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넬 메시(23, FC 바르셀로나)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선수지만 적어도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그 칭호에 걸맞지 않은 선수였습니다. '다득점 윙어'의 명성과 달리 월드컵 본선 5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쳤고, 팀 공격의 중심축으로서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이끌지 못했습니다.

메시가 속한 아르헨티나는 2010 남아공 월드컵 8강전에서 독일에게 0-4로 대패했습니다. 미로슬라프 클로제에게 2골을 허용했고, 토마스 뮬러와 아르네 프레드리히에게 골을 내주면서 대량 실점으로 무너졌죠. 막강한 공격 옵션들이 즐비했던 특징을 지녔지만 어느 누구도 독일의 견고한 수비를 넘지 못했고, 경기 내내 불안한 수비를 일관하는 무기력한 행보 끝에 전차군단의 벽을 허물지 못했습니다. 대량 실점도 문제였지만 세계적인 공격수들이 즐비함에도 불구하고 단 한 골도 넣지 못한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우선, 아르헨티나는 메시를 비롯해서 이과인-테베스-아궤로-밀리토 같은 세계적인 공격수들이 두루 포진했습니다. 마치 '아르헨티나판 독수리 5형제'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축구는 선수의 개인기량으로 승부하는 종목이 아닙니다. 선수들끼리의 전술적인 역량과 짜임새가 부족하면 실전에서 고전할 수 밖에 없습니다. 축구가 감독의 비중이 높은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르헨티나는 고질적으로 마라도나 감독의 지략 부족이 아킬레스건이자 목표 달성의 최대 장애물 이었습니다.

물론 마라도나 감독은 한국전 4-1 대승을 통해 허정무 감독과의 지략 대결에서 승리했기 때문에 그동안 국내 여론에서 지략가로서 부족하다는 비판을 덜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 경기는 마라도나 감독의 작전 보다는 허정무 감독의 전술 실패가 승부에 영향을 끼친 결정타 였습니다. 더욱이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본선 4승 중에 3승은 심판의 오심으로 이득을 봤던 경기였습니다. 마라도나 감독의 문제는 월드컵 남미 예선 및 본선 8강 탈락 과정에서 두드러졌고 지도력에 문제가 있음이 여실하게 입증 됐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선수 개인의 능력을 팀의 역량 강화로 승화시킬 수 있는 지도력이 부족했고 그 중심에 메시가 있었습니다.

메시는 남아공 월드컵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었습니다. 프리롤을 맡아 왼쪽과 오른쪽 측면을 오가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중앙에서 공격을 조율하여 패스를 밀어주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월드컵 직전 마라도나 감독과 직접 면담하여 4-4-2의 쉐도우로 뛰게 해줄 것을 요청했고 그것이 받아들여지면서 골보다는 조율에 무게감을 두었습니다. 기존에 4-4-2에서 최전방을 맡아 문전 앞에 고정된 형태의 역할을 맡았으나 상대 수비에 막혀 부진을 일관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역할 변화를 마라도나 감독에게 요청한 것입니다.

하지만 메시의 부진 탈출은 역할 변화만으로는 해결책을 찾지 못했습니다. 단순히 위치를 옮긴다고 해서, 스타일을 바꾼디고 해서 팀의 경기력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르헨티나는 공격 옵션들의 유기적인 콤비 플레이보다는 개개인의 기량에 의존하는 색깔이 뚜렷하기 때문에 그 흐름이 남미 예선에 이어 본선에서도 이어졌습니다. 아무리 메시가 패스 연결에 주력하더라도 다른 누군가가 뒷받침하지 않으면 상대의 두꺼운 수비를 뚫지 못합니다.

