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재미는 영건들의 행보입니다. 무럭무럭 성장했던 영건들이 올 시즌에는 '포텐 폭발'에 힘입어, 프리미어리그를 넘어 유럽과 세계 축구를 뜨겁게 달굴 새로운 축구 인재로 거듭났습니다. 특히 '런던 라이벌' 관계에 있는 첼시와 아스날은 각각 존 오비 미켈, 사미르 나스리(이상 23)의 두드러진 성장에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미켈과 나스리는 빅 클럽에서 꾸준히 활약했기 때문에 다른 영건들에 비하면 신선함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지난 시즌까지 빅 클럽의 영건으로만 여겨졌던 두 선수의 가치와 위상은 올 시즌에 이르러 온기가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 분명합니다. 지난 시즌보다 발전된 '기량'과 빅 클럽에서의 축적된 '경험'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자신감까지 더해지면서 물 오른 경기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기세를 놓고 보면 프리미어리그 최정상급 스타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시간 문제로 보입니다.

미켈-나스리, 올 시즌 '터닝 포인트' 제대로 찍었다

우선, 미켈과 나스리는 3가지의 공통점이 머릿속에 쉽게 떠오릅니다. 둘 다 1987년생 동갑내기이자 아프리카의 핏줄을 가졌습니다. 미켈은 나이지리아 출신이고, 나스리는 프랑스 국적이지만 알제리계 이민 2세입니다. 그리고 남아공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미켈은 나이지리아 대표팀의 에이스였으나 무릎 부상으로 월드컵에 뛰지 못했고, 나스리는 도메네크 전 감독의 선택에서 배제됐습니다. 앙리-리베리-말루다-고부-발부에나 같은 윙어 자원들에게 밀렸죠.

하지만 남아공 월드컵을 밟지 못했던 두 선수의 올 시즌 행보는 그 이전과 다릅니다. 월드컵에 뛰지 못했던 아쉬움을 만회하기 위해 마음을 잡았기 때문인지 지난 시즌보다 경기력의 퀄리티가 부쩍 좋아졌습니다. 경기 운영 능력이 부드러워진 것을 비롯해서, 공을 몰고 다니면서 종종 버벅거렸던 모습이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있으며, 넓어진 시야를 통한 과감한 공격 또는 킬패스를 연결하거나, 팀의 공격력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며 자신의 영향력을 넓히고 있습니다. 단순히 팀 뿐만이 아니라 프리미어리그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기며 성장을 거듭중입니다. 올 시즌에 '터닝 포인트'를 제대로 찍은 셈입니다.

미켈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최다 패스 시도 1위를 기록중입니다. 9경기 동안 총 645개(1경기 당 71.67개)의 패스를 연결하며 마이클 에시엔(637개, 첼시) 폴 스콜스(600개, 맨유) 배리 퍼거슨(592개, 버밍엄 시티) 스티븐 제라드(531개, 리버풀) 같은 농익은 경기력을 과시하는 미드필더들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패스 정확도에서도 91%를 기록하면서 네 명의 선수(각각 89%-90%-84%-82%)보다 더 높은 수치를 올렸죠. 공격의 젖줄 역할을 담당하면서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수비형 미드필더이기 때문에 패스 시도가 많을 수 밖에 없지만 어느 한 분야에서 리그 최고의 기록을 내달리는 것은 단순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물론 미켈의 기록은 과소평가 될 수 있습니다. 지난 시즌까지 과감한 패스보다는 안정적인 패스에 주력하며 잦은 백패스를 시도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패스 시도 및 정확도를 늘릴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의 미켈은 중장거리의 패스 빈도가 늘었을 뿐만 아니라 직선과 곡선을 골고루 활용하는 패스에 눈을 뜨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짧은 패스에 의지하기보다는 경기 상황에 따라 전방을 향해 다이렉트로 패스를 띄우며 결정적인 공격 기회를 마련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패스 시도 및 정확도가 높아졌던 것은, 미켈의 공격력이 향상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사실, 미켈은 공격력에 있어 두드러진 성장을 하지 못했습니다. 원 포지션은 공격형 미드필더였으나 첼시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육성되는 바람에 포지션 혼란으로 어려움을 겪었죠. 그래서 경기 집중력이 떨어지고 기복까지 심해지면서 불안정한 경기를 펼친적이 여럿 있었습니다. 공격력만을 놓고 보면 5년 전 나이지리아 청소년 대표팀 시절보다 저하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올 시즌에는 패스 형태가 다양해지고 그것을 바탕으로 경기를 지배하면서 자신의 영향력을 키우는 플레이메이커의 기질을 발휘중입니다. 상대에게 쉽게 볼을 빼앗기지 않을 정도로 볼 키핑력이 우수하고, 아프리카 특유의 빠른 순발력과 왕성한 움직임을 자랑하기 때문에, 그 자신감에 힘입어 창의적인 공격 색깔을 발휘하게 됐습니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미켈과 함께 발을 맞추는 미드필더들이 램퍼드-에시엔 입니다. 두 선수의 공격력은 프리미어리그에서 손꼽을 만큼 강렬한 존재감을 자랑하며, 지난 몇 년 동안 첼시의 중원을 지켰던 베테랑들 입니다. 미켈이 앞으로 부쩍 성장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램퍼드-에시엔과의 호흡에서 다져진 내공을 뽐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선수들과 함께 호흡을 맞춘 것 자체만으로도 영건 입장에서는 프리미어리그 최정상급 레벨로 도달하는데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첼시도 미켈의 성장이 있음에 앞날의 중원을 걱정하지 않게 됐습니다.

