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맨유 5골 대폭발, 강팀의 저력은 이런 것


전반전에 2골 내줬지만 후반전에 5골 넣었습니다. 더욱이 후반 11분부터 26분까지 15분 동안 4골을 몰아쳤습니다. 이러한 경기는 좀처럼 보기 힘든데다 웬만한 강팀도 달성하기 어려운 기록입니다. 하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세계 최고의 팀이라는 이미지에 걸맞게 그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퍼거슨 감독이 이끄는 맨유가 26일 오전 1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프리미어리그 33라운드 토트넘전에서 5-2 대승을 거두었습니다. 전반 29분과 32분에 대런 벤트, 루카 모드리치에게 골을 허용했지만 후반 11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페널티킥을 시작으로 21분 웨인 루니가 동점골을 넣으면서 스코어를 따라잡았습니다. 그러더니 23분 호날두가 헤딩 역전골을 넣으며 경기를 뒤집었고 3분 뒤에는 루니가 자신의 오른발로 골망을 갈랐습니다. 34분에는 디미타르 베르바토프가 오른발슛으로 자신의 친정팀을 '확인사살' 시키며 5-2 승리를 확정짓게 했습니다.

이로써 맨유는 후반전에만 5골을 몰아치는 괴력을 발휘하며 토트넘을 물리쳤습니다. 승점 77점으로 2위 리버풀에 승점 3점 차이로 앞선데다 한 경기를 덜 치르면서 프리미어리그 3연패 고지에 성큼 다가섰습니다. 특히 루니와 호날두는 팀 공격의 중심 답게 이날 경기에서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5골 대폭발'의 주연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맨유는 이러한 오름세 기세를 모아 오는 30일 아스날과의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승리를 자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승리에 굶주린 맨유, 강팀의 저력은 이런 것

강팀의 저력은 불변하다는 것을 가르쳐준 경기였습니다.

맨유는 지난달 14일과 22일 리버풀, 풀럼전에서 최악의 패배를 거두는 위기에 빠졌습니다. 아스날이 지난해 2월 22일 버밍엄 시티전 2-2 무승부 이후 그동안 잘나갔던 리듬이 완전히 끊기면서 리그 1위에서 3위로 급추락했던 전례를 상기하면 맨유의 내림세 가능성이 짙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맨유는 4월 7경기에서 5승2무의 성적을 올리면서 위기론을 불식시킨것과 동시에 오름세 행보를 다시 이어갈 수 있는 절호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진정한 강팀은 어려운 고비 속에서도 평소의 훌륭한 페이스를 그대로 유지하고 절호의 기회에서 제 구실을 할때 빛을 발합니다. 맨유가 그런 케이스입니다. 리버풀, 풀럼전 부진 속에서도 이에 개의치 않고 경기를 치렀던 것이 지난날의 부침을 훌훌 털어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토트넘전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전반전에 2골을 내줬음에도 후반전에 5골을 넣은것은 맨유가 위기속에서도 얼마나 강한지를 엿보일 수 있게 합니다.

이는 맨유 선수들이 서로 하나되어 똘똘 뭉친 승리욕이 얼마만큼 뜨거운지를 알 수 있게 합니다. 박지성이 지난해 12월 어느 일본 TV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유창한 일본어를 뽐내며 "맨유가 강한 이유는 세계적인 슈퍼 스타들이 팀 플레이를 철저히 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팀을 위해서 싸우고 정신적으로도 프로패셔널하다"는 말을 이번 경기를 통해 뼈저리게 실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축구는 11명이 서로 일심동체가 되는 단체 종목이기 때문에, 경기에서 승리하고자 하는 단합된 마음 없이는 진정한 강팀이 될 수 없는 것입니다.