그 한계는 독일전에서 두드러졌습니다. 아르헨티나는 메시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놓는 4-3-1-2를 구사했는데, 좌우 인사이드 미드필더를 맡는 디 마리아-막시가 패스 공급 역할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팀의 공격 패턴이 메시에게 쏠리게 되었고 이과인-테베스 투톱이 돌파에 치중했지만, 오히려 독일의 협력 수비에 쉽게 읽히는 문제점이 드러났습니다. 독일은 전반 18분 공격 지역 볼 점유율에서 82-18(%)의 우세를 점할 정도로 경기 초반부터 공격적인 경기를 펼쳤고, 미드필더들의 적극적인 수비 가담 및 한 박자 빠른 커버 플레이 속에서 아르헨티나의 공격을 수월하게 차단했습니다. 아르헨티나의 공격이 메시에게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특히 디 마리아-막시의 선발 기용은 마라도나 감독의 독일전 패착 이었습니다. 디 마리아는 남아공 월드컵에서 컨디션이 떨어졌음에도 선발로 기용되었고 막시는 최근 1~2시즌 동안 내림세가 두드러졌던 선수였습니다. 그런데 두 선수는 아르헨티나의 4-3-1-2에서 수비적인 임무가 많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공격력이 저하된 상황에서 수비까지 짊어졌으니, 유일한 살림꾼인 마스체라노와의 커버 플레이가 매끄럽지 못했고 독일의 압박 수비에 밀려 공격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 어정쩡한 경기를 펼쳤습니다. 그래서 아르헨티나는 독일과의 허리 싸움에서 일방적으로 밀리면서 메시를 통한 경기력 반전을 노리지 못했습니다.

문제는 두 선수의 소극적인 공격 자세가 메시에게 공격 부담이 가중되는 원인으로 이어졌습니다. 아무리 혼자의 힘으로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메시라도 여러겹의 수비 벽을 구축한 독일을 넘을 수는 없는 법입니다. 독일의 포백은 골문 밖에서 라인 컨트롤을 하면서 이과인-테베스의 침투를 사전에 차단했고 슈바인슈타이거-케디라로 짜인 더블 볼란치가 메시 봉쇄에 주력하면서 상대팀의 공격 공간을 좁혔습니다. 디 마리아-막시-에인세 같은 미드필더 및 풀백 자원의 위치가 앞쪽으로 쏠리면 독일에게 역습을 허용당하고 말았죠.

더욱이 메시의 부진은 16강 멕시코전에서도 두드러졌습니다. 테베스의 골을 어시스트했지만 경기 내내 상대팀의 집중적인 수비에 시달리면서 공격의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멕시코가 유독 16강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징크스가 있기 때문에 아르헨티나의 우세가 일찌감치 예상되었던 경기였지만, 오히려 메시는 상대팀의 집요한 견제에 의해 골문 안으로 접근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특유의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메시를 위험지역 밖으로 밀어내는 것이 멕시코의 작전이었고 독일도 그 전술을 펼쳤습니다. 멕시코-독일이 아르헨티나의 조별본선 3경기에서 메시의 활동 패턴을 제대로 파악한 결과 였습니다.

그런데 마라도나 감독은 메시의 멕시코전 부진을 독일전에서 극복할 수 있는 전술적인 포인트가 없었습니다. 아르헨티나와 상대하는 팀들이 '메시 봉쇄'에 주력할 것은 분명한 일인데, 오히려 독일전에서 멕시코전과 같은 전술을 구사했습니다. 메시가 바르셀로나에서 맹활약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4-3-3의 오른쪽 윙 포워드로서 중앙에 비해 상대팀 압박을 덜 받는 측면을 맡기 때문이자 넓은 활동 공간을 좋아하는 성향입니다. 중앙으로 이동할 때는 다른 공격 자원들이 상대 수비 위치를 덜어내고 사비-이니에스타가 활발한 패스 플레이로 점유율을 장악했기 때문에 여러 형태의 전술을 구사했습니다. 하지만 마라도나 감독에게는 이러한 전술적인 유기성이 없었고 메시의 부진을 키웠습니다.

