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대표팀이 세르비아에게 0-1로 패한 뒤의 마음은 무겁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후련했고 마음속의 부담이 사라지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물론 세르비아전 이전까지 치렀던 A매치 27번의 경기에서 14승13무의 성적을 거두었기 때문에 패배가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무패행진 횟수가 올라갈수록 부담은 크기 마련이며 월드컵 본선 16강 진출에 독이 될 수 있었습니다. 세르비아전 패배로 2010년을 새롭게 도전하는 분위기는 긍정적입니다.

우선, 세르비아에 정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한국을 상대로 유럽 축구의 '진짜 실력'을 보여줬기 때문이죠. 180cm 후반 이상의 육중한 체격에서 우러나오는 힘과 높이, 유연한 경기 운영, 날카롭고 흠잡을 것 없는 공격 전개, 강력한 임펙트, 뛰어난 개인 전술 등에 이르기까지 한국 선수들 앞에서 유럽의 힘을 보여줬습니다. 안티치 세르비아 감독이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최근 경기를 비디오로 봤다. 얼마전 북아일랜드보다 한국이 상대하기 쉽지 않다. 우리가 준비한 걸 보여주겠다. 한국의 무패행진을 깨고싶다"고 말한 것 처럼, 세르비아는 한국전에서 최선의 경기를 펼쳤습니다.

또한 세르비아는 한국이 자만할 뻔했던 분위기를 막아냈습니다. 만약 한국이 세르비아전에서 승리했다면 남아공 월드컵 본선 성적에 대한 자신감이 과도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이것은 곧 방심으로 이어져 월드컵 본선에서 예상치 못한 최악의 결과에 직면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무패행진에 대한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던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유럽 최강' 스페인도 지난 여름 컨페더레이션스컵 예선까지 36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기록하면서 우승 예약 분위기를 마련했지만 4강 미국전에서 고배를 마셨으니까요. 세르비아에 고마울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사실, 한국은 '진짜 유럽'과의 경기를 원했습니다. 지난 9월 '유럽같지 않은' 호주와의 경기에서 결과와 내용이 일방적으로 앞섰던 3-1 승리를 거두었기 때문에 '진짜 유럽'과의 경기가 절실했습니다. 그동안 유럽팀을 상대로 고질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한국 축구로서는 덴마크-세르비아전이 '유럽 격파'를 위한 자신감의 무대가 되었습니다. 월드컵 본선에서 유럽 두 팀과 상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덴마크-세르비아전이 반가웠습니다.
 
한국 축구는 불과 몇년전까지 '유럽 공포증'으로 불안에 떨었습니다. 유럽 선수들과 상대하면 유독 힘을 못썼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덴마크-세르비아전에서 드러난 것 처럼, 한국이 경기 내용에서 유럽 축구를 앞설 수 있는 능력을 키우게 됐습니다. 대표팀에 유럽선수 못지 않은 기술력과 순발력, 공간 이해력을 자랑하는 선수들이 허정무호의 주축으로 활약하면서 전술적인 퀄리티가 향상 됐습니다. 그로인해 쿠엘류 시절에 실패했던 4-2-3-1은 허정무호의 플랜B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선수 구성도 마찬가지 입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유럽에서 활약한 선수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경쟁력을 쌓았던 것이 유럽 공포증을 극복할 수 있는 비결이 됐습니다. 특히 세르비아전 선발로 출전했던 10명의 필드 플레이어 중에 7명이 전현직 유럽파 선수들이며 J리거 이정수를 제외하면, 순수 K리거는 염기훈과 조용형 뿐입니다. 또한 유럽 축구가 많은 인기를 얻으면서 축구 선수들이 유럽무대 정상급 선수의 기술을 벤치마킹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이것은 U-20, U-17 대표팀이 세계 청소년 대회 8강 진출의 위업을 달성하는 토대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세르비아전에서 얻은 최대의 소득은 유럽을 비롯한 강호와의 경기에서 미드필더진이 위축되지 않는 경기 운영을 펼친 것입니다. 현대 축구는 미드필더 싸움에서의 우세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맨유와 첼시, FC 바르셀로나 같은 유럽의 강팀들이 미드필더에서의 높은 볼 점유율로 수 많은 공격 기회를 창출합니다. 한국은 전반 11분 세르비아와의 볼 점유율에서 40-60(%)를 기록해 상대에게 초반 기세를 허용했지만 전반 종료 후 50-50, 후반 종료 후 54-46의 우세를 점했습니다. 이것은 한국이 세르비아전에서 좋은 경기 내용을 보여줬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공격에서 수비로, 수비에서 공격으로 연결되는 밸런스 능력도 좋았습니다. 이것은 4-2-3-1에서 2의 역할을 맡은 더블 볼란치의 활약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김남일은 다양한 형태의 전진패스를 활발히 띄우며 한국의 공격 분위기를 마련했으며 트라이앵글 위치를 조성하여 상대 허리를 뚫는 공격 연결에서 강점을 발휘했습니다. 수비에서는 안정적인 위치선정과 몸을 날리는 커팅으로 상대의 공세를 끊는데 집중했습니다. 여기에 포백 수비수들과 동료 수비형 미드필더의 위치까지 조절하며 그라운드의 리더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습니다.