사실 맨유는 전반전에 안이한 경기력을 펼쳤습니다. 토트넘전을 가볍게 풀어가면서 아스날전을 대비하는 것이 원래의 전략이었기 때문이죠. 그러다보니 전반전에 많은 공격 기회를 잡았음에도 집중력 저하로 비효율적인 경기 운영을 일관했고 결정적인 상황에서 골과 직결된 슈팅을 놓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더니 전반 29분 리오 퍼디난드가 벤트의 마크를 놓치면서 선제골을 허용했고 3분 뒤에는 하파엘 다 실바가 불안한 위치선정으로 루카 모드리치의 골을 허용하는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두 개의 실점 모두 아론 레논의 오른쪽 크로스에서 시작된 것이기 때문에, '평소 레논에게 약한' 파트리스 에브라의 수비가 허술했습니다.

그런 맨유가 후반전부터 강팀의 면모를 발휘했습니다. 전반전에 부진하던 루이스 나니를 빼고 카를로스 테베즈를 투입하더니 웨인 루니를 왼쪽 윙어로 내리면서 기동력을 강화했습니다. 그런데 2-0으로 앞선 토트넘이 1골을 더 넣기 위해 좌우 풀백을 공격적으로 포진시키면서 맨유 공격 옵션들의 활로를 열어주는 결정적 계기가 됐습니다. 테베즈 투입으로 반전을 꾀하던 퍼거슨 감독의 작전은 그대로 적중한 반면에 강팀을 상대로 방심한 해리 래드납 감독은 스스로 패착을 던지고 말았죠.

맨유가 토트넘의 자멸을 이끌었던 원동력에는 루니와 호날두에 초점을 맞추는 빠른 템포의 공격에 있었습니다. '베르바토프-테베즈' 투톱이 최전방에서 공을 잡을 때 좌우 윙어를 맡는 루니와 호날두가 중앙으로 빠르게 침투하면서 토트넘의 수비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죠. 그러더니 후반 15분 폴 스콜스가 교체 투입되어 중앙 공격에 힘이 실리면서 토트넘 수비진이 갑작스럽게 흔들렸습니다. 여기에 토트넘은 체력저하까지 겹치면서 루니-호날두의 득점포가 빛을 발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후반 21분 루니의 동점골 장면은 토트넘 수비가 완전히 흔들리는 결정타가 됐습니다. 테베즈는 팀의 역습 상황에서 자신의 오른쪽에 있던 루니에게 스루패스를 찔러줬는데, 토트넘 수비진이 패스의 방향과 루니의 침투를 읽지 못하면서 골이 터졌습니다. 루니의 골도 대단했지만 테베즈의 넓은 시야와 날카로운 패싱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그러던 맨유는 23분과 26분에 골을 넣으면서 4-2로 앞서갔습니다. 21분 골 장면이 워낙 임펙트가 강했기 때문에 상대 수비진이 힘을 잃은 것이며 5분에 3골을 몰아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겁니다.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맨유의 집념이 얼마만큼 강한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맨유의 5골도 대단했지만, 루니의 눈부신 활약은 팀의 밝은 미래를 엿보이게 합니다. 루니는 이날 2골 1도움을 포함, 최근 2경기 연속 골을 기록하며 오름세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올 시즌 잔부상을 거듭하며 팀에 꾸준한 공헌을 하지 못했던 루니의 토트넘전 맹활약은 '5월 피날레'를 꿈꾸는 맨유에게 커다란 기폭제가 될 수 있습니다. 지난 시즌 '루니의 법칙'이라는 말이 유행했을 만큼 루니가 경기에 출전하면 맨유의 승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한번 분위기를 타면 끝없이 몰아치는 루니의 고공행진이 주목 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이날 경기를 전반전까지만 보셨던 축구팬들은 '맨유가 또 한번 위기를 맞는구나'라며 주무셨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맨유는 다른 팀들과 달랐습니다. 후반전에 5골을 몰아치면서 경기에서 반드시 이기겠다는 승리욕을 발휘했습니다. 5월 피날레를 향한 승리에 잔뜩 굶주렸기 때문에 강팀다운 저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이죠. 토트넘과의 전반전처럼 집중력이 결여된 경기를 펼치지 않는다면, 맨유의 쿼트러플(4관왕) 달성은 꿈이 아닌 현실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