중앙 미드필더들이 아스날의 중원을 장악하고 경기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면서 공수 양면에 걸친 우세를 점했기 때문이죠. 데니우손-디아비-송 빌롱의 가공할만한 패싱력을 차단하려면 중원 장악이 필수입니다. 올 시즌에는 4-4-2만을 쓰기 때문에 지난 시즌과 다른 경기 양상이 벌어질 수 있고, 오언 하그리브스라는 걸출한 홀딩맨도 없지만, 폴 스콜스의 노련한 경기 조율 능력에 기대를 걸어볼만 합니다.

스콜스는 4-3-3보다는 4-4-2에서 자신만의 강점을 발휘하는 앵커맨입니다. 패스를 자유자재로 연결하면서도 상대 공격 길목에 미리 포진해 문전 침투를 끊는 역할에 능합니다. 때로는 거친 태클 때문에 주심으로부터 카드를 받을 수 있는 장면이 여럿 있었지만 공격과 수비 능력이 모두 뛰어난 미드필더임엔 틀림 없습니다. 특히 16일 버밍엄 시티전과 22일 위건전에서는 수비 공간을 무난하게 점유하면서 상대 중앙 공격이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했고 그 결과는 자신의 노련한 경기 조울 능력이 빛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아스날전에서는 캐릭이 선발 출전할 가능성이 큽니다. 캐릭은 지난 22일 위건전에서 박지성과 함께 18인 엔트리에 제외되어 컨디션을 조절했기 때문에 아스날전 선발 출전이 일찌감치 예고 되었습니다. 캐릭은 스콜스와 호흡이 잘 맞는 선수이기 때문에 중원에서의 어느 역할에서든 자신의 임무를 묵묵히 소화할 수 있는 역량이 충만합니다. 측면 미드필더로 활약할 박지성-발렌시아는 적극적인 수비를 앞세워 상대 공격을 끊어내는 성향이기 때문에 중원과 포백의 수비 부담을 덜어내는 장점을 가져다 줄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맨유가 아스날의 거침없는 화력쇼를 저지하며 승리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지구촌 축구팬들의 관심과 시선은 올드 트래포드로 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