포백 수비수들은 전반 초반 집중력 부족으로 실점을 허용했던 것을 제외하면 그 이후의 내용이 좋았습니다. 202cm의 장신 공격수인 지기치를 비롯해서 라조비치의 공격을 무너뜨리기 위해 협력 수비를 펼쳐 상대와 정면으로 몸싸움하기 보다는 침투 공간을 내주지 않는쪽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 과정에서 덴마크전에서 부진했던 조용형이 상대 공격을 여러차례 커팅하고 길목까지 차단하는 지능적인 수비 운영으로 상대에게 추가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수비력이 앞으로 평가전에서 꾸준히 단련되면 월드컵 본선에서 세계 정상급 공격수를 제압할 수 있을 것입니다.

허정무 감독의 전술 운영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만약 허정무 감독이 0-1로 뒤진 분위기를 만회하기 위해 원래의 전술인 4-4-2로 전환하면 세르비아전은 대량 실점으로 패했을 가능성이 컸습니다. 4-4-2는 중앙 미드필더들의 활동 영역이 커지는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중원 및 수비라인이 여지 없이 무너졌을 것입니다. 그래서 4-2-3-1을 쓰면서 좌우 윙어들의 수비 가담을 늘리며 수비 밸런스를 튼튼히 구축하기가 용이했습니다. 그로인해 공격 과정에서 자신감을 얻으며 후반전에 경기 내용을 주도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공격 이었습니다. 슈팅 숫자에서 11-10(유효 슈팅 6-6)으로 근소하게 앞섰지만 단 한 골도 넣지 못했습니다. 골 결정력 불안은 한국 축구에서 여전히 해결하기 힘든 숙제였던 것이죠. 슈팅 정확성 보다는 상대 골문을 흔들 수 있는 위치를 창출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습니다. 스탠딩 성향의 설기현과 잦은 부상으로 날카로움이 떨어진 염기훈은 전방 공격 옵션의 기동력과 임펙트, 정확성의 3박자가 요구되는 4-2-3-1의 옷에 맞지 않았습니다. 박주영과 이근호, '대표팀에 없는' 최성국 같은 문전 돌파 능력이 뛰어난 공격 옵션이 4-2-3-1의 해법임을 세르비아전에서 드러났습니다.

물론 세르비아전 0-1 패배는 아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르비아전은 월드컵 본선 16강 진출을 향한 과정이자 평가전입니다. 평가전은 결과보다 내용이 중요시되는 경기로서 어디까지나 내용에 충실해야 합니다. 한국 축구가 세르비아 같은 강호를 상대로 세계 무대에서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지, 월드컵 본선에서 어떤 전술을 시험하고 선수 기용에 대한 개념을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월드컵 본선까지 앞으로 7개월의 시간이 남았고 한국이라는 팀을 철저히 분석할 수 있는 기회가 많기 때문에 절대 조급할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세르비아전 패배를 부정적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습니다. 히딩크 감독 시절에도 평가전에서 무기력한 경기 내용을 펼친적이 여럿 있었고 프랑스와 체코에게 0-5로 대패했던 경험도 있습니다. 세르비아전에서의 경기 내용에서 증명된 것 처럼, 허정무호의 '진짜 실력'은 예전보다 더 강해졌고 조금만 더 가다듬으면 월드컵 본선 16강 진출의 길이 열려 있습니다. 세르비아전은 한국 대표팀의 전술적인 퀄리티가 이전보다 강해졌음을 알 수 있었던 경기였습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포지션 경쟁이 치열한 곳이 바로 윙어입니다. 윙어는 많은 활동량이 요구되는 포지션이기 때문에 여러 대회 출전으로 바쁜 일정에 시달리는 맨유로서는 여러명의 걸출한 옵션들을 보유해야 합니다. 그래서 팀의 입장에서는 포지션 경쟁이 요구될 수 밖에 없습니다.