그리고 메시는 월드컵 본선 5경기에서 30개의 슈팅을 날렸으나 단 1개라도 골을 성공시키지 못했습니다. 2009/10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34골로 득점왕에 올랐고 두 시즌 연속 UEFA 챔피언스리그 득점왕에 이름을 새겼던 행보와 대조적입니다. 물론 메시는 공격형 미드필더지만 30개의 슈팅을 효과적으로 살리지 못한 것은 세계 최고의 선수 답지 못한 경기력입니다. 펠레-마라도나-호나우두-지단의 뒤를 잇는 축구황제로 거듭나기 위해 남아공 월드컵 맹활약을 꿈꾸어왔던 메시의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남아공 월드컵의 아쉬움을 만회하려면 앞으로 4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리오넬 메시(22, FC 바르셀로나)의 축구 재능과 그라운드에서 내뿜는 경기력은 누구도 범접할 수 없습니다. 공을 달고 다니는 듯한 드리블 돌파와 문전으로 파고드는 빠른 스피드와 민첩성, 그리고 혼자의 힘으로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임펙트를 보유한 스페셜 리스트입니다. 그는 지난 시즌 FC 바르셀로나의 트레블 우승을 이끈 에이스로서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랐으며 2009 발롱도로,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상을 일찌감치 예약했습니다.

하지만 메시도 사람인가 봅니다. 빨강색과 파랑색을 섞은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비면 세계 최고의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하지만 하늘색과 하얀색을 혼합한 유니폼을 입으면 힘을 못씁니다. 그 팀이 바로 아르헨티나 대표팀입니다. 메시의 조국인 아르헨티나는 2010 남아공 월드컵 남미 예선에서 4위를 기록중이지만 그 행보가 답답합니다. 지난달 10일 파라과이전까지 3연패 부진에 빠졌고 지난 11일 페루전에서는 답답한 경기 끝에 경기 종료 직전 마틴 팔레르모의 결승골로 2-1의 극적인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메시를 통해 본 과르디올라vs마라도나의 차이

아르헨티나 부진의 원인은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의 전술 부재 때문입니다. 마라도나 감독은 최근들어 전술 미스를 범했고 팀은 경기 내용에서 고전을 거듭 중입니다. 선수들 개개인이 각자의 역할에 치중하면서 일부 선수가 고립되고 동료 선수끼리의 공격이 잘 안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장면이 반복되고 또 반복되면서 아르헨티나의 경기력은 무기력해졌고 끈끈한 조직력을 자랑하던 아르헨티나 특유의 축구 스타일도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그리고 아르헨티나 부진의 또 다른 원인이 바로 메시의 골 침묵입니다. 메시는 지난 4월 1일 볼리비아 원정을 시작으로 지난 페루전까지 남미 예선 6경기 연속 무득점 부진에 빠졌습니다. 메시가 골을 못넣었던 6경기 동안 아르헨티나는 2승4패, 5골 14실점으로 이름값을 잔뜩 구겼고 그 중에 3경기가 무득점 경기였습니다. 에이스가 삐꺽거리면 팀의 경기력이 살아나지 못하는 축구의 진리처럼 메시의 아르헨티나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런데 메시의 부진을 단지 메시의 문제만으로 바라보기에는 무리입니다. 메시는 최근 A매치 남미지역 6경기 연속 무득점에 빠졌지만 올 시즌 프리메라리가에서는 5경기 5골 3도움으로 펄펄 날고 있습니다. 바르셀로나에서 지난 시즌 팀의 트레블을 이끌고 올 시즌 팀의 프리메라리가 선두 도약을 이끄는 선수가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 부진한 것은 개인에 의한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메시가 아르헨티나 축구의 아이콘임을 상기하면 마라도나 체제에서의 태업 가능성은 없습니다.

메시의 부진 원인은 바로 마라도나 감독 전술 때문입니다.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마라도나 감독이 메시를 어떻게 활용할지 잘 모르고 있습니다. 메시를 통해 '감독 초보'라는 공통점을 지닌 호셉 과르디올라 바르셀로나 감독과 마라도나 감독의 지도력이 자연스럽게 비교될 수 밖에 없습니다.

메시는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 투톱 공격수를 맡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쉐도우 스트라이커 역량이 있는 선수지만, 실상은 마라도나 체제에서 타겟맨을 맡고 있습니다. 활동 패턴이 문전 앞에 고정되면서 미드필더들의 볼 배급을 기다리며 골을 노리는 역할을 맡다보니 볼 터치 횟수가 적고, 상대 수비의 압박에 걸려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메시는 상대 압박을 넘어설 수 있는 특출난 기교와 스피드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바르셀로나에서 강점으로 작용할 뿐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는 무용지물입니다.

