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박지성 빠진' 맨유, 경기 내용이 아쉬웠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별들의 전쟁' 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예선에서 2연승을 거두었습니다.

맨유는 1일 오전 3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09/10시즌 챔피언스리그 32강 B조 예선 2차전에서 독일 분데스리가 디펜딩챔피언 볼프스부르크를 2-1로 제압했습니다. 후반 11분 에딘 제코에게 헤딩 선제골을 내줬지만 3분 뒤 라이언 긱스가 왼발 프리킥으로 동점골을 넣었고 33분에는 마이클 캐릭이 오른발 감아차기 슛으로 역전골을 작렬하면서 승리의 미소를 머금었습니다. 이로써 맨유는 2승을 올리며 B조 단독 선두에 올랐습니다.

이날 맨유는 맨유 답게 경기하지 못했습니다. 경기 도중에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선수들의 움직임이 무딘 모습을 보였고 패스 정확도까지 떨어지는 문제점이 나타났습니다. 맨유의 에이스인 웨인 루니가 상대 수비의 압박에 막혔던 것도 아쉬웠던 부분입니다. 후반 14분 긱스의 프리킥이 상대 수비벽을 맞고 동점골로 이어지지 않았다면 맨유의 2-1 역전승은 없었을지 모릅니다. 그 정도로 경기 내용이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한편, 박지성은 감기 몸살로 결장했고 볼프스부르크에서 활약중인 일본 미드필더 하세베 마코토는 후반 11분 왼발 로빙 패스로 제코의 골을 어시스트 했습니다. '박지성 경쟁자' 안토니오 발렌시아는 전반전에 오버페이스 하면서 후반전에 체력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나타났고, 평소에 비해 적극적이지 못한 드리블 돌파를 일관한 끝에 후반 37분 교체 되었습니다. 

맨유, 힘겨웠던 2-1 역전승

맨유는 경기 초반부터 수비 중심의 경기를 펼쳤습니다. 지난 시즌 54골을 합작했던 '그라피테-제코' 투톱과 상대 미드필더들의 공격적인 경기 운영에 대처하기 위해 초반부터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쳐 상대 허점을 노리겠다는 것이 그 의도였습니다. 그래서 '안데르손-캐릭'으로 짜인 중앙 미드필더 조합이 '퍼디난드-비디치'로 형성된 센터백 조합과의 간격을 좁혀 상대팀 중앙 공격을 저지하는데 부단한 노력을 했습니다.

그래서 전반전에는 수비가 성공적으로 진행 됐습니다. 안데르손-캐릭이 상대 중앙 공격 길목을 미리 선점하면서 중원 장악이 수월해졌고 캐릭은 상대 플레이메이커인 즈베즈단 미시모비치를 꽁꽁 묶었습니다. 그래서 경기 분위기를 주도할 수 있었고 박스 안에서 그라피테-제코에게 골 기회를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전반 35분 이후에는 볼프스부르크가 중앙 공격이 막히면서 측면 공격에 물꼬를 텃지만 에브라-오셰이에 막혀 이렇다할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안데르손-캐릭이 평소보다 수비에 비중을 높였던 것이 전반전 무실점의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아쉬운 것은 공격 전개였습니다. 평소에는 지공 형태의 공격으로 효율성을 최대화했지만 올드 트래포드에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유기적인 공격 전개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특히 전반전에는 긱스-캐릭-발렌시아의 효율성 부족이 아쉬웠습니다. 세 선수는 전반전 패스 정확도가 각각 46%(28개 시도 13개 성공) 59%(22개 시도 13개 성공) 68%(19개 시도 13개 성공)에 그칠 정도로 여러차례의 패스 미스를 범했습니다. 안데르손의 롱패스도 한 박자 느리게 연결되면서 상대 수비가 전열을 갖추는 타이밍을 벌어주고 말았습니다.

전반 20분에는 마이클 오언이 발목 부상으로 교체되는 악재가 터졌습니다. 오언은 이번 경기 이전부터 발목이 좋지 못해 최종 훈련에 빠졌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루니와 함께 선발로 호흡을 맞췄습니다. 하지만 올드 트래포드에 비가 많이 쏟아지면서 다리에 무리가 왔고 부상 부위가 악화되면서 결국 벤치로 들어갔습니다. 맨유가 이른 시간에 교체 카드 한 장을 쓴 것은 후반전 운영이 빠듯해지는 부담감으로 이어졌습니다.

또 한가지 아쉬운 것은 후반 초반의 안이한 경기 운영 이었습니다. 선수들의 움직임이 전반전에 비해 무뎠고 공격 템포도 느려지는 문제점이 나타났습니다. 긱스-캐릭의 패스는 여전히 정확도가 떨어졌고 발렌시아는 오른쪽 측면에서 볼 터치 기회를 얻지 못했고 그로인해 루니-베르바토프 투톱이 박스 안에서 골을 노리는 모습을 보기가 드물었습니다.

그런 안이한 흐름은 후반 11분 볼프스부르크에 선제골을 허용하는 악재로 이어졌습니다. 맨유 페널티 박스 오른쪽에서 하세베가 왼발 로빙 패스로 제코의 헤딩 선제골을 엮었는데, 그 과정에서 오셰이를 비롯한 세 명의 선수가 하세베를 밀착 견제하지 못하고 물끄러미 바라봤던 것이 실점의 빌미가 됐습니다. 후반 초반부터 집중력이 흔들리지 않았더라면 이날 경기에서 매끄러운 경기 운영을 펼쳤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맨유의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후반 14분 긱스가 아크 오른쪽에서 왼발 프리킥으로 동점골을 작렬했기 때문이죠. 긱스의 왼발 프리킥은 상대 수비벽을 맞고 골문으로 향했던 슈팅이었기 때문에 운이 좋았습니다. 상대에게 선제골을 내준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간에 세트 피스로 동점골을 꽂은 것은 맨유가 경기 흐름을 수월하게 장악할 수 있는 발판이 됐습니다.

맨유는 긱스의 동점골 이후부터 안데르손-캐릭을 공격쪽으로 끌어 올리면서 공격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수비진이 그라피테-제코 투톱을 꽁꽁 묶으면서 미드필더들이 수비 부담을 느끼지 않고 공격에 비중을 높였습니다. 이 시점부터는 캐릭의 패스가 살아나기 시작했고 베르바토프가 상대 수비의 빈 공간을 창출하는데 주력하면서 역전골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루니가 상대 수비의 거센 압박에 막힌 것과 발렌시아가 오른쪽 측면에서 부지런히 패스를 연결하는 모습이 적었던 것이 흠이지만 경기 분위기 만큼은 상대를 확실하게 장악했습니다.

공격에 올인한 맨유는 후반 33분에 활짝 웃었습니다. 루니-베르바토프-긱스로 이어지는 패스 연결 과정에서 캐릭이 아크 중앙에서 오른발 인사이드슛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베르바토프가 아크 왼쪽에서 턴 동작으로 긱스에게 패스를 연결했던 것이 상대 수비의 압박을 분산시켰고 그 과정에서 긱스의 짧은 패스를 받았던 캐릭이 정교한 슈팅으로 역전골을 넣었습니다. 맨유는 경기 막판까지 2-1 리드를 지킨 끝에 승점 3점을 따내는데 성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