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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EPL 1위' 첼시, 무리뉴 그늘에서 벗어났다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이끄는 첼시의 오름세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첼시는 지난 29일 번리전 3-0 완승으로 프리미어리그 4경기에서 4승을 기록해 토트넘과의 골득실에서 우세를 점하고(첼시 +8, 토트넘 +7) 리그 1위로 뛰어 올랐습니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의 유력한 우승 후보답게 시즌 초반부터 이름값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첼시의 1위 원동력은 드록바-아넬카 투톱의 환상적인 호흡, 중앙 미드필더들의 분전과 데쿠의 부활 성공, 4경기에서 2골만 허용한 수비라인과 골키퍼 페트르 체흐의 분전을 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3가지 효과는 첼시의 새 사령탑인 안첼로티 감독이 구사하는 다이아몬드 4-4-2 전술에서 빚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안첼로티 감독의 전술 능력이 선수들의 분전으로 이어져 첼시의 리그 선두를 이끈 것입니다.

다이아몬드 전술은 첼시의 올 시즌 성공 여부를 좌우할 키워드 입니다. 안첼로티 감독은 미드필더진을 다이아몬드 형태로 포진하는 4-4-2 포메이션을 첼시에 적용중 입니다. 다이아몬드는 지난 2001년 부터 AC밀란 사령탑을 맡아 팀의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두 번으로 이어졌고 이제는 첼시의 전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유리 지르코프를 제외하면 즉시 전력으로 쓸 수 있는 선수를 영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이아몬드의 중요성이 컸습니다.

안첼로티 감독의 목표는 첼시의 프리미어리그와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끄는 것입니다. 조세 무리뉴 감독(현 인터 밀란) 시절 많은 우승컵을 들어올렸던 첼시는 안첼로티 감독의 다이아몬드를 주무기로 삼아 2000년대 중반 영광의 재현을 원했습니다. 그 결과는 커뮤니티 실드(맨유전) 우승 및 리그 4전 4승으로 이어져 다이아몬드 정착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음을 알렸습니다. '무리뉴 그늘'에서 벗어나 '안첼로티 효과'를 앞세워 팀 전력의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진 것입니다.

물론 안첼로티 감독과 무리뉴 감독 시절 사이에는 그랜트-스콜라리-히딩크 체제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무리뉴 체제 이후에 첼시 지휘봉을 잡은 세 명의 감독은 전술 변화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습니다. 그랜트 감독은 무리뉴 감독의 전술을 그대로 활용했고 스콜라리 감독은 4-1-4-1 포메이션을 구사했으나 결과는 자신의 조기 경질과 함께 실패작으로 끝았습니다. 그나마 히딩크 감독이 드록바-아넬카 공존 성공, 상대팀 전력에 따른 전술 변화로 짭짤한 이득을 얻었지만 부임 초기에 구사했던 4-3-1-2가 공수 밸런스 불균형으로 4-3-3으로 바꾼 것은 옥의 티 였습니다. 4-3-3은 무리뉴 감독이 첼시에서 주로 쓰던 포메이션 이었기 때문에 무리뉴 그늘에서 벗어났다고 보기에는 어려웠습니다.

이에 비해 안첼로티 감독은 자신이 선호하는 다이아몬드를 그대로 밀고 나갔습니다. 다이아몬드는 유럽에서 강력한 압박 능력을 자랑하고 공간 싸움이 치열한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하기 어려운 전술로 꼽혔습니다. 스콜라리 감독의 4-1-4-1 포메이션 실패와 똑같은 행보를 걸을 것이라는 여론의 반응이 설득력을 얻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다이아몬드는 시간을 거듭할수록 유기적인 모습을 보이며 안첼로티 감독 전술의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여론의 부정적 견해는 그저 우려였을 뿐입니다.

안첼로티 감독은 다이아몬드가 첼시 선수들의 특성을 끌어올리기 쉬운 전술이 될 것이라 믿었습니다. 4-1-4-1 포메이션에 선수를 끼워 맞춰 램퍼드-발라크-데쿠의 공존에 실패했던 스콜라리 감독과는 다른 생각을 가졌습니다. 안첼로티 감독의 선택은 그대로 적중했습니다. 걸출한 윙어들이 부족하고 중앙 성향의 미드필더들이 즐비한 첼시의 선수층에서는 4-3-3보다는 '윙어 없는' 다이아몬드가 더 어울렸던 것입니다. 히딩크 체제에서는 아넬카를 오른쪽 윙 포워드로 써야하는 한계가 있었지만 안첼로티 체제에서는 드록바-아넬카 투톱의 콤비플레이가 만개의 꽃을 피웠습니다. 그 효과는 리그 성적 1위로 이어졌습니다.

그동안 무리뉴-그랜트-히딩크 감독의 4-3-3에 익숙했던 첼시 선수들은 이제는 다이아몬드라는 새로운 옷을 갈아입으며 이전과 다른 스타일을 발휘했습니다. 특히 무리뉴 감독 시절의 첼시는 강력한 수비 조직력을 앞세워 쉽게 지지 않는 팀 컬러를 자랑했습니다. 2004-05시즌 38경기에서 11실점을 기록할 정도로 수비 중심의 경기를 펼쳤고 그 짜임새가 매우 견고하고 단단했습니다. 슈팅 숫자와 볼 점유율에서 상대팀에 밀리더라도 스코어에서는 늘 앞섰던 것이 무리뉴 체제의 모습이었습니다. 좌우 윙 포워드를 앞세워 빠른 역습 전개를 펼치는 공격 형태는 그랜트-히딩크 체제에서의 주 공격 전술이었습니다.

하지만 안첼로티 감독은 다이아몬드 정착 성공을 위해 공격적인 축구를 펼쳤습니다. 맨유와의 커뮤니티 실드를 포함한 올 시즌 5경기 슈팅 숫자, 볼 점유율에서 상대팀에 우세를 점했고 그 효과는 90분 동안 경기를 주도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무리뉴-그랜트-히딩크 체제에서 자기 자리를 지키며 수비적인 임무가 많았던 좌우 풀백들은 안첼로티 감독 체제에서 공격 지향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애슐리 콜-보싱와의 오버래핑이 잦아진 것, 그리고 애슐리 콜이 29일 번리전에서 넣은 골 과정이 그 예죠.

안첼로티 감독의 첼시와 무리뉴 감독의 첼시는 엄연히 스타일이 다른 팀 입니다. 첼시가 안첼로티 감독을 영입한 것은 프리미어리그와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목적과 더불어 무리뉴 감독 시절의 전술에서 완전히 탈피하기 위한 의도로 볼 수 있습니다. 그 흐름은 시즌 초반부터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선수들은 안첼로티 감독의 다이아몬드에 빠르게 적응하여 새로운 전술의 위험 요소를 줄이고 있습니다.

이제 다이아몬드 전술을 매 경기마다 효과적으로 운용하여 선수들의 적응도를 더 높이면 안첼로티 효과를 앞세운 첼시는 비약적인 행보를 걸을 것임이 분명합니다. 무리뉴 그늘에서 벗어난 첼시의 앞날이 심상치 않은 이유입니다. 유럽 무대와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화려하게 빛났던 안첼로티 감독의 전술이 이제는 프리미어리그까지 정복할 조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