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재미는 영건들의 행보입니다. 무럭무럭 성장했던 영건들이 올 시즌에는 '포텐 폭발'에 힘입어, 프리미어리그를 넘어 유럽과 세계 축구를 뜨겁게 달굴 새로운 축구 인재로 거듭났습니다. 특히 '런던 라이벌' 관계에 있는 첼시와 아스날은 각각 존 오비 미켈, 사미르 나스리(이상 23)의 두드러진 성장에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미켈과 나스리는 빅 클럽에서 꾸준히 활약했기 때문에 다른 영건들에 비하면 신선함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지난 시즌까지 빅 클럽의 영건으로만 여겨졌던 두 선수의 가치와 위상은 올 시즌에 이르러 온기가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 분명합니다. 지난 시즌보다 발전된 '기량'과 빅 클럽에서의 축적된 '경험'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자신감까지 더해지면서 물 오른 경기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기세를 놓고 보면 프리미어리그 최정상급 스타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시간 문제로 보입니다.

미켈-나스리, 올 시즌 '터닝 포인트' 제대로 찍었다

우선, 미켈과 나스리는 3가지의 공통점이 머릿속에 쉽게 떠오릅니다. 둘 다 1987년생 동갑내기이자 아프리카의 핏줄을 가졌습니다. 미켈은 나이지리아 출신이고, 나스리는 프랑스 국적이지만 알제리계 이민 2세입니다. 그리고 남아공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미켈은 나이지리아 대표팀의 에이스였으나 무릎 부상으로 월드컵에 뛰지 못했고, 나스리는 도메네크 전 감독의 선택에서 배제됐습니다. 앙리-리베리-말루다-고부-발부에나 같은 윙어 자원들에게 밀렸죠.

하지만 남아공 월드컵을 밟지 못했던 두 선수의 올 시즌 행보는 그 이전과 다릅니다. 월드컵에 뛰지 못했던 아쉬움을 만회하기 위해 마음을 잡았기 때문인지 지난 시즌보다 경기력의 퀄리티가 부쩍 좋아졌습니다. 경기 운영 능력이 부드러워진 것을 비롯해서, 공을 몰고 다니면서 종종 버벅거렸던 모습이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있으며, 넓어진 시야를 통한 과감한 공격 또는 킬패스를 연결하거나, 팀의 공격력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며 자신의 영향력을 넓히고 있습니다. 단순히 팀 뿐만이 아니라 프리미어리그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기며 성장을 거듭중입니다. 올 시즌에 '터닝 포인트'를 제대로 찍은 셈입니다.

미켈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최다 패스 시도 1위를 기록중입니다. 9경기 동안 총 645개(1경기 당 71.67개)의 패스를 연결하며 마이클 에시엔(637개, 첼시) 폴 스콜스(600개, 맨유) 배리 퍼거슨(592개, 버밍엄 시티) 스티븐 제라드(531개, 리버풀) 같은 농익은 경기력을 과시하는 미드필더들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패스 정확도에서도 91%를 기록하면서 네 명의 선수(각각 89%-90%-84%-82%)보다 더 높은 수치를 올렸죠. 공격의 젖줄 역할을 담당하면서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수비형 미드필더이기 때문에 패스 시도가 많을 수 밖에 없지만 어느 한 분야에서 리그 최고의 기록을 내달리는 것은 단순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물론 미켈의 기록은 과소평가 될 수 있습니다. 지난 시즌까지 과감한 패스보다는 안정적인 패스에 주력하며 잦은 백패스를 시도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패스 시도 및 정확도를 늘릴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의 미켈은 중장거리의 패스 빈도가 늘었을 뿐만 아니라 직선과 곡선을 골고루 활용하는 패스에 눈을 뜨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짧은 패스에 의지하기보다는 경기 상황에 따라 전방을 향해 다이렉트로 패스를 띄우며 결정적인 공격 기회를 마련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패스 시도 및 정확도가 높아졌던 것은, 미켈의 공격력이 향상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사실, 미켈은 공격력에 있어 두드러진 성장을 하지 못했습니다. 원 포지션은 공격형 미드필더였으나 첼시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육성되는 바람에 포지션 혼란으로 어려움을 겪었죠. 그래서 경기 집중력이 떨어지고 기복까지 심해지면서 불안정한 경기를 펼친적이 여럿 있었습니다. 공격력만을 놓고 보면 5년 전 나이지리아 청소년 대표팀 시절보다 저하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올 시즌에는 패스 형태가 다양해지고 그것을 바탕으로 경기를 지배하면서 자신의 영향력을 키우는 플레이메이커의 기질을 발휘중입니다. 상대에게 쉽게 볼을 빼앗기지 않을 정도로 볼 키핑력이 우수하고, 아프리카 특유의 빠른 순발력과 왕성한 움직임을 자랑하기 때문에, 그 자신감에 힘입어 창의적인 공격 색깔을 발휘하게 됐습니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미켈과 함께 발을 맞추는 미드필더들이 램퍼드-에시엔 입니다. 두 선수의 공격력은 프리미어리그에서 손꼽을 만큼 강렬한 존재감을 자랑하며, 지난 몇 년 동안 첼시의 중원을 지켰던 베테랑들 입니다. 미켈이 앞으로 부쩍 성장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램퍼드-에시엔과의 호흡에서 다져진 내공을 뽐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선수들과 함께 호흡을 맞춘 것 자체만으로도 영건 입장에서는 프리미어리그 최정상급 레벨로 도달하는데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첼시도 미켈의 성장이 있음에 앞날의 중원을 걱정하지 않게 됐습니다.