반면 메시는 바르셀로나에서 오른쪽 윙 포워드 또는 제로톱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아 팀의 폭발적인 공격력을 주도했습니다. 팀의 공격을 이끌면서 경기 상황에 따라 문전으로 침투하여 골을 넣는 성향이기 때문에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의 경기력과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오른쪽에서는 프리롤 형태의 공격을 맡음으로써 그라운드 이곳 저곳을 맘껏 질주할 수 있습니다. 감독이 요구하는 전술적인 역할에 묶인 아르헨타나 대표팀에서의 스타일과 대조됩니다.

그리고 메시가 바르셀로나에서 맹활약을 펼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든든한 조력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공격형 미드필더인 사비-이니에스타가 특유의 날카로운 패스와 문전 침투, 지능적인 공간 창출과 경기 장악력으로 '앙리-즐라탄-메시'로 짜인 스리톱을 공격에 전념시키는 헌신적인 활약을 펼쳤습니다. 측면에서는 오른쪽 풀백인 다니엘 알베스라는 슈퍼맨이 있습니다. 알베스가 메시의 뒷 공간에서 공수 양면에 걸친 활발한 움직임을 과시했던 것이 에이스의 수비 부담을 줄이고 끊임없이 공격을 지원할 수 있는 뼈대가 됐습니다. 그래서 메시가 바르셀로나에서 별 다른 기복없이 꾸준한 맹활약을 펼쳤습니다.

반면 메시는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 동료 선수들의 지속적인 공격 지원을 받지 못했습니다. 특히 지난 3월 후안 로만 리켈메가 마라도나 감독과의 불화로 대표팀에서 제외된 이후부터 후방에서 많은 공격 기회를 얻지 못해 최전방에서 고전하는 장면이 늘었습니다. '가고-마스체라노'로 구성된 중원이 경기 장악에 실패한 것을 비롯 공격 연결이 매끄럽지 못한 것이 메시가 포진한 중앙 공격이 잘 풀리지 않은 근본적 원인이 되었습니다. 베론-아이마르는 리켈메를 대체하기에는 공격의 임펙트와 경기 장악력이 떨어진 문제가 있습니다. 마라도나 체제 이전의 아르헨티나는 '리켈메의 팀'이었던 만큼, 리켈메가 빠진 후유증이 큽니다.

공교롭게도 메시의 골 침묵은 리켈메가 대표팀에 빠진 이후부터 시작 됐습니다. 그리고 메시가 활약했던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에서 아르헨티나의 금메달 획득을 견인한 에이스는 리켈메 였습니다. 리켈메가 플레이메이커로서 팀 공격의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했기 때문에 메시의 맹활약이 두드러졌던 것입니다. 하지만 '리켈메 없는' 지금의 아르헨티나에서는 메시의 특출난 능력을 보기가 어렵습니다. 리켈메가 마라도나 감독과 불화가 없었거나, 혹은 마라도나 감독이 리켈메의 공격 특성을 살리는 공격 전술을 앞세웠다면 메시와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행보는 지금보다 밝았을 것입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어쩌면 2010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서는 '남미 축구의 양대산맥'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우승을 다투는 모습을 볼 수 없을지 모릅니다. 브라질이 남미예선에서 9승6무1패 조 1위의 성적으로 월드컵 본선 조기 진출을 확정지은 반면에 아르헨티나는 6승4무6패 조 5위의 성적으로 북중미와의 플레이오프를 통해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려야 하는 상황에 있습니다. 특히 아르헨티나는 최근 남미예선 3연패로 부진한 상황에서 남은 예선 2경기에서도 부진하면 각각 승점 1점 차이로 추격중인 우루과이, 콜롬비아에 밀려 월드컵 예선 탈락의 수모를 겪게 됩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엇갈린 행보는 축구에서 감독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 지를 알 수 있는 척도입니다. 브라질의 오름세는 카를로스 둥가(46) 감독의 지도력이 빛났기에 가능한 것이며 아르헨티나의 내림세는 디에고 마라도나(49) 감독의 지도력 부재가 그 원인입니다. 둥가 감독과 마라도나 감독은 월드컵 우승으로 현역 선수 시절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지도자로서는 둥가 감독에게 높은 점수를 줄 수 밖에 없습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행보를 보면 두 감독의 자질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1. 공통점은 부실한 감독 경력, 그런데?

