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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미켈의 월드컵 좌절, 한국 승리를 예상하며

 

2010 남아공 월드컵 개막이 얼마 안남은 상황에서 몇몇 선수들이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하차하는 현살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국 대표팀의 골 넣는 수비수 곽태휘가 지난달 30일 벨라루스전 경기 도중 왼쪽 무릎을 다치는 바람에 국내로 복귀한 것을 비롯해서 리오 퍼디난드(잉글랜드) 마이클 에시엔(가나) 미하엘 발라크(독일)도 출전할 수 없게 됐습니다. 디디에 드록바(코트디부아르) 아르연 로번(네덜란드)도 부상을 당했지만 월드컵 출전 여부는 좀 더 두고봐야 합니다.

월드컵 부상 악령은 나이지리아 대표팀에도 번졌습니다. 나이지리아의 에이스인 존 오비 미켈(23, 첼시)이 무릎 수술에서 완벽히 회복하지 못해 월드컵 출전을 포기했습니다. 미켈은 지난 4월 14일 볼턴전 경기 도중 케빈 데이비스와 충돌하면서 무릎을 다쳤고 회복 속도가 더디게 진행되면서 결국 남아공행 비행기에 탑승하지 못했습니다. 미켈 없이 남아공 월드컵에 출전하는 나이지리아는 16강 진출에 빨간불이 켜졌으며, 나이지라와 상대하는 한국-아르헨티나-그리스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됐습니다.

나이지리아에게 미켈 불참은 치명적, 한국의 승리 관건은 압박

우선, 미켈은 힘과 기교를 모두 겸비한 공격형 미드필더 입니다. 첼시에서는 홀딩맨이지만 대표팀에서는 팀 공격을 진두지휘 합니다. 주로 긴 패스를 통해 공격의 활로를 개척하며 상대 수비를 한 번에 넘길 수 있는 볼 배급을 자랑합니다. 하지만 첼시에서 홀딩맨 역할에 몸이 베이면서 공수 조율이 예전처럼 유연하지 못하며 나이지리아 경기력의 기복이 심한 것도 이 때문 입니다. 특히 순간적인 집중력 부족은 그동안 첼시에서 고질적인 약점으로 꼽혔습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공격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맡았으나 네임벨류 치고는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나이지리아에게 있어 미켈의 월드컵 불참은 치명적입니다. 나이지리아는 출중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공격수들이 두루 포진한 팀이고 수비에서는 조셉 요보(에버턴)가 버티고 있지만 미드필더진에서는 미켈 이외에는 내세울 만한 자원이 없습니다. 그동안 미켈과 함께 중원을 담당했던 세이 올로핀자나(헐 시티)가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되면서 개인 능력에서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자원이 취약합니다. 공격력이 강점인 미켈, 수비력이 뛰어난 올로핀자나가 빠진 나이지리아의 중원은 차포없이 남아공 월드컵을 치러야 합니다.

나이지리아는 샤이부 아모두 전 감독 체제였던 지난 1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 4-3-3을 구사했으며 최근 평가전에서 4-3-3을 쓰고 있습니다.(후반전에 4-4-2 실험) 아얄라 유수프(디나코 케이프) 사니 케이타(알라니야)가 수비형 미드필더, 칼루 우체(알메이라) 루크만 아루나(AS 모나코) 딕슨 에투후(풀럼) 은완코 카누(포츠머스)가 공격형 미드필더 자원으로 꼽힙니다. 카누는 원 포지션이 공격수이며 올해 34세의 노장입니다. '박주영 동료' 아루나는 모나코 경기를 꾸준히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공격력이 아직 여물지 않은 20세 미완의 대기입니다. 그러므로, 미켈-올로핀자나의 공백은 우체-에투후가 메울 것입니다.(6일 북한전에서는 에투후-아루나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습니다.)

우체는 공격수까지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로서 한국전에서 미켈의 대타 역할을 할 것입니다.(여기서 말하는 우체는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된 공격수 이케추쿠 우체 -소속 : 사라고사- 와 다른 선수입니다.) 안정된 볼 키핑력과 현란한 테크닉을 겸비한 공격옵션으로서 미켈과는 달리 짧은 패스에 주력합니다. 공격을 조율하는 능력은 미켈보다 부족하지만 동료 선수에게 공을 받는 움직임이 경쾌하기 때문에 한국전에서 많은 볼 터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입니다. 에투후는 그동안 궂은 역할에 대한 비중이 높았지만 상대 허리에 의해 뒷 공간을 쉽게 간파당하며 풀럼에서도 그 약점을 쉴세없이 노출했습니다.