그리고 아스날의 나스리는 윙 포워드로서 두드러진 공격 포인트 향상에 눈을 뜨게 됐습니다. 지난 16일 버밍엄 시티전부터 24일 맨시티전에 이르기까지 3경기 연속 골을 비롯해서 2도움까지 추가했습니다. 특히 맨시티전에서는 전반 20분 아르샤빈과 감각적인 패스를 주고 받은끝에 선제골을 터뜨렸고, 후반 42분에는 벤트너에게 날카로운 침투패스로 도움을 올리며 아스날의 3-0 완승을 이끌었습니다. 지난 8월 21일 토트넘전, 8월 25일 웨스트 브로미치전에서 각각 2골씩을 기록했고 8월 28일 파르티전전 도움까지 포함하면 올 시즌 11경기에서 7골 3도움을 올렸습니다. 2008/09시즌 43경기 7골 5도움, 2009/10시즌 34경기 5골 4도움보다 부쩍 좋아진 기록입니다.

지금까지의 나스리는 공격 포인트보다는 측면에서 팀의 공격을 조율하고 볼 배급에 주력하는 이타적인 역할에 철저했습니다. 볼을 몰고가면서 상대 수비진을 과감히 파고들거나, 배후 공간을 찾는 모습 또한 두드러졌죠. 아스날 에이스 파브레가스가 상대의 압박에 흔들리지 않고 쉴새없이 과감한 공격력을 과시할 수 있었던 것도 나스리의 존재감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중앙에 파브레가스가 있다면 측면에는 나스리가 팀의 공격을 이끌며 상대 압박을 분산시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스포트라이트는 파브레가스쪽에 집중됐습니다. 거침없이 공격 포인트를 쌓은 것을 비롯해서 과감한 공격 돌파를 즐겨 구사하며 아스날 선수 중에서 가장 엄청난 파괴력을 자랑했기 때문입니다.

그랬던 나스리가 올 시즌에 달라졌습니다. 최근 3경기 연속골을 통해 아스날의 득점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기존의 조율 형태에서 벗어나 상대 박스에서 골을 노리는 흔적이 역력합니다. 그 과정에서는 반드시 피니시를 짓겠다는 집념이 강하게 묻어나옵니다. 공격 포인트에 대한 욕심이 발동한 것이죠.

그것은 팀 전술과 연관이 있습니다. 올 시즌 아스날로 이적한 샤막은 중앙 공격수로서 판 페르시-벤트너보다 활동 폭이 짧은 단점이 있습니다. 두 명의 공격수는 2선으로 내려오면서 후방 패스를 받아내고 재차 연계 플레이를 노리는 패턴을 즐겨 구사했지만 샤막은 최전방을 지키는 성향입니다. 더욱이 판 페르시-벤트너는 부상에서 회복된지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에 활동 폭을 넓히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아스날은 측면쪽을 넓게 잡으며 움직였던 나스리를 안쪽으로 쏠리게 하면서 중앙 공격수와의 활동 부담을 덜어주게 됐습니다. 이러한 전술 때문에 파브레가스의 공격 조율 의존도가 지난 시즌보다 높아진 불안 요소가 생겼지만, 나스리가 거침없이 공격 포인트를 몰아붙일 수 있는 것은 큰 소득입니다.

