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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지성-나니-발렌시아, 퍼거슨 선택은?

 

오는 30일 오전 1시 15분(이하 한국시간) 올드 드래포드에서 열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아스날의 라이벌전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초반을 뜨겁게 달굴 빅 매치입니다. 두 팀은 오래전부터 프리미어리그의 양대 산맥 관계를 형성 했습니다. 그동안 리그 타이틀을 놓고 거의 매 시즌마다 자존심 대결을 벌였으며 그동안 크고 작은 대립을 벌였기 때문에 지구촌 축구팬들의 관심이 고조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올 시즌에도 마찬가지 입니다. 맨유와 아스날이 리그 초반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반드시 '적'을 이겨야만 합니다.

그 중에서도 국내팬들의 관심을 모으는 것이 맨유의 측면입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이적 공백이 불가피한 가운데 과연 어떤 선수가 좌우 윙어로 출전할지 축구팬들의 이목을 끌어 당깁니다. 특히 '산소탱크' 박지성의 선발 여부는 축구팬들의 주된 관심 사항입니다. 측면은 맨유와 아스날이 서로 치열한 공방전을 펼칠 전략 요충지입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맨유의 측면 공격에 물꼬를 틀 카드로 어떤 카드를 선택할지 주목됩니다.

맨유, 아스날전 좌우 윙어 누구?

맨유의 미드필더진은 올 시즌 커뮤니티 실드와 리그 3경기에서 각기 다른 조합을 꺼내들었습니다. 나니-캐릭-플래처-박지성(9일 첼시전) 나니-스콜스-플래처-발렌시아(16일 버밍엄 시티전) 안데르손-긱스-캐릭-박지성(19일 번리전) 나니-플래처-스콜스-발렌시아(22일 위건전)로 짜인 선발 미드필더진을 구성했습니다. 미드필더 어느 누구도 붙박이 주전이 없음을, 퍼거슨 감독이 활동량과 체력 소모량이 많은 미드필더진에 스쿼드 로테이션 시스템에 박차를 가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아스날전도 마찬가지 입니다. 퍼거슨 감독은 아스날전 한 경기에만 심혈을 기울이는 선발 엔트리 구성 보다는 다음 경기 및 9월 일정을 위한 미드필더들의 체력 안배를 위해 로테이션 시스템을 꺼내들 것입니다. 중앙 미드필더인 '긱스-스콜스-캐릭-플래처'는 강팀과 약팀을 가리지 않고 서로 경기를 번갈아 출전하기 때문에 붙박이 주전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측면입니다. 호날두가 빠지고 발렌시아가 들어오면서 윙어들의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스날전은 누가 경쟁 구도에서 우위에 점하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특히 박지성이라는 카드가 매력적입니다. 지난해 11월 8일과 지난 5월 6일 아스날전에서 공수 양면에 걸친 맹활약을 펼친데다 5월 6일 경기에서는 전반 8분만에 선제골을 넣으며 팀의 3-1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각각 바카리 사냐, 키어런 깁스를 농락하는 경기를 펼쳤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번 아스날전에서도 상대 풀백을 교란하는 임무를 수행할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 아스날의 좌우 풀백인 사냐-클리시의 폼이 좋은 현 상황에서는 공간 창출과 인터셉트가 뛰어난 박지성이 퍼거슨 감독에게 중용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박지성은 강팀에 강한 면모를 발휘하는 '강팀용 선수' 입니다. 팀의 승리를 위해 다른 누구보다 헌신적인 활약을 펼치고 부지런히 뛰어다니기 때문에 퍼거슨 감독의 눈도장을 받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스날전에서도 선발 라인업에 포함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지난 22일 위건전에서 캐릭과 더불어 18인 엔트리에 빠진 것은 아스날전 선발 출전을 위한 체력 안배임을 알 수 있습니다. 강팀 경기 이전에 갖는 약팀 경기에서 선발 엔트리에 제외된 경험이 여럿 있었고 위건전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아스날전에서 퍼거슨 감독의 부름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 가지 변수는 득점력입니다. 맨유는 호날두가 떠나면서 투톱 공격수들의 득점 의존도가 커졌고 미드필더들이 새로운 골게터 역할을 해야 팀 공격에 균형이 잡힙니다. 하지만 박지성은 그동안 퍼거슨 감독으로부터 골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을 정도로 득점력이 좋은 선수가 아닙니다. 자신의 경쟁자인 나니는 널뛰기 기복을 보이면서도 언제든지 골을 터뜨릴 수 있는 잠재력이 뛰어난데다 지난 위건전에서 오른발 프리킥골로 이를 증명했습니다. 발렌시아도 골이 부족한 윙어라는 것에 위안 삼을 수 있지만, 퍼거슨 감독이 발렌시아의 날카로운 패스와 크로스를 아스날전의 주 공격 루트로 삼으면 왼쪽에서는 득점력이 있는 윙어를 중용할 수 있습니다. 박지성보다는 나니쪽에 무게감이 기웁니다.

하지만 득점력 하나만을 믿고 가기에는 팀 밸런스가 무너지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나니가 그런 선수입니다. 여전히 무리한 드리블 돌파와 불안한 골 키핑력, 부정확한 전진패스, 소극적인 수비가담을 일관하며 경기 내용에 충실하지 못했습니다. 자신이 골을 넣었던 9일 첼시전도 마찬가지 입니다. 전반 10분에 선제골을 넣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경기 내내 마이클 에시엔과의 공간 싸움에서 밀리며 팀의 왼쪽 공격에 힘을 실어주지 못했습니다. 반면 오른쪽에서 뛰었던 박지성은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측면과 중앙을 아우르는 부지런한 움직임과 끊임없는 공간 창출, 짧고 정교한 패스를 통해 미드필더진과 공격진 사이의 연결 고리 역할을 성실히 해냈습니다. 박지성의 득점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아스날전 선발 출전이 힘든 것은 아닙니다.

만약 박지성이 아스날전에 선발 출전하면 나니와 발렌시아 중에 한 명만 스타팅 라인업에 포함됩니다. 박지성이 왼쪽에서 사냐와 매치업을 벌이면 발렌시아가 오른쪽에 포진할 것이고, 박지성이 오른쪽에서 클리시와 치열한 공간 싸움을 벌이면 나니가 왼쪽을 맡을 것입니다.

퍼거슨 감독이 루니-베르바토프 투톱에게 쏠리는 공격 역량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라면 박지성-발렌시아 조합이 유력합니다. 두 선수 모두 이타적인 윙어들인데다 공격수와의 호흡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골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각각 공간 창출과 부지런한 기동력, 양질의 패스와 크로스를 통해 경기를 펼칠 것입니다.

반면 퍼거슨 감독이 루니-베르바토프 투톱에 의존하는 공격 루트를 버리고 미드필더들의 득점력을 키우는 공격을 운용하면 나니-박지성 또는 나니-발렌시아 조합을 꺼내들 것입니다. 나니의 잠재력을 또 한번 믿어 볼 수 밖에 없지만 그에 따른 위험 부담이 큰 것은 사실입니다. 지금의 맨유는 루니-베르바토프 투톱의 공격력 강화와 조커로 활용되는 오언의 폼을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에, 미드필더보다는 투톱 공격수들의 득점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는 쪽에 무게감이 기웁니다. 과연 어떤 윙어가 아스날전에서 퍼거슨 감독의 선택을 받아 선발 출전할지 경기 내용 및 결과와 함께 무척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