둥가 감독과 마라도나 감독의 공통점은 감독 경력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둥가 감독은 일본 J리그 주빌로 이와타와 잉글랜드 퀸스파크 레인저스(QPR)에서 기술 이사를 맡았을 뿐 현장 지도자 경험이 없었으며 마라도나 감독은 1994년과 1995년에 걸쳐 만디유 데 코리엔테스, 라싱 감독을 각각 2개월, 4개월 역임했던 것이 전부입니다. 그래서 두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 선임 이후 '감독 경력이 부족하다'는 현지 여론의 비판에 시달렸습니다. 어찌보면 무임승차의 대표적인 유형에 속하는 두 감독입니다.

하지만 두 감독의 경력은 축구 내적인 업무와 외적인 일에서 차이가 있었습니다. 둥가 감독은 비록 현장에서 선수들을 지도하지 않았지만 기술 이사를 맡아 현역 시절에 이어 꾸준히 축구 종사자로 일했습니다. 하지만 마라도나 감독은 1997년 은퇴 이후 쿠바에서 약물 중독 치료를 했고 2004년에는 약물 쇼크로 중환자실에 들어가 사경을 헤매기도 했습니다. 2005년에는 TV토크쇼 진행자로 나섰던 경력이 있고 그 외 축구 외적인 곳에서 유명세를 치렀습니다. 축구에 대한 개념을 꾸준히 쌓았기 보다는 외도를 통해 여러차례 정체를 거듭했고 그 결과는 자신이 감독으로서 무능하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고 말았습니다.

2. 감독 잘 뽑은 브라질vs감독 잘못 뽑은 아르헨티나

둥가 감독은 2006년 독일 월드컵 이후 브라질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습니다. 당시의 브라질은 호나우두-아드리아누-호나우지뉴-카카로 짜인 '판타스틱4'를 앞세워 월드컵 우승을 자신했으나 8강 프랑스전에서 무기력한 경기력 끝에 탈락했습니다. 실력은 최고이나 경기에서 승리하겠다는 정신력은 최악이었다는 것이 당시 브라질 축구의 현 주소였습니다. 그래서 브라질 축구협회는 현역 시절 브라질 대표팀에서 강인한 카리스마로 호화 선수들을 휘어잡았던 둥가 감독을 선임했습니다. 둥가 감독은 기술보다는 승리, 개인보다는 팀을 우선시한다는 지도 방침으로 선수들을 독려하며 자신의 팀으로 빠르게 흡수했습니다.

마라도나 감독은 지난해 10월 성적 부진으로 좌초하던 아르헨티나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습니다. 아르헨티나 축구협회는 남미예선에서 5경기 연속 무승(4무1패)의 저조한 성적을 거두자 새로운 전환점을 위해 마라도나 감독을 선임했습니다. 공격수 출신으로서 공격 축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진데다 선수들과의 의사소통에도 문제가 없을거라 내다봤기 때문에 마라도나 감독을 선임한 것입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는 승리를 할 수 있는 전술 역량이 가장 필요하다는 것을 잘 몰랐습니다. 마라도나 감독은 사령탑 초기에 순항을 거듭했으나 지난 4월 볼리비아 원정 1-6 대패를 비롯 최근 남미예선 3연패로 궁지에 몰렸습니다. 그 원인은 전술 부족이었고 결과적으로 아르헨티나 축구협회는 감독을 잘못 뽑았습니다.

3. 지지 않는 팀vs이길 줄 모르는 팀

둥가 감독의 브라질은 남미예선 16경기에서 9승6무1패, 32득점 9실점을 기록했습니다. 비록 골은 브라질 이름값에 비해 많지 않지만 실점이 적었다는 것은 '지지않는 팀 컬러'를 자랑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둥가 감독은 4-2-3-1을 구사합니다. 질베르투 실바와 펠리페 멜루 같은 수비 역량이 뛰어난 선수들을 중원에 배치하고 오른쪽 윙어인 엘라누가 경기 상황에 따라 수비 역량을 늘리면서 포백의 수비 부담을 덜어줬습니다. 화려한 공격축구를 자랑하던 브라질의 전통적인 스타일에 비해 수비에 중점을 두는 둥가 감독의 '선수비 후역습' 전술은 한때 '안티 풋볼'이라는 이름으로 현지 여론의 지탄이 됐습니다. 하지만 컨페더레이션스컵 우승 및 남미예선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면서 '실리 축구의 대가'로 재평가 받았습니다.