나스리가 꾸준히 성장해야 하는 이유는 훗날 파브레가스의 대체자가 유력하기 때문입니다. 파브레가스는 지난 여름 친정팀 FC 바르셀로나로 떠나겠다는 마음을 공개했습니다. 결국 아스날의 설득에 의해 다시 남게되었지만 이미 충성심에 흠집이 생겼기 때문에 적어도 오랫동안 런던에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나스리는 아스날에서 윙 포워드로 뛰고 있지만 원 포지션은 파브레가스와 똑같은 공격형 미드필더 입니다. 파브레가스에 비해 횡패스가 많은데다 중앙에서 볼을 끄는 습관 때문에 상대 수비에 커팅당하기 쉽습니다. 선수 본인은 중앙에서 뛰기를 원하기 때문에 앞으로 그런 부분을 해소해야 합니다. 올 시즌에 포텐이 폭발한 것 만으로도 지금보다 크게 성장할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2010 남아공 월드컵 개막이 얼마 안남은 상황에서 몇몇 선수들이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하차하는 현살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국 대표팀의 골 넣는 수비수 곽태휘가 지난달 30일 벨라루스전 경기 도중 왼쪽 무릎을 다치는 바람에 국내로 복귀한 것을 비롯해서 리오 퍼디난드(잉글랜드) 마이클 에시엔(가나) 미하엘 발라크(독일)도 출전할 수 없게 됐습니다. 디디에 드록바(코트디부아르) 아르연 로번(네덜란드)도 부상을 당했지만 월드컵 출전 여부는 좀 더 두고봐야 합니다.

월드컵 부상 악령은 나이지리아 대표팀에도 번졌습니다. 나이지리아의 에이스인 존 오비 미켈(23, 첼시)이 무릎 수술에서 완벽히 회복하지 못해 월드컵 출전을 포기했습니다. 미켈은 지난 4월 14일 볼턴전 경기 도중 케빈 데이비스와 충돌하면서 무릎을 다쳤고 회복 속도가 더디게 진행되면서 결국 남아공행 비행기에 탑승하지 못했습니다. 미켈 없이 남아공 월드컵에 출전하는 나이지리아는 16강 진출에 빨간불이 켜졌으며, 나이지라와 상대하는 한국-아르헨티나-그리스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됐습니다.

나이지리아에게 미켈 불참은 치명적, 한국의 승리 관건은 압박

우선, 미켈은 힘과 기교를 모두 겸비한 공격형 미드필더 입니다. 첼시에서는 홀딩맨이지만 대표팀에서는 팀 공격을 진두지휘 합니다. 주로 긴 패스를 통해 공격의 활로를 개척하며 상대 수비를 한 번에 넘길 수 있는 볼 배급을 자랑합니다. 하지만 첼시에서 홀딩맨 역할에 몸이 베이면서 공수 조율이 예전처럼 유연하지 못하며 나이지리아 경기력의 기복이 심한 것도 이 때문 입니다. 특히 순간적인 집중력 부족은 그동안 첼시에서 고질적인 약점으로 꼽혔습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공격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맡았으나 네임벨류 치고는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나이지리아에게 있어 미켈의 월드컵 불참은 치명적입니다. 나이지리아는 출중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공격수들이 두루 포진한 팀이고 수비에서는 조셉 요보(에버턴)가 버티고 있지만 미드필더진에서는 미켈 이외에는 내세울 만한 자원이 없습니다. 그동안 미켈과 함께 중원을 담당했던 세이 올로핀자나(헐 시티)가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되면서 개인 능력에서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자원이 취약합니다. 공격력이 강점인 미켈, 수비력이 뛰어난 올로핀자나가 빠진 나이지리아의 중원은 차포없이 남아공 월드컵을 치러야 합니다.

