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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 7번' 마이클 오언의 부활을 주목하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등번호 7번은 팀 내에서 가장 월등한 실력을 뽐내는 선수들의 전유물입니다. 바비 찰튼, 조지 베스트, 스티브 코펠, 브라이언 롭슨, 에릭 칸토나, 데이비드 베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맨유의 7번이자 에이스로서 성공적인 활약을 펼친 선수들입니다. 그래서 맨유 7번 계보는 많은 축구팬들의 주목을 끌으며 등번호 7번의 무게감과 상징성을 높였습니다.

현재 맨유에서 등번호 7번을 달고 활약중인 선수는 '원더보이' 마이클 오언(30) 입니다. 오언은 지난 7월초 뉴캐슬과 계약이 해지된지 사흘만에 맨유에 입단했고 주급이 무려 50% 삭감 됐습니다. 2001년 발롱도르 수상자이자 베컴과 함께 잉글랜드 축구의 아이콘으로 꼽혔던 오언에게 있어 주급 50% 삭감은 지난날의 힘겨웠던 세월을 상징하는 대목입니다. 잦은 부상으로 인한 경기력 저하, 뉴캐슬의 주장으로서 팀의 강등을 막지 못한 책임,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발탁 실패로 온갖 시련을 겪었습니다. 그랬던 그가 호날두에 이어 등번호 7번의 주인공이 된 것은 많은 이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습니다.

사실, 오언은 전성기가 지났습니다. 2000년대 초반 리버풀에서 맹활약을 펼쳤으나 2004/05시즌 레알 마드리드에서 곤잘레스 라울에게 주전 경쟁에서 밀리면서 부터 삐꺽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더니 이듬해 시즌 뉴캐슬에서 잦은 부상과 경기력 저하로 고전하면서 예전의 화려했던 명성에 흠집이 생겼습니다. 이러한 오언의 행보는 칸토나와 베컴, 호날두처럼 전성기를 맨유에서 꽃을 피웠던것과 사뭇 다른 행보입니다. 그래서 오언의 부진하면 맨유의 영광인 7번 계보가 끊기는 것이 아니냐는 일부 팬들의 걱정스런 시선이 존재했습니다.

이러한 팬들의 걱정은 현실화 되었습니다. 오언은 9일 볼프스부르크전 이전까지 올 시즌 19경기에서 4골 1도움에 그쳤습니다. 프리미어리그 11경기에서 2골에 그쳤을 뿐더러 선발 출전은 3경기에 불과합니다. 지난 9월 20일 라이벌 맨시티전 결승골 이후에는 프리미어리그를 포함한 13경기에서 2골에 그쳐 골잡이 다운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자유계약신분으로 이적료 없이 입단했고 주급이 50% 삭감 되었지만 오언이라는 기대치를 상기하면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임에 분명합니다.

오언의 골 부족은 골을 노리는 적극성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볼프스부르크전을 제외한 19경기에서 19개의 슈팅을 날렸는데 1경기당 슈팅 1개에 그쳤습니다. 잦은 부상으로 경기력이 부진했던 악몽이 맨유에서 재현되고 말았습니다. 과거의 오언은 후방쪽 받은 패스를 상대 수비 뒷 공간에서 받은 뒤 문전쪽으로 빠르게 전진하여 골을 넣는 성향 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움직임이 그동안의 부상 여파로 예전보다 느려지고 상대 수비를 제치는 민첩성도 약해지면서 예전의 본능같은 파괴력을 잃었습니다. 그러더니 슈팅 기회를 잡지 못하면서 상대 수비에게 고립되는 경우가 많았고 그 결과 골 부진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오언의 경기력은 맨유 등번호 7번에 걸맞는 활약상과 어울리지 못했습니다. 물론 오언은 맨유에서 부활을 꿈꾸는 선수였지만 이전의 7번 스타들과 비교하면 지금까지의 행보가 긍정적이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만약 오언이 7번 선수가 아닐지라도 평가는 같았을 것입니다. 공격수는 골로 말하는 것 처럼 오언의 골 수치는 원더보이라는 기대치를 감안하면 부족함을 느끼는 기록입니다. 또한 맨유가 최근 에딘 제코(볼프스부르크) 세르히오 아구에로(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다비드 비야(발렌시아) 같은 걸출한 공격수 영입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오언의 팀 내 입지가 좁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그러던 오언이 이번 볼프스부르크전에서 팀 승리의 주역으로 거듭났습니다. 전반 44분과 후반 38분, 45분에 상대 골망을 세 번 씩이나 흔드는 해트트릭으로 팀의 3-1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그 이전까지 19경기에서 4골에 그쳤던 선수가 해트트릭을 달성한 것은 선수 본인에게 그동안의 부진을 털고 앞으로의 경기에서 맹활약을 펼칠 수 있는 터닝 포인트의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그러면서 가공할 화력으로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획득했습니다.