그리고 아스날의 나스리는 윙 포워드로서 두드러진 공격 포인트 향상에 눈을 뜨게 됐습니다. 지난 16일 버밍엄 시티전부터 24일 맨시티전에 이르기까지 3경기 연속 골을 비롯해서 2도움까지 추가했습니다. 특히 맨시티전에서는 전반 20분 아르샤빈과 감각적인 패스를 주고 받은끝에 선제골을 터뜨렸고, 후반 42분에는 벤트너에게 날카로운 침투패스로 도움을 올리며 아스날의 3-0 완승을 이끌었습니다. 지난 8월 21일 토트넘전, 8월 25일 웨스트 브로미치전에서 각각 2골씩을 기록했고 8월 28일 파르티전전 도움까지 포함하면 올 시즌 11경기에서 7골 3도움을 올렸습니다. 2008/09시즌 43경기 7골 5도움, 2009/10시즌 34경기 5골 4도움보다 부쩍 좋아진 기록입니다.

지금까지의 나스리는 공격 포인트보다는 측면에서 팀의 공격을 조율하고 볼 배급에 주력하는 이타적인 역할에 철저했습니다. 볼을 몰고가면서 상대 수비진을 과감히 파고들거나, 배후 공간을 찾는 모습 또한 두드러졌죠. 아스날 에이스 파브레가스가 상대의 압박에 흔들리지 않고 쉴새없이 과감한 공격력을 과시할 수 있었던 것도 나스리의 존재감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중앙에 파브레가스가 있다면 측면에는 나스리가 팀의 공격을 이끌며 상대 압박을 분산시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스포트라이트는 파브레가스쪽에 집중됐습니다. 거침없이 공격 포인트를 쌓은 것을 비롯해서 과감한 공격 돌파를 즐겨 구사하며 아스날 선수 중에서 가장 엄청난 파괴력을 자랑했기 때문입니다.

그랬던 나스리가 올 시즌에 달라졌습니다. 최근 3경기 연속골을 통해 아스날의 득점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기존의 조율 형태에서 벗어나 상대 박스에서 골을 노리는 흔적이 역력합니다. 그 과정에서는 반드시 피니시를 짓겠다는 집념이 강하게 묻어나옵니다. 공격 포인트에 대한 욕심이 발동한 것이죠.

그것은 팀 전술과 연관이 있습니다. 올 시즌 아스날로 이적한 샤막은 중앙 공격수로서 판 페르시-벤트너보다 활동 폭이 짧은 단점이 있습니다. 두 명의 공격수는 2선으로 내려오면서 후방 패스를 받아내고 재차 연계 플레이를 노리는 패턴을 즐겨 구사했지만 샤막은 최전방을 지키는 성향입니다. 더욱이 판 페르시-벤트너는 부상에서 회복된지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에 활동 폭을 넓히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아스날은 측면쪽을 넓게 잡으며 움직였던 나스리를 안쪽으로 쏠리게 하면서 중앙 공격수와의 활동 부담을 덜어주게 됐습니다. 이러한 전술 때문에 파브레가스의 공격 조율 의존도가 지난 시즌보다 높아진 불안 요소가 생겼지만, 나스리가 거침없이 공격 포인트를 몰아붙일 수 있는 것은 큰 소득입니다.