나이지리아는 샤이부 아모두 전 감독 체제였던 지난 1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 4-3-3을 구사했으며 최근 평가전에서 4-3-3을 쓰고 있습니다.(후반전에 4-4-2 실험) 아얄라 유수프(디나코 케이프) 사니 케이타(알라니야)가 수비형 미드필더, 칼루 우체(알메이라) 루크만 아루나(AS 모나코) 딕슨 에투후(풀럼) 은완코 카누(포츠머스)가 공격형 미드필더 자원으로 꼽힙니다. 카누는 원 포지션이 공격수이며 올해 34세의 노장입니다. '박주영 동료' 아루나는 모나코 경기를 꾸준히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공격력이 아직 여물지 않은 20세 미완의 대기입니다. 그러므로, 미켈-올로핀자나의 공백은 우체-에투후가 메울 것입니다.(6일 북한전에서는 에투후-아루나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습니다.)

우체는 공격수까지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로서 한국전에서 미켈의 대타 역할을 할 것입니다.(여기서 말하는 우체는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된 공격수 이케추쿠 우체 -소속 : 사라고사- 와 다른 선수입니다.) 안정된 볼 키핑력과 현란한 테크닉을 겸비한 공격옵션으로서 미켈과는 달리 짧은 패스에 주력합니다. 공격을 조율하는 능력은 미켈보다 부족하지만 동료 선수에게 공을 받는 움직임이 경쾌하기 때문에 한국전에서 많은 볼 터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입니다. 에투후는 그동안 궂은 역할에 대한 비중이 높았지만 상대 허리에 의해 뒷 공간을 쉽게 간파당하며 풀럼에서도 그 약점을 쉴세없이 노출했습니다.

그리고 나이지리아는 이미 네이션스컵에서 팀 플레이에 결함을 드러냈습니다. 미드필더진에서 패스 게임이 원활하지 않다보니 후방에서 전방으로 띄우는 롱볼에 대한 비중이 만만치 않았고 미켈도 긴 패스를 남발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공격 과정에서 공격수들의 화려한 개인 역량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으며 유기적인 콤비 플레이가 꾸준하지 않은 단점이 있습니다. 또한 아프리카 팀 답게 상대 미드필더들에게 뒷 공간을 쉽게 허용하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공격 중심의 경기를 펼치다보니 수비 전환 속도가 늦으며 종적인 움직임을 펼치는 팀들에게 고전하기 쉬운 타입입니다.

6일 북한전에서는 중원에서 패스 위주의 경기를 펼친끝에 3-1로 승리했습니다. 전반 초반부터 박스 안으로 치고드는 상황에서 원투패스와 2대1 패스를 통해 상대 수비 뒷 공간을 공략했고 아예그베니 야쿠부(에버턴)의 선제골도 그 과정에서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나이지리아의 패스 게임이 원활했던 이유는 북한 수비가 평소와 달리 투쟁적이지 않았고 몸이 무거웠던 영향이 컸습니다. 오히려 나이지리아의 패스는 후반들어 매끄럽지 않게 진행되면서 긴 패스를 올리는 습관을 다시 노출했습니다. 후반전에 4-4-2로 전환하면서 점유율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으나 공격 템포가 느리게 전개되는 약점을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나이지리아는 기존 미드필더 자원이 아르헨티나-그리스와의 월드컵 본선 1~2차전에서 제 역할을 못하면 한국과의 3차전에서 윙 포워드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리는 변형 전술을 구사할지 모릅니다. 나이지리아로서 한국전은 16강 진출을 위해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이기 때문에 공격적인 작전을 구사할 것이며 두꺼운 윙 포워드 자원을 넓게 활용할 것입니다. 빅토르 오빈나(말라가) 피터 오뎀윈지(로코모티브 모스크바)를 좌우 윙 포워드에 배치하면서 존 우타카(포츠머스) 치네두 오바시(호펜하임) 중에 누군가를 공격형 미드필더 자원으로 놓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앙은 측면보다 압박의 제약을 많이 받는 공간이기 때문에 이 작전이 성공적으로 통할지는 의문입니다.

만약 미켈이 월드컵에 참가하여 한국전에 출전했다면 우리 미드필더들의 압박 작업이 어려움을 겪었을 것입니다. 미켈은 주로 하프라인 부근에서 공격을 풀어가며 빠른 볼 배급을 통해 긴 패스를 연결하면서 때로는 짧은 패스로 공격을 조율하는 스타일입니다. 그래서 허정무호 공격 옵션들의 수비 부담이 늘어날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만약 한국이 4-2-3-1을 썼다면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할 박지성이 미켈을 전방 압박하는 임무를 맡았겠지만 원톱 박주영이 2선으로 가담하지 않으면 한국의 공격 밸런스가 무너졌을지 모릅니다. 나이지리아전 승리로 16강 진출을 굳혀야 하는 한국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은 시나리오 입니다.