오언의 세 골은 절묘한 위치선정과 공격수 특유의 골 센스, 정확한 슈팅 능력의 3박자가 골고루 맞아 떨어진 결과입니다. 루이스 나니의 크로스를 문전에서 머리로 받아 헤딩골 넣는 장면, 가브리엘 오베르탕의 헛다리 짚기에 이은 스루패스를 골문으로 가볍게 밀어넣은 장면, 오베르탕의 전진패스를 받아 문전에서 수비수들 사이로 빠르게 돌파하여 해트트릭의 작품을 완성지은 장면은 골잡이로서의 저력이 묻어났음을 의미합니다. 골을 노리는 과정에서 동료 선수에게 패스 받는 위치가 정확했고 상대 수비의 견제를 뚫고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그리고 맨유가 이날 경기에서 기록한 4개의 유효 슈팅 중에 3개가 오언의 골 이었습니다.

오언의 3골이 값졌던 또 하나의 이유는 이날 맨유가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1군 선수만 무려 15명이나 부상과 컨디션 조절 등의 이유로 빠졌기 때문이죠. 특히 맨유는 수비수들 중에 거의 대부분이 부상으로 결장하고 '루니-베르바토프' 투톱까지 빠지면서 기존의 4-4-2에서 3-4-1-2로 포메이션을 전환했습니다. 여기에 볼프스부르크가 맨유전을 이겨야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을 확정짓기 때문에, 맨유로서는 이날 경기 전망이 어려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러한 맨유의 불안 요소를 오언이 해트트릭으로 깰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미비했던 팀내 공헌도를 끌어올리고 자신의 이미지를 회복하는 긍정적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오언의 활약에 퍼거슨 감독은 경기 종료 후 맨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환상적인 해트트릭이었다. 페널티 박스안에서의 오언은 정말 굉장하다. 수비수들을 가로 질러 골을 향해 가는 그의 타이밍은 기가 막히다. 오언 때문에 정말 기뻤다"라며 오언이 골잡이로서 특출난 감각을 발휘한 것을 극찬했습니다. 감독의 칭찬을 듣는 선수의 마음은 기쁠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그동안 슬럼프로 고전했던 선수라면 감독의 긍정적인 말에 힘을 얻어 앞으로의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는데 노력할 것입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오언입니다.

오언의 승부사 기질은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9월 20일 라이벌 맨시티전에서 경기 종료 직전에 결승골을 넣으며 맨유의 4-3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당시 오언을 후반 29분에 교체 투입했던 맨유는 추가 시간이 4분 지난 뒤 크레이그 벨라미에게 동점골을 허용했으나 그 즉시 라이언 긱스의 대각선 패스에 이은 오언의 결승골로 이어졌습니다. 오언은 벨라미의 골 이후 집중력이 무너진 맨시티 수비진의 느슨한 압박을 틈타 문전 왼쪽 공간을 확보한 뒤, 후방에서 긱스의 패스를 받아 상대 골문 오른쪽을 노리는 골을 터뜨려 맨체스터 더비의 '위너'로 떠올랐습니다.

맨시티전과 볼프스부르크전을 미루어보면, 오언은 맨유가 승리를 필요로 하는 극적인 상황에서 골을 터뜨렸습니다. 그동안 꾸준히 골을 넣지 못했을 뿐 해결사 본능은 여전히 살아 있었습니다. 맨유의 전설이자 영원한 슈퍼 서브로 회자되는 올레 군나르 솔샤르가 주전 공격수가 아니었음에도 극적인 상황에서 한 방을 과시했던 것 처럼 오언도 그 전례를 밟을 가능성이 생겼습니다. 공교롭게도 솔샤르와 오언은 모두 맨유의 주전 공격수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솔샤르가 맨유의 전설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점은 7번 계보를 성공적으로 이어가야 할 오언이 반면교사 삼아야 할 대목입니다.

오언은 주급 50% 삭감을 감수하고 맨유에 입성한 선수입니다. 맨유의 라이벌인 리버풀의 심장이었던 선수가 명예회복을 위해 맨유 유니폼을 입은 것은 반드시 부활에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했습니다. 그동안 경기력이 좋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볼프스부르크전을 통해 부활 가능성을 알린 것은 솔샤르처럼 슈퍼 서브라도 기량을 만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알렸습니다.

이러한 오언의 성공 시나리오는 지금까지 맨유 7번 계보를 이어간 선수들의 성공 행보와 다르지만 또 다른 방식으로 '오언의 시대'를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전성기가 지난 오언이 맨유의 7번으로서 성공적인 활약을 펼치는 방법은 지난날의 부진과 시련을 잊고 자신의 역할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여 기회를 노리는 것입니다. 훗날 맨유에서 성공한 7번 선수로 이름을 남길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