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가 2010/11시즌이 거의 종료되면서 새로운 빅4 체제가 등장했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첼시-아스널이 4위 이내 성적을 유지하면서 빅4 잔류를 굳혔고, 'New 빅4'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는 3위 또는 4위로 시즌을 마칠 예정입니다. 토트넘은 한 시즌만에 빅4에서 탈락했고 리버풀은 두 시즌 연속 중상위권에 머물렀습니다. 맨유-첼시-아스널-맨시티 체제의 빅4는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선전을 목표로 하게 됐습니다.
빅4는 챔피언스리그를 위한 전력 보강을 목적으로 여름 이적시장에서 주전으로 활용할 새로운 옵션을 영입할 예정입니다. 맨유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스스로 3명의 선수 영입을 예고했고, 첼시는 불과 반 시즌전까지 스쿼드 노령화에 시달렸다는 점에서 체질개선이 필요합니다. 아스널은 6시즌 연속 무관 극복을 위한 새로운 돌파구가 절실하며, 맨시티는 FFP(파이낸셜 페어 플레이룰)이 변수지만 선수 영입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빅4가 플레이메이커를 동시에 영입하는 시나리오를 기대할 수 있는 시점입니다.
[사진=베슬러이 스네이더르. 다가오는 여름 이적시장의 '뜨거운 감자' 입니다. 맨유-첼시-맨시티의 영입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C) 유럽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uefa.com)]
맨유-첼시-아스널-맨시티, 플레이메이커 절실하다
맨유는 다음 시즌 플레이메이커의 존재감 및 활약이 팀 성적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스콜스는 재계약 여부를 떠나 시즌 내내 잔부상에 시달렸으며, 그나마 긱스가 시즌 후반에 스콜스 공백을 대신했으나 내년이면 39세 입니다. 스콜스의 후계자로 꼽혔던 안데르손을 기대하기에는 팀의 무게 중심이 우왕좌왕 거릴 수 있습니다. 안데르손 특유의 기복이 심한 폼 처럼 말입니다. 캐릭-플래처-깁슨은 플레이메이커 성향과는 거리감이 있습니다. 다음 시즌에 플레이메이커 효과가 없다면 긱스-스콜스의 과부하 조짐이 없지 않으며, 맨유 성적의 불안 요소가 될지 모릅니다.
그런 특성 때문인지, 스네이더르(인터 밀란) 모드리치(토트넘) 찰리 아담(블랙풀) 같은 다른 팀의 플레이메이커들이 맨유 이적설로 주목을 끌었습니다. 스네이더르-모드리치가 인터 밀란-토트넘의 주력 선수라는 점에서 맨유가 선수 영입에 엄청난 돈이 필요한 것은 분명합니다. 아담은 '18위' 블랙풀이 강등 될 경우 다른 프리미어리그 팀으로 이적할 것임에 분명합니다. 맨유가 막대한 재정난을 안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스네이더르-모드리치 영입이 어려울 경우 아담으로 눈을 돌릴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첼시도 스네이더르-모드리치 영입을 염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맨유가 관심을 나타낸 왼쪽 날개 베일(토트넘)도 첼시의 영입 대상중에 한 명이죠. 여름 이적시장에서는 맨유와 첼시의 영입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맨유가 스콜스 후계자를 염두하고 있다면 첼시는 램퍼드 후계자가 필요하죠. 램퍼드가 시즌 초반 부상으로 장기간 이탈하면서 비롯된 미드필더진에서의 창의적인 공격 전개 부족, 그리고 램퍼드가 그동안 많은 경기에 출전했던 과부하에 시달렸던 것이 새로운 공격형 미드필더 영입 가능성을 필요하게 됩니다.