지금까지의 나이지리아 중원 행보를 요약하면, 미켈의 결장은 한국의 나이지리아전 승리 가능성을 예감케 합니다. 현대 축구에서는 중원을 장악하는 팀이 원하는 결과를 거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미드필더 싸움에서는 한국이 나이지리아보다 더 강할 것으로 봅니다. 한국의 미드필더 압박 능력은 코트디부아르-스페인전에서 충분히 증명 됐습니다. 나이지리아 중원 옵션들이 소유한 공을 빼앗아 그 즉시 빠른 역습을 가하며 상대의 약점인 수비 뒷 공간을 공략하면 충분한 승산이 있습니다. 나이지리아전 승리의 관건은 압박이며, 미켈의 월드컵 좌절은 한국에게 호재로 작용하게 됐습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A매치 데이를 끝내고 장기 레이스 일정에 돌입했습니다. 특히 첼시-아스날-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선두권 경쟁은 일부 주축 선수들이 A매치 데이 기간에 부상 당하면서 전력 약화가 예상 됐습니다. 그러더니 이번 13라운드에서 세 팀의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첼시와 맨유는 각각 22일 새벽 0시와 2시 30분(이하 한국시간)에 열린 울버햄튼, 에버튼과의 경기에서 4-0, 3-0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두 팀 모두 경기 초반부터 높은 점유율을 앞세워 상대 진영을 조였고 그 흐름은 경기 종료까지 계속 됐습니다. 공교롭게도 두 팀의 골은 공격수가 아닌 미드필더들이 해결했습니다. 첼시는 말루다-에시엔(2골)-조 콜이 4골 승리를 이끌었고 맨유는 플래쳐-캐릭-발렌시아가 골을 넣었습니다. 부상 선수들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경기 내용에서 나무랄 것이 없었습니다.

반면 아스날은 첼시와 같은 시간에 열린 선더랜드전에서 0-1로 패하면서 3위로 내려 앉았습니다. 그동안 골 넣는 공격축구로 많은 이들의 시선을 끌었던 아스날의 선더랜드전 무득점은 그동안의 행보와 대조적입니다. 선두 첼시를 추격해야 할 아스날로서는 선더랜드전 패배가 아쉽게 느껴집니다. 판 페르시-벤트너 같은 공격 자원들이 부상으로 빠지고 안드리 아르샤빈이 사흘 전 A매치 데이 출전으로 인한 체력 약화로 공격의 무게감이 약해진 것이 선더랜드전 패인입니다. 판 페르시-벤트너의 결장 기간이 적지 않음을 상기하면 내림세가 우려됩니다.

아스날과는 반대로 첼시와 맨유는 13라운드 승리를 통해 오름세를 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일부 주축 선수들의 부상 속에서도 승리했다는 점은 앞으로의 경기에서 좋은 기세를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특히 두 팀이 2004/05시즌 이후 5시즌 중에 4시즌을 사이좋게 1~2위를 기록했음을 상기하면 올 시즌에도 치열한 선두권 및 리그 우승 경쟁을 펼칠 가능성이 큽니다. 이것은 두 팀이 리그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었음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꾸준함은 올 시즌에도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만약 첼시와 맨유 전력에 있어 꾸준함이라는 키워드가 없었다면 13라운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아스날처럼 일부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휘청거리거나 혹은 평소답지 못한 경기 운영을 펼쳤겠죠. 하지만 첼시와 맨유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키워드가 내제되어 있습니다.

바로 살림꾼입니다. 첼시는 램퍼드-발라크의 부상으로 팀 전력의 근간인 다이아몬드가 파괴 될 위기에 있었으나 마이클 에시엔의 건재속에 울버햄튼을 제압했습니다. 에시엔은 평소에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오른쪽 미드필더로서 발라크의 역할을 대신 맡아 공수 양면에서 특유의 부지런함을 발휘했습니다. 악착같은 수비 능력과 공간 장악, 적극적인 공격 가담에 의한 2골을 넣으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에시엔을 대신해서 중원을 맡은 존 오비 미켈은 궃은 역할을 척척 소화함과 동시에 경이적인 패싱력으로 팀 승리의 숨은 주역이 됐습니다.