그리고 나이지리아는 이미 네이션스컵에서 팀 플레이에 결함을 드러냈습니다. 미드필더진에서 패스 게임이 원활하지 않다보니 후방에서 전방으로 띄우는 롱볼에 대한 비중이 만만치 않았고 미켈도 긴 패스를 남발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공격 과정에서 공격수들의 화려한 개인 역량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으며 유기적인 콤비 플레이가 꾸준하지 않은 단점이 있습니다. 또한 아프리카 팀 답게 상대 미드필더들에게 뒷 공간을 쉽게 허용하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공격 중심의 경기를 펼치다보니 수비 전환 속도가 늦으며 종적인 움직임을 펼치는 팀들에게 고전하기 쉬운 타입입니다.

6일 북한전에서는 중원에서 패스 위주의 경기를 펼친끝에 3-1로 승리했습니다. 전반 초반부터 박스 안으로 치고드는 상황에서 원투패스와 2대1 패스를 통해 상대 수비 뒷 공간을 공략했고 아예그베니 야쿠부(에버턴)의 선제골도 그 과정에서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나이지리아의 패스 게임이 원활했던 이유는 북한 수비가 평소와 달리 투쟁적이지 않았고 몸이 무거웠던 영향이 컸습니다. 오히려 나이지리아의 패스는 후반들어 매끄럽지 않게 진행되면서 긴 패스를 올리는 습관을 다시 노출했습니다. 후반전에 4-4-2로 전환하면서 점유율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으나 공격 템포가 느리게 전개되는 약점을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나이지리아는 기존 미드필더 자원이 아르헨티나-그리스와의 월드컵 본선 1~2차전에서 제 역할을 못하면 한국과의 3차전에서 윙 포워드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리는 변형 전술을 구사할지 모릅니다. 나이지리아로서 한국전은 16강 진출을 위해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이기 때문에 공격적인 작전을 구사할 것이며 두꺼운 윙 포워드 자원을 넓게 활용할 것입니다. 빅토르 오빈나(말라가) 피터 오뎀윈지(로코모티브 모스크바)를 좌우 윙 포워드에 배치하면서 존 우타카(포츠머스) 치네두 오바시(호펜하임) 중에 누군가를 공격형 미드필더 자원으로 놓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앙은 측면보다 압박의 제약을 많이 받는 공간이기 때문에 이 작전이 성공적으로 통할지는 의문입니다.

만약 미켈이 월드컵에 참가하여 한국전에 출전했다면 우리 미드필더들의 압박 작업이 어려움을 겪었을 것입니다. 미켈은 주로 하프라인 부근에서 공격을 풀어가며 빠른 볼 배급을 통해 긴 패스를 연결하면서 때로는 짧은 패스로 공격을 조율하는 스타일입니다. 그래서 허정무호 공격 옵션들의 수비 부담이 늘어날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만약 한국이 4-2-3-1을 썼다면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할 박지성이 미켈을 전방 압박하는 임무를 맡았겠지만 원톱 박주영이 2선으로 가담하지 않으면 한국의 공격 밸런스가 무너졌을지 모릅니다. 나이지리아전 승리로 16강 진출을 굳혀야 하는 한국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은 시나리오 입니다.

지금까지의 나이지리아 중원 행보를 요약하면, 미켈의 결장은 한국의 나이지리아전 승리 가능성을 예감케 합니다. 현대 축구에서는 중원을 장악하는 팀이 원하는 결과를 거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미드필더 싸움에서는 한국이 나이지리아보다 더 강할 것으로 봅니다. 한국의 미드필더 압박 능력은 코트디부아르-스페인전에서 충분히 증명 됐습니다. 나이지리아 중원 옵션들이 소유한 공을 빼앗아 그 즉시 빠른 역습을 가하며 상대의 약점인 수비 뒷 공간을 공략하면 충분한 승산이 있습니다. 나이지리아전 승리의 관건은 압박이며, 미켈의 월드컵 좌절은 한국에게 호재로 작용하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