마라도나 감독의 전술은 뚜렷한 색깔이 없습니다. 지난 6일 브라질전과 10일 파라과이전만 봐도 그렇습니다. 브라질전에서 리오넬 메시의 드리블 돌파에 치중하는 4-4-2를 시도하다 1-3으로 패했지만 파라과이전에는 후안 베론의 패스와 크로스를 앞세운 4-4-2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0-1로 졌습니다. 그보다 더 문제는 에이스의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유기적인 공격 패턴과 부분 전술이 전무했습니다. 이러한 전술은 압박이 강화된 현대 축구와 타입이 맞지 않습니다. 팀이 완성되려면 전술적인 진화가 있어야 하지만 오히려 퇴보하고 말았습니다. 마라도나 감독은 자신의 전술을 앞세워 경기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모르는 지도자였습니다.

4 극강의 조직력vs모래알 조직력

조직력은 팀이 얼마만큼 완성되었는지를 알 수 있는 척도이자 감독의 역량을 파악할 수 있는 기준입니다. 둥가 감독은 4-2-3-1에 수비에 무게감을 두었는데, 수비는 개인 역량보다 조직적인 움직임이 중요시 됩니다. 포백의 하나된 호흡과 '질베르투-멜루'로 짜인 중원의 탄탄함, 좌우 측면에서 공격과 수비를 분담하는 호비뉴와 엘라누의 분업화, 카카에서 파비아누로 이어지는 공격 패턴은 흠잡을 곳이 없습니다. 3년 전 판타스틱4가 존재하던 시절에 비해 선수층이 얇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오히려 조직력이 더 강해졌다는 평가입니다.

마라도나 감독은 조직력보다 선수의 개인 역량에 초점을 맞추는 공격 전술을 펼치면서 중원과 포백이 약해지는 문제점에 직면했습니다. 중원을 맡는 '가고-마스체라노'는 팀 공격을 능수능란하게 조율하는 선수들이 아닙니다. 투톱 공격수가 최전방에 고정된 상황에서 한 선수가 전방 쪽으로 공격을 띄우는 역할을 맡아야 하나, 마라도나 감독은 그 전술을 쓰지 못했습니다. 그로인해 중원의 두 옵션은 각자의 역할에 치중하면서 공격수가 고립되고 공격 옵션끼리의 공격이 잘 안풀렸습니다. 또한 가고-마스체라노가 수비 상황에서 활동폭을 넓히지 못한 것은 포백까지 흔들리는 문제점으로 이어졌습니다. 문제는 포백 옵션들도 호흡이 서로 안맞습니다. 아르헨티나의 조직력은 모래알에 비유할 수 밖에 없습니다.

5. 카카 잘 아는 둥가vs메시 모르는 마라도나

둥가 감독이 수비에 초점을 맞춘 것은 카카의 공격 재능이 팀의 구심점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의해서 였습니다. 카카는 전 소속팀인 AC밀란에서 에이스로 활약한 경험이 있고 전방 공격수의 골을 위해 헌신적인 활약을 펼치는 선수로서 브라질 대표팀에서도 그 역량을 충분히 발휘 했습니다. 불과 1년전까지만 하더라도 호나우지뉴와의 공존 실패로 자신의 역량을 맘껏 쏟지 못했지만, 둥가 감독이 호나우지뉴를 정리하면서 빠르게 구심점으로 잡았습니다. 카카가 남미예선 10경기에서 9골 넣은 파비아누와 철벽호흡을 과시했던 것은 둥가 감독이 에이스를 잘 활용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마라도나 감독은 메시를 활용할 줄 모릅니다. 메시는 오른쪽 윙 포워드 혹은 제로톱 상황에서 공격형 미드필더의 역할에 강점을 발휘하는 선수일 뿐 타겟맨이 아닙니다. 하지만 마라도나 감독은 메시의 골 역량을 늘리기 위해 박스 안에서 골을 노리는 역할을 부여했고 위치까지 고정시켰습니다. 부지런한 움직임과 넓은 활동폭을 자랑하는 메시의 역량을 떨어뜨렸고 그 결과는 팀 밸런스가 무너지는 문제점이 나타났습니다. 지난 6일 브라질전에서는 메시를 처진 공격수로 놓으며 드리블 돌파를 주문했지만 동료 선수와의 연계 플레이 부족을 절감하고 말았습니다. 마라도나 감독은 팀의 에이스를 앞세워 공격 역량을 최대화 할 수 있는 방법을 아직까지 찾지 못했습니다.

