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분데스리가 챔피언과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챔피언이 맞붙었던 빅 매치에서 도르트문트가 웃었다. 위르겐 클롭 감독이 조세 무리뉴 감독과의 전략 싸움에서 이겼다.
도르트문트는 한국 시간으로 25일 오전 3시 45분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서 진행된 2012/13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D조 3차전에서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를 2-1로 눌렀다. 전반 36분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선제골을 넣었으며 2분 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게 동점골을 허용했으나 후반 19분 마르셀 슈멜처가 팀에 결승골을 안겨줬다. 이로써 도르트문트는 2승1무(승점 7)로 D조 1위에 올랐으며 레알은 2승1패(승점 6)로 2위를 기록했다.
[전반전] 치열한 혈전, 레반도프스키-호날두 득점
레알은 원정팀 답지 않게 경기 초반부터 파상공세를 펼쳤다. 전반 12분 점유율에서 65-35(%)로 앞서면서 일찌감치 경기를 주도했다. 좌우 윙어를 맡는 호날두와 디 마리아가 부지런한 움직임과 돌파를 앞세워 도르트문트 수비진을 휘저으며 팀 공격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슈팅은 1개에 그쳤지만 허리에서 빠르고 정확한 패스를 적극적으로 연결하며 미드필더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 수비에서는 미드필더들이 빠르게 수비에 가담하면서 포백을 보호했다. 레반도프스키에게 공간을 내주지 않는데 주력했다.
도르트문트는 수비에 비중을 두었다. 평소 분데스리가에서 공격 중심의 축구를 펼쳤지만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32강 탈락 때문인지 2차전 맨체스터 시티 원정에 이어 레알과의 홈 경기에서 실리적인 경기를 펼쳤다. 수비라인을 내리면서 공격 옵션들의 포어체킹을 강화했다. 미드필더들이 강력한 압박을 펼치면서 훔멜스-수보티치 센터백 조합의 벤제마 봉쇄 작업이 순조로웠다. 이 때문에 레알은 상대 박스 안쪽을 파고드는 공격이 쉽게 전개되지 못했다. 경기 초반에는 레알의 페이스였으나 중반에 접어들면서 도르트문트가 서서히 앞서는 분위기였다.
레알은 전반 19분 모드리치가 케디라 부상을 대신해서 교체 투입했다. 전반 25분에는 호날두가 모처럼 박스 왼쪽 안으로 접근하면서 슈팅을 날렸으나 볼은 골대 바깥으로 향했다. 전반 31분 에시엔 슈팅도 마찬가지. 점유율에서 상대팀을 앞섰을 뿐 유효 슈팅은 1-4(개)로 밀렸다.(슈팅은 5-5 동률) 그 이전인 전반 26분에는 켈이 중거리 슈팅을 날리면서 도르트문트 공격이 활발해졌다. 레알의 파상공세를 막아내자 공격 전개에 자시감을 얻었다. 전반 35분 양팀 선수 이동 거리에서는 44.21-41.78(Km)로 앞서면서 레알 선수들보다 더 많이 뛰었다.
전반 36분에는 레반도프스키가 선제골을 넣었다. 페페의 패스가 도르트문트 허리쪽에서 차단된 볼이 전방으로 공급되었고 레반도프스키가 문전으로 침투하면서 오른발 슈팅으로 카시야스를 농락했다. 2분 뒤에는 호날두가 동점골로 맞받아쳤다. 왼쪽 공간을 파고드는 상황에서 외질의 롱패스를 받아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두 팀의 전반전은 1-1로 끝났다. 전반 26분 이전까지는 전형적인 창과 방패의 대결이었으나 그 이후 도르트문트의 공세가 빛을 발했다. 프리메라리가와 분데스리가 챔피언끼리의 맞대결 답게 치열한 혈전을 펼쳤다.