나스리가 꾸준히 성장해야 하는 이유는 훗날 파브레가스의 대체자가 유력하기 때문입니다. 파브레가스는 지난 여름 친정팀 FC 바르셀로나로 떠나겠다는 마음을 공개했습니다. 결국 아스날의 설득에 의해 다시 남게되었지만 이미 충성심에 흠집이 생겼기 때문에 적어도 오랫동안 런던에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나스리는 아스날에서 윙 포워드로 뛰고 있지만 원 포지션은 파브레가스와 똑같은 공격형 미드필더 입니다. 파브레가스에 비해 횡패스가 많은데다 중앙에서 볼을 끄는 습관 때문에 상대 수비에 커팅당하기 쉽습니다. 선수 본인은 중앙에서 뛰기를 원하기 때문에 앞으로 그런 부분을 해소해야 합니다. 올 시즌에 포텐이 폭발한 것 만으로도 지금보다 크게 성장할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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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하늘엔별 2010.10.28 06: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축구만큼 부침이 많은 경기도 없는 것 같아요.
    어제 박지성이 골을 넣었지만, 자꾸 영건들한테 밀리는 느낌은 어쩔 수 없네요. ^^;

  2. 저녁노을 2010.10.28 06: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보고갑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3. 펨께 2010.10.28 06: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국 축구소식 잘 보고 갑니다.

  4. 유키no 2010.10.28 07: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보고가요 ^^ 효리사랑님 방문자수 보면 ㅋ 정말 대단하신 것같아요 ^^ 좋은 하루되세요

  5. DDing 2010.10.28 07: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은 유키노님 댓글을 보고 더 깜짝 놀랐네요.
    정말 방문자 수가 ㅎㄷㄷ 하네요. 앞으로도 건승하세요~ ^^

  6. 조띵 2010.10.28 07: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축구에는 문외한 이어서 누가 누군지도 잘 모르겠네요..ㅠ.ㅠ
    그래도 잘 보고 갑니다~~

  7. 꽁보리밥 2010.10.28 07: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미켈과 나스리 두 선수의 선전을 기대해 봅니다.
    우리나라도 좋은 인재들이 많이 나와줌 얼마나 좋을까
    싶습니다.
    좋은 분석에 의한 글 잘 보고 갑니다.^^

  8. 2010.10.28 08: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9. 백전백승 2010.10.28 09: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프리미어리그 전 경기는 안 보고 하이라트보는데 첼시의 하이라이트가 나오면 미켈이 나오는지 보고 아스날의 하이라이트가 나오면 나스리가 나오는지 볼께요.
    ps. 어제 인터밀란과 토트넘의 경기를 보려고 했는데 못 보아 결과를 아시면 그 결과를 알려주세요.

  10. 미켈의 변화는 2010.10.28 10: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뭐라할까 지난 모습을 돌이켜 보자면 다소 아쉽거나 계륵같다고 느겻는대 두디어 본 실력이 나오기 시작하는군요..향후 어떤모습으로 발전될지 기대가 됩니다

  11. 찰리 2010.10.28 20: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확실히 나스리가 요즘 물이 올랐어요~
    원래 공격력과 한방이 있는 편이긴 했는데
    약간 겉도는 느낌이 강했죠.확실히 이번시즌
    뭘해야 할지 아는 듯한 모습을 보이더군요~
    근데 이상하게 나스리가 잘하니 요즘 디아비가
    겉도는 느낌이 드네요~ㅎㅎ

    미켈도 예전보다 더욱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공격전개도 잘하더군요~ㅎㅎ

  12. 호날두 사랑 2010.10.30 12: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 첼시와 맨유가 법정까지 가는 혈투 끝에 결국 첼시가 미켈을 데려오는데 성공할만큼 유망한 인재였는데 드디어 빛을 보는듯... ㅎㅎ 흐뭇하네요 ㅎ

  13. 하하 2010.10.30 21: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파온라인에서 미켈-나스리 를 센터로 기용하는데 .. 실제로도 잘한다니 뿌듯하군요 ㅎ

  14. gunners 2010.10.31 18: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송을 빼먹으셨어요 ㅎㅎ

    아주 올 시즌 미친 존재감을 뿜어내는 우리 송 ㅎㅎ

    아스널이 언제까지나 우승후보를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이러한 영건들이 많기 때문이죠

    거의 매시즌 한명씩은 포텐이 터져 주니까 ㅎㅎ

  15. ㅇㅅㅇ 2010.11.01 17: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스리 패스도 좋은데다 개인기가 너무훌륭해서 멀티플레이어인듯 물론 본인은 공미로서 활약하고 싶겠지만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