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박지성의 퀸즈 파크 레인저스(이하 QPR) 이적이 옳았는지 여부는 시간이 지난 뒤 판단할 사안이다. 비록 QPR이 프리미어리그 꼴찌로 처졌지만 아직 시즌 초반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반면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를 떠난 것은 현 시점에서 옳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꾸준한 선발 출전을 이유로 맨유를 떠나 QPR로 이적했지만, 맨유의 2012/13시즌 행보를 놓고 보면 그가 올드 트래포드를 떠난 것은 좋은 선택 이었다.
박지성, 맨유 잔류했다면 로테이션 경쟁 더 힘들었다
올 시즌 맨유의 왼쪽 윙어로 뛰었던 선수는 영, 웰백, 긱스, 클레버리였다. 플랫 4-4-2에서 4-2-3-1로 전환하면서, 때로는 미드필더를 다이아몬드 형태로 놓는 4-4-2를 활용하면서 웰백-클레버리가 측면 미드필더로 전환했다. 두 선수가 영의 부상 공백을 메우는 목적도 있었지만 본래 윙어를 겸했던 선수들이다. 무엇보다 웰백의 왼쪽 윙어 출전이 빈번해졌다. 지난 주말 스토크 시티전에서는 왼쪽 윙어로서 1골 1도움 기록하며 팀의 4-2 승리를 이끌었다. 판 페르시-루니와의 공존이 가능하게 됐다. 오른쪽 측면에서는 발렌시아가 주름잡고 있다.
맨유는 지난 여름 판 페르시-카가와를 영입하면서 4-2-3-1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아졌다. 판 페르시는 아스널과 네덜란드 대표팀을 통해 원톱에서 경쟁력을 키웠으며 카가와의 주 포지션은 공격형 미드필더다. 웰백의 왼쪽 윙어 투입이 많을 수 밖에 없다. 만약 박지성이 맨유에 잔류했다면 영에 이어 웰백과 왼쪽 윙어를 놓고 경쟁했을 것이다. 이전보다 로테이션 경쟁이 더 힘들게 전개된다. 지난 시즌 맨유 주전이었던 웰백이 과거 임대를 전전했던 '예전의 웰백'이 아닌 것도 참고할 부분.
웰백-발렌시아 측면 조합의 장점은 공수 밸런스를 맞출 수 있다. 웰백은 공격, 발렌시아는 수비에서 힘을 실어준다. 영-발렌시아 조합도 마찬가지. 웰백과 영은 전형적인 공격형 윙어이며 수비에서 딱히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이들의 약점을 발렌시아가 반대쪽 측면에서 메웠다.
반면 박지성-발렌시아 조합은 수비력이 강한 공통점이 있다. 2010/11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1~2차전 첼시전에서 상대팀 측면 공격을 봉쇄하면서 빠른 역습을 기여하는데 앞장섰다. 하지만 맨유는 강팀, 약팀과 겨루는 전술이 달랐다. 약팀과의 경기에서는 다득점을 위해 공격 성향의 윙어를 우선적으로 기용했다. 수비가 뛰어난 윙어끼리의 조합으로 한 시즌을 꾸리기에는 승점 관리에 한계가 있었다. 지난 시즌 기복이 심했던 영의 선발 투입이 빈번했던 이유다.
실제로 맨유는 지난 시즌 후반기 유로파리그에서 탈락하면서 남은 프리미어리그 경기에 전념했다. 맨체스터 시티와의 1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남은 경기에서 약팀을 상대로 많은 승점을 획득할 필요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박지성이 유로파리그 이후 7경기 연속 결장했다. 측면 미드필더를 공격적으로 꾸리겠다는 퍼거슨 감독의 의지가 확고했다. 박지성은 맨유의 유로파리그 탈락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부진하지 않았다. 경기력보다는 퍼거슨 감독의 전술적 판단에 의해 7경기 연속 뛰지 못했던 것이다.(수비에 비중을 두는 윙어에게 골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공격력을 지적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팀 내 입지 약화를 올 시즌에 만회했을지 모를 일이지만 웰백과 경쟁해야 하는 버거움이 따른다.
박지성은 지난 시즌 중앙 미드필더로서 여러차례 선을 보였다. 중원에서의 경기력은 딱히 나쁘지 않았다. 그라운드를 부지런히 넘나드는 움직임과 착실한 연계 플레이는 중앙에서도 변함 없었다. 하지만 맨유는 중앙 미드필더 자원이 많다. 캐릭, 안데르손, 긱스, 스콜스, 클레버리에 이어 최근에는 플래처까지 돌아왔다. 흔히 맨유의 최대 불안 요소로 특출난 중앙 미드필더의 부재가 자주 지적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용할 선수들이 많았다. 이는 올 시즌에도 변함 없다. 만약 박지성이 올 시즌 맨유에 잔류했다면 일정한 경기 출전을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박지성 QPR 이적, 맨유 시절의 아쉬움 해소했다
박지성이 맨유에서 화려하게 은퇴하는 것은 참으로 멋진 시나리오였다. 아시아 출신 선수가 유럽 최정상급 클럽에서 오랫동안 활약하면서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현역 선수 생활을 마감하는 것은 오랫동안 없었던 일이다. 하지만 맨유에서 보냈던 7시즌 동안 로테이션 투입이 빈번했던 특성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과거 무릎 부상에 따른 선수 보호를 감안해도 그의 종횡무진 움직임을 꾸준히 보고 싶었던 사람들의 입장에서 아쉬울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박지성은 맨유를 떠나야 한다'는 외부의 주장이 2000년대 후반부터 종종 제기됐다. 박지성은 지난 여름 QPR로 이적했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박지성 QPR 이적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은 성급하다. 하지만 꾸준한 선발 출전을 통해서 맨유 시절의 아쉬움을 해소한 것은 분명하다. QPR 경기력을 떠나서 현재까지 프리미어리그 전 경기에 선발로 모습을 내밀었다. 붉은색 홈 유니폼을 입었던 시절과 다른 동기부여를 얻었다.
언젠가는 '박지성의 QPR 이적이 옳았다'는 축구팬들의 의견이 넘치는 날이 왔으면 한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희망사항일 것이다. QPR 시즌 초반 경기력이 기대에 못미쳤으나 장기간 부진까지 겹치면 팀의 주장을 맡는 박지성에게 도움이 안된다. QPR 선수들이 박지성과 함께 힘을 합쳐 그라운드에서 분발하기를, 반드시 비상하기를 많은 축구팬들이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