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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이타적인' 루니가 '이기적인' 호날두보다 좋다

 

축구팬 입장에서는 묵묵히 궃은 역할을 다하는 선수보다는 화려한 개인기와 빠른 스피드로 그라운드를 휘젓는 선수를 좋아할 수 밖에 없습니다. 후자격에 속하는 선수가 경기를 보는 사람들의 눈에 들어올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전자가 후자를 보조하려는 활약상은 시야에 쉽게 들어오지 못합니다.

하지만 감독의 입장은 다릅니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더라도 감독 스타일에 맞지 않으면 벤치를 뜨겁게 달굴 수 밖에 없습니다. 반면 성실한 선수는 모든 감독이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축구의 진리입니다. 박지성이 자신보다 개인 공격력이 뛰어난 루이스 나니를 제치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주전으로 뛸 수 있었던 것도 퍼거슨 감독으로부터 성실함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맨유의 두 기둥이었던 웨인 루니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길이 서로 엇갈린 것도 결국 성실함에서 갈라졌습니다. 팀보다는 자신의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 지나친 욕심을 부리는 '이기적인' 성향보다는 자신의 재능은 접어두고 팀을 위해 오로지 헌신하는 '이타적인' 성향이 두 선수의 다른 축구 스타일입니다. 충성심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맨유의 상징임에도 항상 레알 마드리드로 가고 싶다며 감독을 곤혹스럽게 했던 선수보다는 "맨유에서 은퇴하고 싶다"는 선수가 감독에게 좋은 인상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전자는 호날두를 말하는 것이고 후자는 루니를 말합니다.

결국 루니는 맨유의 10년을 짊어질 '차기 맨유 레전드'가 되었지만 호날두는 얼마전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습니다. 아무리 같은 슈퍼스타이자 팀의 상징이라고 할지라도 내면을 들여보면 서로 다른 유형의 스타일이었던 겁니다. 퍼거슨 감독이 레알 마드리드로부터 호날두 이적 제안을 받은지 두 시간만에 수락했다는 사실을 통해 알 수 있듯, 감독 입장에서는 루니를 좋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퍼거슨 감독은 지난 14일 해외축구 사이트 <골닷컴 영문판>을 통해 "호날두는 맨유를 떠나길 원했다. 언젠가 레알 마드리드를 갈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맨유는 호날두를 너무 오랫동안 키워줬다"며 호날두를 레알 마드리드로 보낸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호날두를 붙잡았던 것은 아직은 맨유 전력에서 그의 존재감이 필요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죠. 그러다가 레알 마드리드가 맨유에 8000만 파운드(약 1600억원)의 역대 세계 최고 이적료를 제시하면서 퍼거슨 감독이 결단을 내렸던 것입니다.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고 싶었던 호날두의 꿈은 퍼거슨 감독과 맨유에게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루니와 함께 맨유의 미래를 짊어질 선수이자 데이비드 베컴에 이은 맨유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였지만 라이언 긱스, 폴 스콜스, 루니처럼 맨유에 헌신하는 선수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 이면에는 이기적인 성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호날두는 측면 미드필더임에도 수비 가담을 안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런 이타적인 활약보다는 이기심을 앞세워 슈팅을 난사했고, 이는 맨유가 중요한 고비때마다 팀의 밸런스가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지난 3월 14일 리버풀전 1-4 대패와 지난달 28일 FC 바르셀로나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0-2 패배의 주된 원인이 호날두의 독단적인 경기력이었음을 상기하면, 그를 레알 마드리드로 보낸 퍼거슨 감독의 선택은 현명했습니다. 그는 맨유 전력에 있어 '양날의 칼'과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죠.

반면 루니는 호날두와 다릅니다. 퍼거슨 감독은 지난달 24일 잉글랜드 일간지 <미러>를 통해 "루니는 맨유에 가장 큰 기여를 한다. 최전방 공격수임에도 불구하고 수비적인 역할을 간과하지 않는 희생적인 면을 지녔다. 지금보다 발전할 것이며 승리자가 될 것이다"며 자신의 애제자를 칭찬했습니다. 비록 호날두보다 많은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하더라도 공격 옵션들의 골을 위해 중앙과 측면을 가리지 않고 궃은 역할을 도맡았습니다. 2007/08시즌 중반부터는 왼쪽 측면 뒷공간에서 적극 수비에 가담하는 그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팀을 위해 무엇이든지 적극적으로 임했습니다.

루니는 잉글랜드 대표팀 공격의 에이스입니다. 최근 A매치 7경기에서 10골을 넣었는데 맨유에서 활약한 최근 19경기에서 6골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잉글랜드 대표팀 공격의 초점이 자신에게 향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루니는 맨유에서 이타적인 역할에 치중했습니다. 호날두라는 걸출한 공격 옵션이 있기 때문에 그를 보조하는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했죠. 어쩌면 호날두가 지난 세 시즌 동안 프리미어리그 No.1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도 루니의 헌신적인 활약이 있었기에 가능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루니는 호날두처럼 잦은 시뮬레이션 액션을 쓰지 않습니다. 지난해 11월 25일 비야 레알전에서는 시뮬레이션 액션을 썼지만 경기 종료 후에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상대팀에 사과했습니다. 하지만 호날두는 다릅니다. 그동안 심판을 속이기 위한 액션 동작을 과도하게 취하면서 결국 현지 여론으로부터 '다이버(Diver)'로 찍혔습니다. 반면 루니는 상대 수비수와의 격렬한 몸싸움 속에서도 페널티킥을 얻어내기 보다는 넘어질 듯 넘어지지 않고 끝까지 공을 지켜내거나 전방으로 돌진했습니다. 팀의 공격을 살리기 위해 무리한 동작을 취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맨유팬들이 루니를 각별하게 사랑하는 것도 이 때문이죠.

잉글랜드에서 취재중인 한국 스츠츠 일간지의 모 통신원은 지난 15일 잉글랜드 일간지 <텔레그래프>를 통해 "호날두는 인기 선수지만 한국에서 최고 스타는 아니다. 그건 박지성이다. 공동체 문화를 중요시 하는 한국 팬들은 호날두의 이적을 바라기도 했다"며 호날두 이적에 대한 한국 여론을 설명했습니다. 한국 팬들 입장에서도 팀을 위해 헌신적으로 뛰면서 충성을 다하는 선수를 좋아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축구는 단체 종목이자 팀을 위한 스포츠입니다. 개인의 욕심과 바람 보다는 팀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축구의 진리입니다. 아무리 호날두가 맨유 선수 중에서 가장 뛰어난 테크닉을 자랑했지만 결국 그는 씁쓸한 뒷맛을 남기며 레알 마드리드로 떠나고 말았습니다. '이타적인' 루니가 '이기적인' 호날두보다 좋은 선수로 인정받는 것은 당연한 현상일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