올 시즌 맨유의 윙어로 활약한 선수는 8명입니다. '산소탱크' 박지성을 비롯해서 라이언 긱스, 루이스 나니, 안토니오 발렌시아, 안데르손, 대런 플래쳐, 조란 토시치, 가브리엘 오베르탕이 바로 그들 입니다. 지난 8월 22일 번리전과 9월 5일 토트넘전에서 윙어로 출전했던 중앙 미드필더 안데르손과 플래쳐를 제외한 나머지 6명의 주 포지션은 윙어입니다. 지난 시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거의 매 경기에 선발 출전하면서 나머지 선수들이 경쟁하는 구도였다면 올 시즌에는 호날두가 떠나면서 경쟁 구도가 확대 되었습니다.

지금까지의 행보대로라면, 맨유에서의 입지가 튼튼한 윙어는 긱스와 발렌시아 입니다. 긱스는 36세의 나이 때문에 체력적인 문제점이 있지만 맨유의 점유율 축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선수입니다. 특히 지난 9월 4경기에서 2골 6도움의 저력을 발휘하며 '왼발 마법사'라는 칭호를 그대로 이어갔습니다. 발렌시아는 완전히 물이 올랐습니다. 칼링컵을 제외한 최근 7경기 연속 선발 출전(6경기 연속 풀타임 출전)했고 3골을 넣으며 맨유 전력에 완전히 적응했습니다. 특히 3골의 기록은 '골이 부족한 윙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기에 충분한 활약상 입니다.

하지만 '긱스-발렌시아' 체제는 오래가지 않습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맨유의 공식 매거진 <인사이드 맨유> 한국판 11월호를 통해 "시즌 초반 긱스의 체력이 굉장히 좋기 때문에 측면으로 기용했다. 하지만 시즌 진행에 따라 다시 중앙으로 옮겨갈 예정"이라며 긱스의 중앙 미드필더 전환을 예고했습니다. 만약 긱스가 적절한 시점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전환하면, 또 다른 윙어가 긱스의 몫을 담당할 것입니다. 발렌시아도 마찬가지 입니다. 잉글랜드 진출 이후 과도한 일정을 소화한 경험이 없는데다 시즌 초반에 많은 경기를 뛰었기 때문에 시즌 중반과 후반에 최상의 컨디션과 체력으로 경기에 임할지는 의문입니다.

그럼에도 발렌시아의 가치는 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맨유의 이적생으로서 기대 이상의 활약상을 펼쳤기 때문이죠. 불과 9월까지만 하더라도 직선 형태의 드리블 돌파에 의존했지만 10월 이후에는 횡적인 방향으로 활발히 움직이며 짧고 정확한 패스로 경기를 풀어갔습니다. 그리고 문전으로 파고드는 대각선 움직임, 문전에서 골망을 가르는 공격력에 자신감을 얻어 지난달 17일 볼튼전부터 지난 3일 CSKA 모스크바전까지 5경기에서 3골을 넣었습니다. 이러한 발렌시아의 오름세는 맨유의 공격이 새로운 동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첼시전에서는 발렌시아의 새로운 약점이 나타났습니다. 강팀과의 대결에서 부진을 면치 못한 것이죠. 발렌시아는 올 시즌 아스날-리버풀-첼시전에서 상대팀의 왼쪽 풀백인 클리시-인수아-애슐리 콜의 강력한 견제에 밀려 평소의 공격력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4-3-3의 오른쪽 윙 포워드로 출전했던 첼시전에서는 돌파 과정에서 콜을 뚫지 못해 팀의 오른쪽 공격에 실마리를 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공격 과정에서 동료 공격수와의 간격을 좁히지 못해 웨인 루니의 최전방 고립을 부추겼습니다.