6. 호나우지뉴 쫓아낸 둥가vs리켈메 쫓아낸 마라도나

둥가 감독이 슬럼프로 부진한 호나우지뉴를 대표팀에서 제외한 것은 '최고의 선택' 이었습니다. 호나우지뉴는 전성기 시절에 비해 움직임과 파괴력, 스피드가 저하된 선수로서 대표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역량을 잃었습니다. 또한 호나우지뉴는 둥가 감독의 4-2-3-1에 적합한 선수가 아닙니다. 3의 중앙 자리인 공격형 미드필더는 상대의 거센 압박을 이겨낼 수 있는 순발력과 민첩함, 볼 키핑력이 중요합니다. 호나우지뉴보다는 카카가 둥가 감독의 공격 전술을 강화할 적임자였던 겁니다. 둥가 감독은 개인기보다 팀의 전술을 중요시했고 그 과정에서 호나우지뉴는 대표팀에서 제외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마라도나 감독이 팀의 구심점이었던 리켈메를 대표팀에서 제외한 것은 '최악의 선택' 이었습니다. 리켈메는 플레이메이커로서 팀 공격을 이끄는 리더였지만,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놓는 마라도나 감독으로부터 이타적인 역할에 주문 받았습니다. 그 불만을 이기지 못한 리켈메는 지난 3월 "마라도나 감독의 대표팀에는 흥미없다"고 비아냥거리며 마라도나 감독과 불화에 빠졌고 결국 대표팀에서 제외됐습니다. 마라도나 감독은 리켈메 공백을 메우기 위해 베론을 중용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10일 파라과이전에서 베론을 오른쪽 윙어로 놓은 것은 자신의 중앙 미드필더 운용이 틀렸음을 의미하는 대목입니다. 리켈메의 존재감이 아쉬운 이유입니다.

7. 경질 위기 넘긴 둥가vs경질 위기 맞은 마라도나

둥가 감독은 한때 브라질 여론에서 경질 압박에 시달렸던 경험이 있습니다. 화려한 공격 축구를 버리고 선수비 후역습 카드를 꺼내든 것, 남미예선 초반의 부진한 행보, 여론 입장에서 납득할 수 없는 선수 선발이 그 원인이었죠. 특히 선수 선발 과정에서는 디에고 대신에 조슈에를 꾸준히 발탁하면서 팬들의 신뢰를 잃었습니다. 하지만 둥가 감독은 자신의 뚝심으로 끝까지 밀어붙여 컨페더레이션스컵 우승, 월드컵 남미예선 조1위 및 본선 조기 진출의 성과를 올리며 경질 위기를 넘겼습니다. 자신의 선택이 독단적인 고집이 아닌 팀의 승리를 위한 과정 이었음을 브라질 국민들에게 과시한 것이죠.

마라도나 감독은 아르헨티나 사령탑을 맡은지 1년도 안되 경질 위기에 빠졌습니다. 최근 남미예선 3연패 및 5위 추락으로 월드컵 본선 탈락 위기에 빠진 것이 그 원인입니다. 팀의 승리를 이끌 수 있는 전술이 없었으며, 에이스를 활용하는 방법도 몰랐고, 팀의 조직력은 날이 갈수록 엉망이었습니다. 36세 노장 공격수인 마틴 팔레르모를 대표팀에 복귀시키고 A매치 출전 경험이 없던 36세 수비수 쉬아비를 10일 파라과이전에서 교체 멤버로 출전시킨 선수 선발도 납득을 얻지 못했습니다. 만약 감독직에서 경질되면 자신의 명성에 흠집이 가는 것은 불가피 합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