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첼시 EPL 3연승 원동력, '히딩크 효과'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에 도전하는 첼시의 오름세가 점점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지난 9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커뮤니티 실드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데 이어 프리미어리그 3경기를 내리 이기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지금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은 이유입니다.

첼시는 23일 저녁 11시(이하 한국시간) 크레이븐 커티지에서 열린 2009/10시즌 프리미어리그 3라운드 풀럼전에서 2-0으로 승리했습니다. 전반 38분 디디에 드록바가 풀럼 문전 정면에서 니콜라스 아넬카의 전진패스를 이어받아 선제골을 작렬했고 후반 30분에는 아넬카가 드록바의 패스를 받아 두번째 골을 넣었습니다. 드록바와 아넬카는 사이좋게 1골 1도움을 기록해 팀 승리의 주역으로 거듭났습니다. 이로써 첼시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3승으로 순위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발판의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히딩크 효과+안첼로티 효과=첼시 오름세

첼시의 올 시즌 전망은 긍정과 부정으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전자격에서는 맨유-리버풀-아스날과 달리 주력 선수 이탈이 없는데다 '이탈리아의 전략가'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을 영입했기 때문에 우승할 것이라는 반응을 나타냈습니다. 반면 후자격에서는 안첼로티 감독의 4-4-2 다이아몬드 시스템이 프리미어리그에 맞지 않는 전술인데다 피를로-파투-아구에로-리베리 같은 걸출한 대형 선수들을 영입하지 못했기 때문에 '스콜라리 시즌2'를 밟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첼시의 앞날이 어찌될지 판가름하기 어려웠던게 사실입니다.

결과는 긍정쪽으로 무게가 기울고 있습니다. 첼시는 9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과 16일 헐 시티전에서는 각각 우승과 리그 개막전 첫 승을 거두었음에도 압도적인 경기 내용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19일 선더랜드전부터 경기력이 개선되는 모양새를 나타냈습니다. 그러더니 이번 풀럼전에서는 공수 양면에 걸쳐 전력이 어느 정도 완성된 모습을 보이며 앞으로의 전망을 밝게 했습니다. 물론 안첼로티 감독의 다이아몬드 전술은 완벽하게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느낌이 좋은 것만은 분명합니다.

첼시는 풀럼전에서 슈팅 숫자 16-6(유효 슈팅 4-1) 볼 점유율 61-39%의 우위를 점하며 상대팀을 요리했습니다. 특히 첼시의 두 골을 완성지은 드록바와 아넬카의 유기적인 호흡이 빛났습니다. 전반 38분 첫 골 장면에서는 아넬카의 종패스가 상대 포백을 뚫고 드록바에게 향했던 것이 선제골로 이어졌습니다. 후반 30분 두번째 골 장면은 드록바의 전진패스가 아넬카의 골로 연결됐습니다. 두 선수는 그랜트-스콜라리 체제에서 서로간의 스타일 중복 때문에 투톱으로서 호흡이 안맞을거라는 현지 전문가들의 우려를 실력으로 뒤집으며 풀럼전 승리의 주역으로 떠올랐습니다.

한 가지 눈여겨 볼 것은, 드록바-아넬카 투톱의 완성이 안첼로티 체제에서 이루어진 것은 아닙니다. 바로 히딩크 체제였습니다. 드록바와 아넬카는 히딩크 체제에 이르러 서로간의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랜트 체제에서는 드록바가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참가 및 무릎 부상 때문에 결장 빈도가 적지 않았고 스콜라리 체제에서는 드록바가 부상 및 주전 경쟁 탈락으로 아넬카와 호흡을 맞추는 시간이 적었습니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임시 사령탑 부임 초기 '드록바-아넬카' 투톱 카드를 꺼내들며 두 선수의 공존이 성공할 수 있음을 내비쳤습니다. 그 결과는 성적 부진 위기에서 벗어나 새롭게 순항할 수 있는 발판의 기회로 이어졌습니다. 히딩크 감독은 중원 안정과 측면 공격 강화를 위해 4-3-1-2에서 4-3-3으로 포메이션을 바꿔 아넬카를 오른쪽 윙 포워드, 드록바를 중앙 공격수로 놓는 전술을 구사했습니다. 두 선수의 공존은 스리톱에서도 성공적이었습니다. 아넬카가 드록바의 골을 돕는 도우미로 변신하면서 측면쪽으로 빠지는 움직임과 발군의 패싱력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것이 드록바의 공격 역량을 늘려주게 됐습니다.

드록바-아넬카 투톱은 히딩크 체제에서 유기적인 호흡이 단련되었기 때문에 안첼로티 체제에서도 무르익는 콤비 플레이를 과시할 수 있었습니다. 첼시의 다이아몬드 전술이 성공하려면 투톱의 공격 마무리와 매끄러운 공격 전개가 뒷받침 되어야 하기 때문에 드록바-아넬카 투톱의 맹활약이 필수입니다. 만약 두 선수가 히딩크 체제를 거치지 않았다면 지금쯤 첼시의 공격 마무리가 어떤 형식으로 짜여졌을지는 예측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히딩크 감독은 스콜라리 체제에서 방출 위기에 놓였던 드록바-말루다의 탁월한 기량을 믿으며 주전으로 전격 기용했습니다. 두 선수 모두 스콜라리 감독의 믿음을 얻지 못해 팀을 떠날 위기에 처했으나 히딩크 감독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두 선수가 첼시에서 성공적인 활약을 펼칠거라 예견했던 것이죠. 결과는 대성공 이었습니다. 드록바는 지난 2월 25일 유벤투스전부터 4월 18일 아스날전까지 11경기에서 9골 넣는 눈부신 활약을 펼쳐 첼시의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과 FA컵 우승을 이끌었습니다. 말루다는 특유의 빠른 기동력과 화려한 발재간을 되찾으며 첼시 공격의 새로운 활력소로 거듭났습니다.

드록바와 말루다는 안첼로티 체제에 없어선 안될 공격 옵션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습니다. 드록바는 리그 3경기에서 3골을 터뜨리며 첼시 3연승의 주역으로 떠올랐습니다. 말루다는 다이아몬드 전술에서 램퍼드(데쿠)-에시엔-발라크(미켈)보다 가장 부지런히 움직이고 활발한 침투 능력을 과시하며 팀 공격의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만약 두 선수가 히딩크 감독을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쯤 두 선수는 첼시를 떠나 다른 팀에서 뛰었을지 모르며, 첼시는 두 선수의 공백을 메워야 하는 부담에 직면했을 것입니다. 이는 히딩크 감독이 스콜라치 체제에서 좌초하던 첼시를 제대로 완성시켜 임시 사령탑의 임무를 충실히 소화했음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히딩크 감독이 첼시에서 거둔 성과는 안첼로티 체제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안첼로티 감독의 다이아몬드 전술도 이제는 성공 궤도에 올랐기 때문에 앞으로의 행보를 밝게 예측할 수 있게 됐습니다. 히딩크 효과와 안첼로티 효과가 서로 결합한 올 시즌 첼시의 행보가 탄탄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이제 남은 관건은 안첼로티 효과의 성패를 좌우하는 다이아몬드 전술이 얼마만큼 완성되느냐 여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