첼시는 토레스 부활이 다음 시즌의 최대 과제입니다. 더 이상 '30대 중반에 접어드는' 드록바에게 의지할 수 없습니다. 토레스를 다음 시즌 초반부터 벤치로 내리는 것은 지난 1월 이적시장에서 5000만 파운드(약 879억원)를 투자했던 결정이 실수였음을 스스로 시인하는 셈입니다. 토레스가 성공하려면 그의 골 생산을 도와줬던 플레이메이커의 존재감이 필요합니다. 램퍼드는 공간을 넓히면서 연계 플레이를 주도하는 성향으로서 왼쪽 인사이드 미드필더가 적합했죠. 토레스와의 공존이 잘 안됐던 이유입니다. 토레스가 성공하려면 그 뒷쪽에 어울리는 플레이메이커, 리버풀의 제라드 같은 유형이 필수입니다. 그 선수는 램퍼드 후계자로 부각 될 수도 있죠.
아스널은 파브레가스-나스리-로시츠키-램지-윌셔가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담당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플레이메이커는 필요 없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나스리는 중앙보다는 측면에서 자기 역량이 최대화되는 체질이며, 로시츠키는 잦은 부상 여파로 90분을 뛸 체력이 아닙니다. 램지는 지난 1일 맨유전에서 결승골을 넣었지만 장기간 부상 공백 여파가 불안 요소이며, 윌셔는 공격형 보다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더 많이 기용되었던 선수입니다. 그리고 파브레가스는 올 시즌을 끝으로 FC 바르셀로나로 떠날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지난해 여름 아스널 잔류를 선언했지만 올해 여름은 어떨지 모릅니다. 만약 파브레가스가 떠나면 새로운 플레이메이커를 영입할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 파브레가스 대체자로 크게 부각된 인물은 없습니다. 하지만 아스널이 그동안 빅 샤이닝 보다는 잠재력이 강한 옵션 영입에 주력했다는 점에서, 대형 미드필더 이적설이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입니다. 시즌 중에 아스널 이적설로 주목을 끌었던 사힌은 도르트문트를 떠나 다음 시즌 레알 마드리드에서 뛸 예정입니다. 하지만 나스리-로시츠키-램지-윌셔가 파브레가스 대체자로 활약하기에는 '앞서 언급했던' 각각의 불안 요소가 있습니다. 파브레가스 대체자 보강 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맨시티는 야야 투레라는 공격형 미드필더가 있습니다. 하지만 투레는 전형적인 플레이메이커가 아닌 박스 투 박스 또는 앵커맨에 가까운 성향입니다. 배리-데 용으로 짜인 더블 볼란치와 함께 중원에서 공존하면서 맨시티의 색깔이 수비쪽으로 부각됐습니다. 제코가 프리미어리그 특유의 빠른 템포에 적응하지 못한 것도 자신의 공격력을 도와줄 마땅한 플레이메이커 부재가 없지 않았습니다. 실바는 엄연히 측면 자원이죠. 그런 맨시티가 다음 시즌 전술을 변화하려면 실바와 더불어 팀 공격을 풀어갈 플레이메이커가 필요합니다. 파브레가스(아스널) 이니에스타(FC 바르셀로나) 스네이더르(인터 밀란) 영입설이 이를 반증하죠.
현실적으로 파브레가스-이니에스타-스네이더르 중에 한 명이라도 데려올지는 의문입니다. 대형 선수 영입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기에는 FFP가 리스크로 작용합니다. 파브레가스는 그동안 FC 바르셀로나 이적을 꿈꾸었으며 이니에스타는 FC 바르셀로나가 다른 팀으로 보낼 확률이 거의 없습니다. 스네이더르는 맨유-첼시가 눈독들이는 선수 중에 한 명입니다. 하지만 전술 변화를 위해서는 플레이메이커 영입은 꼭 필요합니다. 배리-야야 투레-데 용이 중원을 짊어지면서, 야야 투레가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는 체제가 다음 시즌에도 유지되면 전술의 경직성이 커집니다. 맨시티는 중요한 경기에서 다양한 전술을 구사할 수 있는 레벨에 도달해야 합니다. 그 선택이 플레이메이커 영입에 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