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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감기 몸살' 박지성, 다 잊고 쉬어라

 

참으로 안타까운 소식입니다. '산소탱크' 박지성(28,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이 감기 몸살로 다음달 1일에 열리는 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예선 2차전 볼프스부르크전에 결장합니다. 이미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볼프스부르크전을 앞둔 공식 기자회견에서 "박지성은 몸살에 걸렸다"며 박지성의 최종훈련 불참 원인을 밝혔고 맨유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일찌감치 결장을 언급했습니다.

박지성의 몸살이 안타까운 이유는 올 시즌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떠나고 팀 전술이 속공에서 지공 형태의 공격으로 바뀐 과도기의 희생양이 되는 듯한 모양새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로 인해 개인 공격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맨유의 공격 옵션으로 중용받을 수 밖에 없었고 박지성의 선발 출전 빈도는 지난 시즌보다 줄었습니다.

특히 최근 2경기 연속 18인 엔트리에 제외된 상황에서 감기 몸살로 전력에서 이탈한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축구 선수들은 폐활량이 많기 때문에 감기 같은 감염 질환에 노출되기 쉬워 일반인들보다 증세가 심합니다. 특히 잉글랜드는 날씨가 변덕스럽기 때문에 한 번 감기 걸리면 증세가 쉽게 호전되지 못합니다. 무리하게 경기에 출전하는것 보다는 최상의 컨디션을 되찾을때까지 쉬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입니다.

사실, 박지성이 감기에 걸리지 않았다면 이번 볼프스부르크전에서 선발로 뛰었을 것입니다. 최근 2경기 연속 쉬면서 체력과 컨디션이 최상의 궤도에 올라갔기 때문입니다. 특히 볼프스부르크는 공격 파괴력이 뛰어난 팀이기 때문에 박지성 같은 수비 성향의 미드필더들이 베스트 일레븐에 필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박지성은 챔피언스리그에 강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볼프스부르크전에서 그동안 침체되었던 행보를 극복했을지 모릅니다. 그저 감기 몸살로 고생하는 것이 불운할 따름입니다.

박지성이 언제 복귀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음달 25일 리버풀전 이전까지는 복귀할 것으로 보이지만, 감기 몸살로 컨디션이 나빠진 상황에서 팀 전력에 포함되기 때문에 복귀 이후 한동안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기 어려울 가능성이 큽니다. 박지성은 컨디션을 최상으로 되찾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죠. 국내에서 열리는 A매치 이후 컨디션이 저조했던 것도 이 때문 이었습니다.

여론에서는 박지성의 볼프스부르크전 결장에 '이때다!'라며 "박지성은 이적했으면 좋겠다", "박지성은 공격력이 부족하다"는 말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박지성이 최근 2경기 연속 결장한 상황에서 감기 몸살로 볼프스부르크전에 빠지기 때문에 아쉬운 반응들을 내뱉을 수 밖에 없죠. 그가 그동안 대중들의 많은 관심과 시선을 받았기 때문에 대중의 실망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가장 힘든건 선수 본인이라는 것을 잊어선 안됩니다. 박지성은 축구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축구 선수는 거의 매 경기에 출전해야 실력이 부쩍 향상되고 경기 감각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박지성도 경기에 뛰고 싶을 것이고 결장에 아쉬운 생각을 가질 것입니다. 선수가 겉으로는 내색을 안하더라도 천성은 축구 선수이기 때문에 그 특성은 절대로 부정하기 힘듭니다.

특히 올 시즌 많은 선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감기로 전력에서 이탈한 박지성의 현재 심정은 그야말로 괴로울 것입니다. 시즌 초반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고 경기도 뛸 수 없기 때문에 심리적인 고통이 큽니다. '박지성 같은' 내성적인 성향의 선수일수록 스트레스가 클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잉글랜드는 엄연히 외국인데다 국내와 문화권이 다르기 때문에 타향살이로 인한 정신적인 힘겨움이 클지 모릅니다. 복귀 이후에는 힘겨운 로테이션 경쟁을 벌여야 하니 부담도 큽니다.

이 같은 상황은 PSV 에인트호벤 시절과 조금 흡사합니다. 박지성은 2003년 에인트호벤에 이적한지 얼마 되지 않아 무릎 부상으로 거의 몇달 동안 경기에 뛰지 못했습니다. 에인트호벤에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잃어간다는 생각에 결국에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일본 J리그 복귀까지 생각했습니다. 만약 복귀했다면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패했을 것이며 한국 축구의 아이콘이자 대들보로 성장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박지성은 그동안 유럽 무대에서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이 이겨냈던 선수입니다.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저력을 기대할 수 있는 것입니다. 비록 지금은 공격력 불안에 시달려 여론의 안타까운 반응을 얻고 있지만 언젠가는 다시 우리들을 기쁘게 할 감동을 선사할 것입니다. 박지성은 이름 그 자체만으로도 유럽 정상급 축구 스타이며 이미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되었습니다.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말이 있듯, 산소탱크의 저력을 발휘할 날이 다시 올 것입니다.

유럽 축구의 시즌은 깁니다. 올 시즌 종료까지 8개월의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지난 시즌처럼 팀의 주전으로 활약할 기회는 얼마든지 많습니다. 그리고 감기 몸살은 부상에 비하면 약합니다. 박지성은 한때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고생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또 다시 부상 악몽에 시달렸다면 지금보다 더 큰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입니다. 

박지성 본인도 앞으로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을 것입니다. 올 시즌이 끝나면 남아공 월드컵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감기 몸살에 걸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편안하게 쉬는 것 뿐입니다. 그저 결장에 부담스러워하지 않고 완벽한 몸 상태로 복귀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박지성의 결장에 지나치게 비관적인 반응을 나타내는 것 보다 그저 느긋하게 '앞으로 더 강해질' 그의 저력을 기대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