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맨체스터를 연고로 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는 지역 라이벌 관계로 유명하다. 2011/12시즌에는 치열한 프리미어리그 1위 경쟁으로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32강 조별리그에서 동반 탈락했다. 2012/13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명예회복이 필요한 공통점이 있었다.
맨유와 맨시티는 챔피언스리그 32강 3경기를 치르면서 서로의 명암이 엇갈렸다. 맨유는 24일 브라가전에서 3-2로 이기면서 H조 1위(3승)를 굳건히 지켰다. 16강 토너먼트 조기 진출이 가까워진 것. 반면 맨시티는 25일 아약스전에서 1-3으로 패하면서 D조 꼴찌(1무2패)로 밀렸다. 도르트문트, 레알 마드리드와 함께 죽음의 조에 포함되면서 16강 진출 전망이 매우 어두워졌다. 맨유와 맨시티의 챔피언스리그 행보는 극과 극 이었다.
맨유의 챔스 3연승, 지난 시즌과 달라졌다
우선, 맨유는 브라가전에서 3-2로 이겼지만 알란에게 2골 내줬던 아쉬움이 있었다. 전반 2분 브라가의 왼쪽 코너킥 상황에서 뷔트너가 알란과의 헤딩 경합에서 밀리면서 선제골을 내줬고, 전반 20분에는 캐릭이 오른쪽 측면에서 상대팀 선수의 침투를 허용했고 문전에서는 에반스가 알란을 놓치면서 실점을 자초했다. 특히 캐릭은 에반스와 함께 센터백을 맡았지만 비디치 부상 공백을 메우기에는 버거운 모습을 보였다. 이는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32강 탈락과 유사하다. 당시 맨유의 근본적인 탈락 원인은 비디치 이탈에 따른 수비력 악화였다.
하지만 맨유는 지난 시즌과 달라졌다. 2개월 전 판 페르시를 영입하면서 공격의 무게감이 강해졌다. 판 페르시는 2차전 클루지 원정에서 멀티골을 쏘아올리며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루니의 골 생산에 의존하지 않아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판 페르시는 3차전 브라가전에서 무득점에 그쳤지만 자신 말고도 골을 해결할 선수들이 여럿 있었다. 이 때문에 맨유는 브라가전에서 0-2로 밀렸던 경기를 3-2로 뒤집는 막강한 화력을 과시했다. 에르난데스가 전반 25분과 후반 30분에 걸쳐 만회골과 역전골을 넣었으며 에반스는 후반 17분 동점골을 터뜨렸다.
맨유의 브라가전 승리는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겠다는 에르난데스의 동기 부여가 작용했다. 에르난데스는 전반 25분 카가와 크로스, 후반 30분 클레버리 크로스를 헤딩골로 받아내면서 팀 승리를 이끌었다. 그는 지난 시즌에는 웰백, 올 시즌 초반에는 판 페르시-카가와와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벤치를 지킨 시간이 많았다. 동료 공격수들에 비해 연계 플레이가 떨어졌던 만큼, 모처럼 선발 출전 기회를 얻었던 브라가전에서 팀 승리에 기여할 유일한 방법은 골이었으며 두 번의 헤딩골을 통해 퍼거슨 감독의 시선을 끌게 했다.
브라가전에서는 후반전 전술 변경이 적중했다. 미드필더를 다이아몬드 형태로 놓는 4-4-2에서 플랫 4-4-2로 바꾸면서 루니와 나니를 윙어로 활용했다. 카가와 부상 교체에 따른 전술 변화이자 카가와 전반전 부진을 나니의 교체 투입으로 윙 플레이를 노리겠다는 전략이었다. 이는 맨유의 거듭된 공세로 이어지면서 브라가 수비진을 허무는 효과로 이어졌다.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3연승 팀에 걸맞는 경기력을 과시했다.
맨시티, 프리미어리그 챔피언 답지 못했다
맨시티는 아약스 원정에서 이겼어야 했다. 1차전 레알 마드리드 원정에서 2-3 역전패를 당했고 2차전 도르트문트와의 홈 경기에서는 1-1로 비겼다. 두 경기째 승리가 없었고, 2위 경쟁팀이었던 도르트문트가 챔피언스리그에서 선전하면서 아약스와의 2경기(3차전, 4차전)에서 승점 6점을 따내야 했다. 3차전 아약스 원정에서는 전반 22분 나스리가 선제골을 넣으면서 순조로운 경기를 펼치는 듯 싶었다.
하지만 맨시티는 1-0으로 앞선 이후부터 아약스 포어체킹을 받으면서 공격이 위축되는 약점을 노출했다. 불필요한 백패스와 횡패스가 반복된 것. 점유율을 늘리는 효과가 있을 뿐 공격의 효율성과 거리가 멀었다. 아약스의 강력한 압박에 의해 상대 수비의 허를 찌르는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가 이루어지지 못했으며 제코, 아궤로 같은 공격 옵션들이 볼을 따내기가 쉽지 않았다. 전반 30분에는 나스리가 왼쪽 측면에서 아약스 포어체킹에 시달렸을 때 제코쪽으로 롱패스를 밀어줬으나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1-0 리드에 걸맞지 않게 공격을 주도하는 힘이 부족했다.
그 이후 맨시티는 수비 불안으로 거듭된 실점을 범했다. 전반 45분 데 용에게 동점골을 내줬던 상황에서는 왼쪽 측면에서 누구도 판 파인의 크로스를 차단하지 못했다. 문전에서는 레스콧-밀너가 데 용을 놓치면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맨시티 수비 집중력이 약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 후반 12분에는 아약스 오른쪽 코너킥 상황에서 모이산더에게 헤딩 역전골을 내줬다. 레스콧이 모이산더와의 공중볼 경합에서 밀린 것. 코너킥 이전 상황이 아쉬웠다. 레스콧이 모이산더를 악착같이 따라붙거나 또는 모이산더 앞쪽에서 수비를 취할 선수가 필요했다.
맨시티는 후반 18분 레스콧을 빼고 콜라로프를 투입하면서 3백으로 전환했으나 23분에 또 실점했다. 베리가 라세 쉰의 포어체킹에 의해 볼을 빼앗기는 과정에서 에릭센에게 추가골을 허용했다. 전반전에 이어 후반전에도 아약스 포어체킹에 약한 면모를 떨치지 못했다. 그 이후에는 테베스-발로텔리를 교체 투입하면서 공격을 강화했으나 상대팀 포어체킹을 받으면서 종종 롱볼을 띄우는 허술함을 보였다. 레알 마드리드전, 도르트문트전에서도 포어체킹에 취약한 문제점을 노출했으나 아약스에게 또 당하고 말았다. 챔피언스리그에 약하기로 소문난 만치니 감독의 문제점을 짚을 수 있다.
당초 이 경기는 맨시티가 승점을 따낼 것으로 보였다. 선수 이름값을 봐도 맨시티가 우세다. 아약스는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명문 클럽이지만 챔피언스리그 D조에서는 약체로 꼽혔다. 하지만 챔피언스리그 32강 3차전이 완료된 시점에서는 맨시티가 D조에서 가장 약한 전력이었다. 화려한 선수층에 걸맞지 않는 저조한 경기력을 일관한 것. 단순히 챔피언스리그 경험 부족을 지적하기에는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6경기를 소화했었다. 매번 똑같은 전술에 당하면서 수비 조직력이 취약한 문제점은 만치니 감독에게 책임이 있다는 뜻이다. 프리미어리그 챔피언 답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