발렌시아가 강팀과의 경기에서 부진한 것은 맨유 입장에서 아쉬움에 남습니다. 평소답지 않게 공격시의 파괴력이 약했기 때문이죠. 이것은 발렌시아가 강한 상대 앞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돌파 과정에서의 순발력과 기교, 그리고 타이밍이 클리시-인수아-콜을 넘기에는 부족했습니다. 또한 아스날전과 리버풀전에서는 무기력한 움직임을 보였던 문제점도 있었죠.

강팀과의 경기에서 부진한 것은 아스날-리버풀-첼시전 뿐만은 아닙니다. 지난 9월 20일 맨시티전에서는 후반 16분 교체 투입되었지만 웨인 브릿지의 견제를 뚫기에는 임펙트가 부족했습니다. CSKA 모스크바와의 2경기에서는 후반 막판에 2골 넣었지만 상대 수비조직이 붕괴되는 과정에서 골망을 출렁였을 뿐입니다. 또한 모스크바의 수비는 프리미어리그 강팀들보다 견고함이 떨어진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프리미어리그 경험이 부족하지 않음에도 올 시즌 강팀과의 경기에서 부진한 것은 자신의 기량에 부족함이 있음을 의미합니다. 

강팀에 약한 발렌시아의 행보는 누군가의 존재감을 떠올리게 합니다. 바로 박지성입니다. 박지성은 유독 강팀과의 경기에서 강한 면모를 발휘했습니다. 2007/08시즌 챔피언스리그 8강 AS로마전과 4강 FC 바르셀로나전에서 1~2차전을 포함한 총 4경기에 선발 출전하여 맹활약을 펼치면서 '강팀용 선수'로 부각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시즌에는 첼시-아스날-리버풀전, 인터 밀란과의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리가 데퀴토와의 클럽 월드컵 결승전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친것을 비롯 강팀을 상대로 골까지 넣으며 팀 공격에 큰 이득을 안겼습니다.

'지난 시즌까지의' 박지성이 강팀에 강했던 이유는 다른 공격 옵션들에 비해 기복 없는 플레이를 펼쳤기 때문입니다. 특유의 헌신적이고 희생적인 자세로 공수 양면에 걸쳐 묵묵히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죠. 평점 5~10점을 넘나드는 기복있는 플레이보다 꾸준히 평점 7~8점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박지성의 특징 이었습니다. 한 쪽 측면에서 호날두가 이기적인 활약을 펼치다보니 다른 한 쪽 측면에서는 이타적인 활약의 선수가 필요했기 때문에 나니보다는 박지성이 강팀과의 경기에서 선택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박지성은 최근 무릎 부상 후유증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팀 전술이 호날두 이적 여파로 역습에서 지공 형태의 점유율 축구로 바뀌더니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최근에는 오베르탕이 맨유의 조커로 꾸준히 모습을 내밀면서 나니의 입지가 축소 되었고 박지성도 위험한 부분이 없지는 않습니다. 일각에서는 박지성이 오베르탕에게 밀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빠른 복귀가 절실하다는 조급한 주장까지 제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말 처럼, 박지성은 언젠가 지난 시즌의 포스를 되찾을 것이 분명합니다. 긱스는 이미 중앙 미드필더 전환이 예고되었고 나니-오베르탕은 맨유의 붙박이 주전으로 활용하기에는 부족한 실력을 가진 선수들입니다. 오른쪽보다는 왼쪽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강팀과의 경기에서는 발렌시아보다는 박지성쪽에 여전한 무게감이 실립니다. 발렌시아는 강팀을 상대하면서 자신의 클래스를 발휘하지 못했으니까요. 박지성은 상대팀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부족함을 한꺼번에 만회할 수 있는 아우라가 있습니다.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이 참가하게 될 A매치 덴마크-세르비아전에 맨유 피지컬 코치를 파견하기로 했습니다. 박지성의 몸을 관리하기 위해서죠. 이것은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의 기를 살리기 위해, 박지성을 A매치 데이 이후부터 실전에 꾸준히 투입 하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믿음을 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는 박지성이 퍼거슨 감독의 믿음에 보답해야 할 것입니다. 어쩌면 '발렌시아가 부진했던' 강팀과의 경기가 박지성의 입지를 지난 시즌처럼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전반전에 2골 내줬지만 후반전에 5골 넣었습니다. 더욱이 후반 11분부터 26분까지 15분 동안 4골을 몰아쳤습니다. 이러한 경기는 좀처럼 보기 힘든데다 웬만한 강팀도 달성하기 어려운 기록입니다. 하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세계 최고의 팀이라는 이미지에 걸맞게 그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퍼거슨 감독이 이끄는 맨유가 26일 오전 1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프리미어리그 33라운드 토트넘전에서 5-2 대승을 거두었습니다. 전반 29분과 32분에 대런 벤트, 루카 모드리치에게 골을 허용했지만 후반 11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페널티킥을 시작으로 21분 웨인 루니가 동점골을 넣으면서 스코어를 따라잡았습니다. 그러더니 23분 호날두가 헤딩 역전골을 넣으며 경기를 뒤집었고 3분 뒤에는 루니가 자신의 오른발로 골망을 갈랐습니다. 34분에는 디미타르 베르바토프가 오른발슛으로 자신의 친정팀을 '확인사살' 시키며 5-2 승리를 확정짓게 했습니다.