에시엔과 미켈의 울버햄튼전 패스 정확도는 각각 85.2%(61개 시도 52개 성공) 93.1%(72개 시도 67개 성공) 입니다. 이것은 첼시가 효율적인 공격 전개에 따른 점유율 향상으로 공격적인 축구를 펼칠 수 있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흔히 살림꾼하면 수비만 잘하는 미드필더를 떠올리기 쉽지만 현대 축구에서는 중원 옵션들의 패싱력과 공간 활용 능력이 우선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특히 공격 전개가 중요시되는 현대 축구의 흐름에서는 에시엔과 미켈 같은 공수 능력이 모두 뛰어난 살림꾼이 인정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허정무호에서 김남일이 인정받는 이유도 이와 일치합니다.)

사실, 에시엔과 미켈은 포지션 경쟁자입니다. 에시엔은 개인의 실력과 움직임, 임펙트, 집중력, 경험에서 미켈을 앞서면서 지금까지 첼시의 살림꾼 노릇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하지만 동료 미드필더가 결장하면 두 선수는 경쟁에서 공존 관계로 변합니다. 에시엔이 중원뿐만 아니라 좌우 미드필더와 공격형 미드필더(무리뉴 체제에서는 센터백, 오른쪽 풀백까지)를 능수능란하게 소화하기 때문에 결장 선수의 공백을 메우고 미켈이 중원을 비집고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첼시는 에시엔과 미켈 덕분에 다이아몬드의 철옹성 위용을 뽐낸 것입니다.

첼시에 에시엔과 미켈이 있다면 맨유는 대런 플래쳐가 있습니다. 플래쳐는 에버튼전에서 마이클 캐릭과 함께 공수의 중심 역할을 맡으면서 경기를 조율했습니다. 그는 수비 상황에서는 캐릭보다 밑에 처지면서 에버튼 선수들보다 좋은 위치를 선점한 뒤 상대의 공격 길목을 미리 차단하고 압박 상황에서 높은 집중력을 발휘했습니다. 그래서 맨유는 퍼디난드-에반스-오셰이-파비우 같은 수비 자원들의 부상 속에서도 플래쳐의 튼튼한 수비력을 앞세워 무실점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특히 플래쳐는 맨유 중앙 미드필더 중에서 공격 전개 능력이 가장 뛰어납니다. 중원에서 공을 커트하거나 동료 선수로부터 공을 받으면 그 즉시 전방 옵션 또는 상대 수비 공간이 뚫려있는 쪽으로 공을 띄우며 팀의 빌드업을 주도합니다. 정확한 패싱력과 뛰어난 볼 센스, 넓은 시야, 지능적인 경기 운영, 4-4-2의 중앙 미드필더로서 버틸 수 있는 넓은 활동량을 십분 발휘하며 맨유의 공격을 주도합니다. 이 과정에서 맨유는 플래쳐가 포진한 중앙 미드필더를 중심으로 여러 형태의 패스를 빠르게 이어나가며 높은 볼 점유율을 확보하여 공격적인 경기를 펼칩니다.

플래쳐의 에버튼전 패스 정확도는 93.2%(73개 시도 68개 성공) 입니다. 맨유 미드필더들 중에서 가장 높은 패스 정확도와 패스 시도를 기록했고 이날 경기에서 전반 35분 멋진 발리슛으로 선제골까지 넣으며 팀 승리의 주역으로 거듭났습니다. 여기에 앞서 언급한 것 처럼, 수비력까지 포함하면 이날 경기에서 만능적인 활약을 펼쳤습니다. 그래서 맨유는 플래쳐의 맹활약 속에 폴 스콜스의 체력 저하 문제를 뒤덮을 수 있는 명분을 마련했습니다.

이렇게 살림꾼의 존재감은 현대 축구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리버풀과 아스날이 각각 사비 알론소, 마티유 플라미니의 이적 이후 중원에서의 수비력과 공격 전개가 매끄럽지 못했던 것 처럼 살림꾼은 팀의 전력 및 성적까지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존재입니다.(플라미니의 아스날은 지난 시즌을 말합니다.) 에시엔과 미켈, 그리고 플래쳐가 앞으로도 꾸준한 오름세를 발휘하면 첼시와 맨유는 거듭된 순항을 할 것입니다. 든든한 살림꾼을 보유한 첼시와 맨유가 무너저지 않는 것은 당연한 현상입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