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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토레스, 챔스 우승 위해 리버풀 떠날까?

 

라파엘 베니테즈 전 감독이 지난 3일 리버풀에서 경질 됐습니다. 프리미어리그 4위 진입 실패 및 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 32강 탈락의 여파가 컸고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할 수 없습니다. 재정난에 시달리는 리버풀에게는 큰 타격이며 베니테즈 감독이 그 책임을 지게 됐습니다. 또한 리버풀은 팀의 재정 확충을 위해 몇몇 주축 선수들을 이적시킬 것으로 보입니다.

그중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인물이 페르난도 토레스(26)입니다. 토레스는 리버풀에 대한 충성심이 높기로 잘 알려진 선수지만 어쩌면 올해 여름, 특히 남아공 월드컵 이후에 다른 팀으로 떠날 가능성이 큽니다. 그동안 이적설이 끊이지 않았지만 이제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래서 토레스 이적에 대한 두 가지의 상반된 시각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토레스는 리버풀을 떠나야 한다

리버풀은 미국 출신의 톰 힉스-조지 질레트 두 구단주의 무능한 구단 운영 때문에 많은 빚을 지게 됐습니다.(심지어 두 구단주는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첼시로부터 토레스 영입에 4000만 파운드(약 721억원) 제의를 받았기 때문에 재정난을 해소할 수 있는 돌파구가 열렸습니다. 토레스와 그의 에이전트는 지금까지 이적설을 부인했지만, 카카가 지난해 여름 AC밀란 재정난의 영향으로 레알 마드리드에 입단했던 사례처럼 리버풀을 떠날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토레스는 자신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위해 2007년 여름 리버풀에 이적한 선수였습니다. 전 소속팀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레알 마드리드-FC 바르셀로나 때문에 프리메라리가 우승을 할 수 없었고 챔피언스리그에 우승할 수 있는 레벨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2004/05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스페인 국적의 지도자(베니테즈 전 감독)이 있는 리버풀 이적을 택했습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이어 리버풀에서도 소속팀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지만 유럽 제패의 목표는 지금도 변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리버풀은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할 수 없으며 토트넘-맨시티의 약진이 두드러지면서 프리미어리그 4위권에 다시 이름을 올릴지 의문입니다. 새로운 감독이 지휘봉을 잡아 리버풀의 부흥을 이끌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이적시장에서 많은 돈을 투자할 수 없는 지금의 현실과 맞지 않은 시나리오입니다. 어쩌면 토레스가 리버풀의 일원으로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장면은 몇년 뒤에 이루어지거나 아니면 못볼 수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후자가 유력합니다.

토레스가 세계 최정상급 공격수의 실력을 가진 것은 누구도 부정을 못합니다. 하지만 리버풀에서 컵대회 우승 한 번이라도 경험을 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카카-호날두-메시가 2007년 부터 2009년까지 1년 단위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면서 세계 최고의 선수로 도약했던 사례처럼, 현대 축구에서 에이스는 팀의 운명과 공동체가 되었습니다. 에이스의 활약에 따라 팀의 성적이 엇갈리기 때문입니다. 토레스는 리버풀에서의 3시즌 동안 79경기에서 56골을 몰아쳤지만 자신을 둘러싼 환경적 여건이 안좋았기 때문에(재정난, 알론소 이적 여파, 그 외 등등) 리버풀에서 우승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토레스는 2010/11시즌 리버풀에 잔류할 경우 챔피언스리그가 아닌 유로파 리그에서 유럽 제패를 노려야 합니다. 하지만 토레스의 명성 치고는 유로파 리그가 물이 좁습니다. 물론 카카도 2007/08시즌 AC밀란의 세리에A 5위 추락으로 다음 시즌 유로파 리그를 뛰었지만 그 사이에 호날두-메시에게 '세계 최고의 선수' 자리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자신의 스페인 대표팀 단짝이었던 다비드 비야가 명성적인 측면에서 과소평가 되었던 이유는 챔피언스리그에서 두각을 떨치지 못했던 발렌시아 소속이었기 때문입니다.(며칠 전 FC바르셀로나 이적) 토레스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하고 싶다면 리버풀을 떠나야 합니다.

토레스는 리버풀을 떠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토레스를 원하는 팀이 첼시라는 점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첼시가 토레스를 원하는 이유는 드록바와 함께 최전방에서 골을 터뜨릴 수 있는 선수를 데려오겠다는 의도입니다. 문제는 토레스와 드록바의 컨셉이 서로 겹칩니다. 두 선수는 최전방에서 골을 넣으면서 상대 수비를 흔드는 타겟맨 역할을 맡고 있는데 누군가가 희생을 해야 합니다. 첼시의 드록바-아넬카 투톱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아넬카의 헌신적인 움직임과 패스 위주의 플레이가 드록바의 골 역량을 받쳐줬기 때문입니다.

4-4-2에서 두 명이 최전방에 고정되는 형태는 위험한 전술입니다. 미드필더들의 활동 부담이 많아지기 때문에 자칫 공격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두 선수 중에 한 명이 2선으로 내려와서 타겟맨과 간격을 좁혀야 하는데 토레스와 드록바가 그 역할을 받아들일지 의문입니다. 더욱이 토레스는 박스 안에 머무는 플레이를 즐기는 성향이기 때문에 쉐도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리버풀 에서는 개선되었으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시절에는 박스 안에 치우친다는 비판까지 받았을 정도였습니다.

첼시는 올 시즌 후반 4-3-3으로 전환했습니다. 하지만 토레스와 드록바 중에 한 명은 윙 포워드로 내려가야 합니다. 또한 첼시를 비롯한 런던 연고 클럽들은 지금까지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던 징크스가 있습니다. 심지어 첫 4강 진출 테이프는 2003/04시즌의 첼시가 끊었습니다. 물론 첼시가 런던 연고 클럽 최초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고 토레스가 그 주역으로 활약하면 자신의 커리어를 화려하게 수 놓을 수 있지만, 첼시가 지금까지 몇 시즌 동안 천문학적인 인건비 투자를 했음에도 유럽 제패를 하지 못했던 행보가 우승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게 합니다.

토레스에게 첼시 이적은 유럽 제패의 야망을 제공하지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위험에 빠지지 않으려면 리버풀에 잔류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리버풀이 여러가지 안좋은 여건에 놓인것은 사실이지만, 제라드-카윗-베나윤-막시-아퀼라니처럼 2선에서 토레스의 골을 지원할 수 있는 도우미들이 여럿 있습니다. 리버풀은 토레스가 골을 넣어야 승리의 가능성을 높이는 클럽이기 때문에 토레스의 존재감이 막중합니다. 비록 베니테즈 전 감독의 전술이 많은 팀들에게 읽혔고 제라드의 올 시즌 폼이 안좋았던 어려움도 있었지만, 새로운 감독에 의한 체질 개선을 하더라도 토레스가 골을 해결짓는 패턴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리버풀이 어떠한 시련속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5년 전 이스탄불의 기적을 연출했던 것 처럼, 다음 시즌은 아니지만 언젠가 챔피언스리그에서 웃을 수 있는 저력이 있습니다. 리버풀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힉스-질레트 두 구단주가 거대 자본을 가진 중동 및 아시아 출신 구단주에게 팀을 매각하는 시나리오입니다. 그래서 토레스가 리버풀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기다리면서 팀의 재건을 이끌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