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즈 파크 레인저스(이하 QPR)가 '런던 라이벌' 아스널에게 패하면서 시즌 첫 승이 또 무산됐다. 한국 시간으로 27일 오후 11시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12/13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9라운드 아스널 원정에서 0-1로 패했다. 후반 중반까지 밀집 수비로 아스널 공세를 막아냈으나 후반 34분 스테판 음비아가 퇴장 당하면서 수적 열세에 빠졌다. 5분 뒤에는 미켈 아르테타에게 실점하면서 승점 획득에 실패했다. 이로써 QPR은 리그 꼴찌(3무6패)를 면치 못했다. 박지성은 무릎 부상으로 결장했다.
QPR, 아스널 원정 승리는 역부족
QPR은 아르테타에게 실점했던 장면을 제외하면 경기 내용에서 긍정적이었다. 약팀이 아스널 원정에서 승점 3점을 획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들의 현실적인 선택은 선 수비-후 역습 이었으며 대부분의 시간을 수비에 전념했다. 아르테타에게 골을 내주기 전까지 강력한 압박과 끈질긴 몸싸움을 펼치면서 아스널 공격을 어렵게 했다. 골키퍼 세자르는 슈퍼 세이브 9개를 기록하며 팀의 무실점 의지에 힘을 보탰다. 아스널 입장에서는 거듭된 득점 무산으로 답답했던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무실점 전략과 이기는 전략은 엄연히 다른 의미다. 전자는 승점 1점 획득이 우선적 목표이며 후자는 승점 3점 획득을 원한다. QPR은 아스널전에서 후자를 택했다. 많은 시간 수비에 집중했지만 공격을 포기했던 것은 아니었다. 모든 선수가 90분 내내 수비에 전념하는 극단적인 수비 전술을 활용하기에는 리그에서 1승이 급하다. 그래서 오른쪽 공격 비중을 늘리면서 아스널 왼쪽 풀백 산투스를 집요하게 공략했다. 오른쪽 윙어 라이트-필립스가 산투스와 경합하면서 오른쪽 풀백 보싱와가 활발한 오버래핑을 펼치는 전술을 주로 활용했다.
실제로 QPR의 산투스 공략 작전은 나름 성과를 봤다. 산투스가 앞쪽으로 자주 올라오지 못하면서 포돌스키가 왼쪽 측면에서 고립됐다. 아스널의 오른쪽 공격을 맡았던 램지는 윙어로서 특색있는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월컷이나 옥슬레이드-쳄벌레인 같은 빠른 선수들이 있었다면 아스널은 QPR 밀집 수비를 뚫었을지 모른다. 결국 아스널 공격은 카솔라 패스에 의한 연계 플레이에 치중하면서 QPR 밀집 수비를 뚫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만약 음비아가 퇴장당하지 않았다면 아스널이 승점 3점을 얻었을지 의문이었다.
그러나 QPR은 경기를 이기겠다는 임펙트가 없었다. 아스널전에서 투톱을 맡았던 자모라-호일렛은 이날 슈팅이 단 한 개도 없었다. 자모라는 볼 터치 12개에 그칠 정도로 최전방에서 철저히 고립되었으며 여전히 동료 선수와의 연계 플레이에 어려움을 겪었다. 호일렛은 자모라를 활용하면서 상대 수비를 벗겨내는 패스가 부족했고 볼까지 끌었다. 후반 28분 자모라를 대신해서 교체 투입했던 시세도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라이트-필립스는 패스 성공률 63%에 그쳤으며 산투스를 제치고 돌파하는 횟수도 적었다. QPR의 산투스 공략은 보싱와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작전이었다.
어느 팀이든 선 수비-후 역습으로 승리하려면 기본적으로 수비가 안정되면서 순식간에 골을 넣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 특히 역습이 성공하려면 볼을 주고 받는 선수와의 약속된 움직임, 정확한 종패스, 빠른 순발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하지만 QPR은 타랍을 제외한 공격 옵션들의 시야가 좁았으며 동료 선수를 활용한 패스가 발달되지 못했다. 상대 수비를 흔드는 움직임이 부족했거나 1대1 상황에서 이기는 재주가 뒤떨어졌다. 중앙 미드필더로 뛰었던 그라네로의 공격 전개도 딱히 강한 인상을 주지 못했다. 팀의 플레이메이커로 주목받는 선수 치고는 패스 성공률이 78%였다. 또한 QPR은 90분 동안 핵심 패스가 4개에 불과했다.
만약 박지성이 부상당하지 않았다면 아스널 원정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뛰었을지 모른다. 지난 에버턴전에서 베인스를 봉쇄하는 수비적인 임무를 맡았으며 아스널전에서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왼쪽 측면에서는 타랍의 폼이 올라왔고 오른쪽 측면에서는 산투스 뒷 공간을 파고들기 위해 라이트-필립스가 필요했다.(결과적으로 제 몫을 다하지 못했지만) 박지성은 리그 개막 무렵에 중앙 미드필더로서 양질의 패스를 날리며 팀의 공격을 조절했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부상으로 아스널전에 나서지 못했다.
QPR은 리그 개막 무렵에 비해서 수비 조직력이 좋아졌다. 최근 보싱와-트라오레 같은 부상자들이 복귀하면서 이전보다 측면 수비가 안정됐다. 무엇보다 골키퍼 세자르 영입은 실점을 줄이는데 힘이 됐다. 아직 1승을 올리지 못했지만 수비는 발전했다. 그러나 팀 공격은 여전히 정체됐다. 이번에도 공격수들이 제 역할을 못했다. QPR의 승점 3점 획득이 더딘 이유다. 지금의 전력으로 아스널 원정에서 승리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