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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 나니, 호날두처럼 성공 못한다

 

"나니는 앞으로 맨유에서의 미래가 밝다. 굉장한 잠재력을 지녔으며 나는 그를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감독은 지난 2007년 10월 11일 맨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루이스 나니(23)가 맨유에서 성공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나니는 그해 여름 1400만 파운드(약 284억원)의 거액 이적료로 스포르팅 리스본에서 맨유로 이적했습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똑같은 포르투갈 국적에 스포르팅 리스본 출신, 윙어라는 공통점이 있는데다 공격 포인트를 노리는 이기적인 스타일도 흡사합니다. 그래서 나니는 '포스트 호날두'로 꼽히며 맨유의 주축 선수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하지만 나니는 자신의 미래가 밝을것이라던 퍼거슨 감독의 기대와는 달리 실망스런 행보를 보였습니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13경기 출전(7경기 선발 출전)에 그쳐 박지성과의 주전 경쟁에서 밀린데다 경기력의 기복이 심해지면서 퍼거슨 감독으로부터 꾸준함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1월 조란 토시치 맨유 이적 이후 줄곧 방출설과 이적설에 시달리며 팀 내에서의 입지가 약화 됐습니다. 지난 시즌까지의 나니는 철저한 '미완의 대기'였을 뿐입니다.

그러던 나니가 올 시즌 최고의 기회를 맞이했습니다. 호날두가 여름 이적시장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면서 팀 내 입지가 부쩍 상승하더니, 이제는 선발 출전 기회가 늘어나자 호날두 이적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게 됐습니다. 지난 9일 첼시와의 커뮤니티 실드에서 경기 시작 10분만에 왼발 중거리슛으로 선제골을 넣으며 퍼거슨 감독으로부터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고 22일 위건전에서는 1골 1도움을 올렸습니다. 퍼거슨 감독이 원하는 '골 넣는 윙어'의 조건을 충족시키고 있는 중입니다.

물론 나니의 경기 내용은 여전히 불안합니다. 무리한 드리블 돌파와 지나친 공 끌기, 볼 키핑력 부족, 소극적인 움직임을 일관하며 자신의 경기 스타일에 변화를 주지 못했습니다. 이번 아스날전에서도 그랬습니다. 컨디션이 안좋은 박지성을 대신하여 선발 출전했으나 패스 성공률이 66.7%(27개 시도 18개 성공)에 불과했고 공간을 활발히 휘젓는 움직임보다 자기 공간에서 크로스 띄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며 팀 공격력에 어떠한 힘을 실어주지 못했습니다. 지난 시즌의 경기력과 달라진게 없습니다.

그럼에도 나니의 팀 내 비중이 높아진 이유는 퍼거슨 감독이 자신의 공격 포인트 능력을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퍼거슨 감독은 지난달 31일 잉글랜드 일간지 <가디언>을 통해 자신을 비롯 박지성-발렌시아-마케다-웰백이 40골을 넣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호날두 이적으로 팀 내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던 에이스가 빠진데다 그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새로운 미들라이커 영입에 실패했습니다. 박지성-발렌시아는 골이 부족하고 마케다-웰백은 좀 더 성장해야 하기 때문에 나니가 많은 공격 포인트를 올리기를 원했던 겁니다.

나니는 강팀과 약팀 경기를 가리지 않고 골을 넣을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지난해 3월 21일 리버풀전, 지난 9일 첼시전에서 상대 골망을 흔들만큼 언제든지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입니다. 어시스트도 마찬가지 입니다. 프리킥과 코너킥, 크로스가 날카로운데다 상대 문전에서 동료 선수에게 골과 밀접한 패스를 연결하는 능력이 특출합니다. 문제는 경기 내용에 기복이 심하다보니 항상 일정한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나니의 문제는 꾸준함 부족이었던 겁니다.

그러던 나니가 올 시즌 선발 출전 횟수가 잦아지고 있습니다. 이기적-이타적 성향의 윙어를 좌우 측면에 골고루 배치하여 공격에 균형을 맞추겠다는 것이 퍼거슨 감독의 계획이기 때문에 이기적인 조건에 부합되고 있는 것이죠. 지난 시즌 같으면 오른쪽에 호날두가 포진하면서 왼쪽에 자신이 아닌 박지성이 선발로 투입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올 시즌에는 다른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오른쪽 출전 비중이 커진 박지성과의 경쟁에서 자유로워진데다 지난 20일 번리전에서 왼쪽 윙어로 선발 출전했던 안데르손의 부진으로 팀 내 입지가 탄탄해지는 모양새입니다.

맨유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호날두 대체자를 영입하지 않은 채 선수 영입을 조기 종료 했습니다. 이적시장에서 영입하려던 선수들의 몸값이 비싸진 것이 그 원인이나,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면 기존 선수의 기량과 잠재력을 믿겠다는 뜻을 의미하며 그 선수가 바로 나니였습니다. 나니도 호날두처럼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에 섰기 때문입니다. 나니가 호날두처럼 많은 공격 포인트를 쌓으려면 꾸준한 출전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제는 그를 밀어주게 됐습니다. 많은 경기 출전을 통해 경기에서 잘할 수 있는 자신감을 키우겠다는 것이 퍼거슨 감독의 의중이죠.

나니는 언젠가 호날두처럼 많은 공격 포인트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금은 '나니=미완의 대기'라는 외부의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믿기 힘든 장면일 수 있겠지만,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미완의 대기에 그쳤던 호날두가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리라 예견한 사람도 적었습니다. 이미 선수 영입 종료를 선언한 맨유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4연패에 박차를 가하려면, 루니에 치우치지 않는 공격력을 펼치려면 나니의 공격 포인트 능력이 절실합니다. 그것은 퍼거슨 감독이 원하는 시나리오 입니다.

하지만 나니는 호날두처럼 성공하지 못할 것입니다. 호날두는 출중한 공격 포인트 능력을 자랑하는데다 최전방과 측면을 부지런히 오가는 부지런한 움직임을 앞세워 적시적소의 공간에서 동료 선수들에게 감각적인 패스를 열어줬습니다. 자신의 현란한 드리블 돌파는 맨유 역습 공격의 근간이 될 정도로 팀의 경기 내용에 있어 영향력이 컸습니다. 팀 공격을 좌지우지하는 호날두의 파괴적인 본능은 나니에게 없는 능력입니다. 이것이 나니와 호날두의 차이입니다.

나니는 앞으로도 경기 내용보다는 공격 포인트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이며 꾸준한 경기 출전 기회를 얻을 것입니다. 물론 그것은 퍼거슨 감독이 원하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경기 내용에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면 자신의 전반적인 경기력에 불안 요소를 계속 끌고가야 하는 리스크가 있습니다. 이것은 맨유 공격에 마이너스가 되는 부분입니다. 나니는 호날두를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는 소유자가 아닌 것입니다. 나니를 맨유 공격의 주축으로 키우려는 퍼거슨 감독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