[후반전] 슈멜처 결승골, 도르트문트 승리 이끌다
도르트문트는 후반 4분 레알의 허점을 찌르는 공격을 연출했다. 피슈체크가 오른쪽 측면에서 에시엔 견제를 뚫고 문전으로 볼을 배급한 것이 괴체의 슈팅으로 이어졌다. 왼쪽 풀백으로 변신했던 에시엔의 불안한 수비와 느린 순발력을 이용한 것. 카시야스 선방으로 골을 얻지 못했지만 레알의 약점을 공략했다. 에시엔은 코엔트랑-마르셀루의 부상으로 지난 주말 셀타 비고전에 이어 2경기 연속 왼쪽 풀백으로 뛰었다. 셀타 비고전에서는 무난한 모습을 보였으나 도르트문트전에서 측면에 적응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레알의 왼쪽 공격이 평소 답지 않았다.
후반 19분에는 도르트문트의 왼쪽 풀백 슈멜처가 두번째 골을 터뜨렸다. 카시야스가 손으로 걷어낸 볼이 박스 왼쪽으로 접근했던 자신쪽으로 향하자 왼발 슈팅으로 밀어넣으면서 귀중한 득점을 만들어냈다. 지난 4시즌 동안 주전으로 뛰면서 1골 기록했을 정도로 득점과 인연이 멀었지만 레알전에서 골을 넣는 행운을 얻었다. 도르트문트는 점유율에서 레알에게 밀렸지만(45-55, %) 슈팅 숫자에서 13-11(개)로 앞서면서 원정팀보다 실속 넘치는 공격을 펼쳤다. 반면 레알은 벤제마 부진으로 득점 창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벤제마는 후반 28분 교체됐다.
도르트문트는 2-1이 되자 선 수비-후 역습으로 전환했다. 1골 앞선 스코어를 지키면서 상대의 공격 의지를 꺾기 위해 몇차례 역습을 펼쳤다. 레알의 일방적 공세가 예상되었으나 도르트문트가 전방에서 상대 공격을 끊으면서 '도르트문트 우세'가 이어졌다. 후반 38분에는 레알이 역습을 펼쳤으나 호날두의 왼쪽 크로스를 박스 안에서 받아낼 선수가 없었다. 경기 내내 도르트문트 박스 안쪽을 공략할 선수가 없었던 약점이 여전했다. 레알은 막판 공세를 펼쳤으나 도르트문트 수비진을 허물지 못했고, 경기는 도르트문트의 2-1 승리로 끝났다.
홈팀 도르트문트의 레알 격침은 철저한 전략의 승리였다. 전반 25분 이전까지 수비에 올인했던 이유는 전력적 열세가 아닌 상대팀의 에너지를 방전시키기 위해서였다. 원정팀 레알의 체력적 부담을 키우겠다는 의도. 훔멜스-수보티치는 벤제마를 고립시키면서 레알의 공격 전개를 어렵게 했다. 그 이후에는 도르트문트가 손쉽게 경기를 주도하면서 선제골을 얻었다. 레알은 1-2로 밀렸을 때 호날두를 제외한 미드필더들의 페이스가 떨어지면서 도르트문트의 기세를 이겨내지 못했다. 도르트문트 8만 관중들의 응원에 중압감까지 느꼈을 것이다.
도르트문트의 또 다른 승리 요인은 레알의 불안 요소였던 왼쪽 풀백을 집중 공략했다. 오른쪽 측면 공격 빈도를 높이면서 에시엔의 풀백 경험 부족을 이용했다. 에시엔은 수비 대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제 역할을 못했고, 위치선정 미숙으로 동료 수비수와 포백 라인을 유지하는 움직임이 뒤떨어졌다. 반면 도르트문트의 왼쪽 풀백 슈멜처는 결승골을 터뜨렸으면 포백은 호날두 실점 장면을 빼고 경기 내내 굳건한 수비력을 과시했다. 도르트문트의 승리는 당연했다.
-도르트문트vs레알 마드리드, 출전 선수 명단-
도르트문트(4-2-3-1) : 바이덴펠러/슈멜처-훔멜스-수보티치-피슈체크/켈-벤더(후반 22분 귄도간)/그로스크로이츠-괴체(후반 42분 쉬버)-로이스(후반 46분 페리시치)/레반도프스키
레알 마드리드(4-2-3-1) : 카시야스/에시엔-페페-바라네-라모스/알론소-케디라(전반 19분 모드리치)/호날두-외질-디 마리아/벤제마(후반 28분 이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