이로써 맨유는 후반전에만 5골을 몰아치는 괴력을 발휘하며 토트넘을 물리쳤습니다. 승점 77점으로 2위 리버풀에 승점 3점 차이로 앞선데다 한 경기를 덜 치르면서 프리미어리그 3연패 고지에 성큼 다가섰습니다. 특히 루니와 호날두는 팀 공격의 중심 답게 이날 경기에서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5골 대폭발'의 주연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맨유는 이러한 오름세 기세를 모아 오는 30일 아스날과의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승리를 자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승리에 굶주린 맨유, 강팀의 저력은 이런 것

강팀의 저력은 불변하다는 것을 가르쳐준 경기였습니다.

맨유는 지난달 14일과 22일 리버풀, 풀럼전에서 최악의 패배를 거두는 위기에 빠졌습니다. 아스날이 지난해 2월 22일 버밍엄 시티전 2-2 무승부 이후 그동안 잘나갔던 리듬이 완전히 끊기면서 리그 1위에서 3위로 급추락했던 전례를 상기하면 맨유의 내림세 가능성이 짙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맨유는 4월 7경기에서 5승2무의 성적을 올리면서 위기론을 불식시킨것과 동시에 오름세 행보를 다시 이어갈 수 있는 절호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진정한 강팀은 어려운 고비 속에서도 평소의 훌륭한 페이스를 그대로 유지하고 절호의 기회에서 제 구실을 할때 빛을 발합니다. 맨유가 그런 케이스입니다. 리버풀, 풀럼전 부진 속에서도 이에 개의치 않고 경기를 치렀던 것이 지난날의 부침을 훌훌 털어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토트넘전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전반전에 2골을 내줬음에도 후반전에 5골을 넣은것은 맨유가 위기속에서도 얼마나 강한지를 엿보일 수 있게 합니다.

이는 맨유 선수들이 서로 하나되어 똘똘 뭉친 승리욕이 얼마만큼 뜨거운지를 알 수 있게 합니다. 박지성이 지난해 12월 어느 일본 TV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유창한 일본어를 뽐내며 "맨유가 강한 이유는 세계적인 슈퍼 스타들이 팀 플레이를 철저히 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팀을 위해서 싸우고 정신적으로도 프로패셔널하다"는 말을 이번 경기를 통해 뼈저리게 실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축구는 11명이 서로 일심동체가 되는 단체 종목이기 때문에, 경기에서 승리하고자 하는 단합된 마음 없이는 진정한 강팀이 될 수 없는 것입니다.

사실 맨유는 전반전에 안이한 경기력을 펼쳤습니다. 토트넘전을 가볍게 풀어가면서 아스날전을 대비하는 것이 원래의 전략이었기 때문이죠. 그러다보니 전반전에 많은 공격 기회를 잡았음에도 집중력 저하로 비효율적인 경기 운영을 일관했고 결정적인 상황에서 골과 직결된 슈팅을 놓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더니 전반 29분 리오 퍼디난드가 벤트의 마크를 놓치면서 선제골을 허용했고 3분 뒤에는 하파엘 다 실바가 불안한 위치선정으로 루카 모드리치의 골을 허용하는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두 개의 실점 모두 아론 레논의 오른쪽 크로스에서 시작된 것이기 때문에, '평소 레논에게 약한' 파트리스 에브라의 수비가 허술했습니다.

그런 맨유가 후반전부터 강팀의 면모를 발휘했습니다. 전반전에 부진하던 루이스 나니를 빼고 카를로스 테베즈를 투입하더니 웨인 루니를 왼쪽 윙어로 내리면서 기동력을 강화했습니다. 그런데 2-0으로 앞선 토트넘이 1골을 더 넣기 위해 좌우 풀백을 공격적으로 포진시키면서 맨유 공격 옵션들의 활로를 열어주는 결정적 계기가 됐습니다. 테베즈 투입으로 반전을 꾀하던 퍼거슨 감독의 작전은 그대로 적중한 반면에 강팀을 상대로 방심한 해리 래드납 감독은 스스로 패착을 던지고 말았죠.

맨유가 토트넘의 자멸을 이끌었던 원동력에는 루니와 호날두에 초점을 맞추는 빠른 템포의 공격에 있었습니다. '베르바토프-테베즈' 투톱이 최전방에서 공을 잡을 때 좌우 윙어를 맡는 루니와 호날두가 중앙으로 빠르게 침투하면서 토트넘의 수비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죠. 그러더니 후반 15분 폴 스콜스가 교체 투입되어 중앙 공격에 힘이 실리면서 토트넘 수비진이 갑작스럽게 흔들렸습니다. 여기에 토트넘은 체력저하까지 겹치면서 루니-호날두의 득점포가 빛을 발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후반 21분 루니의 동점골 장면은 토트넘 수비가 완전히 흔들리는 결정타가 됐습니다. 테베즈는 팀의 역습 상황에서 자신의 오른쪽에 있던 루니에게 스루패스를 찔러줬는데, 토트넘 수비진이 패스의 방향과 루니의 침투를 읽지 못하면서 골이 터졌습니다. 루니의 골도 대단했지만 테베즈의 넓은 시야와 날카로운 패싱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그러던 맨유는 23분과 26분에 골을 넣으면서 4-2로 앞서갔습니다. 21분 골 장면이 워낙 임펙트가 강했기 때문에 상대 수비진이 힘을 잃은 것이며 5분에 3골을 몰아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겁니다.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맨유의 집념이 얼마만큼 강한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맨유의 5골도 대단했지만, 루니의 눈부신 활약은 팀의 밝은 미래를 엿보이게 합니다. 루니는 이날 2골 1도움을 포함, 최근 2경기 연속 골을 기록하며 오름세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올 시즌 잔부상을 거듭하며 팀에 꾸준한 공헌을 하지 못했던 루니의 토트넘전 맹활약은 '5월 피날레'를 꿈꾸는 맨유에게 커다란 기폭제가 될 수 있습니다. 지난 시즌 '루니의 법칙'이라는 말이 유행했을 만큼 루니가 경기에 출전하면 맨유의 승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한번 분위기를 타면 끝없이 몰아치는 루니의 고공행진이 주목 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이날 경기를 전반전까지만 보셨던 축구팬들은 '맨유가 또 한번 위기를 맞는구나'라며 주무셨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맨유는 다른 팀들과 달랐습니다. 후반전에 5골을 몰아치면서 경기에서 반드시 이기겠다는 승리욕을 발휘했습니다. 5월 피날레를 향한 승리에 잔뜩 굶주렸기 때문에 강팀다운 저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이죠. 토트넘과의 전반전처럼 집중력이 결여된 경기를 펼치지 않는다면, 맨유의 쿼트러플(4관왕) 달성은 꿈이 아닌 현실이 될 것입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