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선생' 박주영(24, AS모나코)이 기분 좋은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 14일 파리 생제르망전에서 첫 골을 터뜨렸고 20일 니스전에서는 어시스트를 기록해 최근 프랑스리그 2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올렸습니다. 시즌 초반부터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은 올 시즌 많은 공격 포인트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음을 기대케 합니다.
그러면서 국내 여론에서는 박주영의 빅 리그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모락모락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AS모나코의 에이스로 두각을 떨친데다 지난 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풀럼의 영입설로 주목받았기 때문에(박주영은 부정) 여론이 들뜰 수 밖에 없습니다.
당연한 현상입니다. 24세의 선수가 골 넣기 어려운 리그로 유명한 프랑스리그에서 한 팀의 주전 공격수로 확고하게 자리잡았기 때문에 빅 리그도 도전해 볼 만 합니다. 박지성에 이은 또 다른 빅 리그 성공 신화를 원하는 여론 입장에서는 박주영에 기대를 걸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대표팀에서는 박주영과 박지성이 '양박'으로 불릴만큼 뛰어난 축구 실력을 자랑하는 콤비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에 박주영의 미래에 기대를 걸어볼만 합니다.
하지만 박주영이 빅 리그에서 박지성처럼 성공할지, 혹은 진출에 성공할지는 미지수입니다. 프랑스리그에서 아직 경험을 더 쌓을 필요가 있겠지만 그보다 더 큰 걸림돌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병역 문제입니다.
박주영은 만 27세가 되는 2012년까지 상무에 입대하지 못하면 더 이상 상무에서 군 생활 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집니다. 상무의 지원 자격은 '접수일 기준 만 27세 이하의 고교 이상 졸업자'이기 때문이죠. 지금까지 예외에서 벗어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에 박주영도 피해갈 수 없습니다.
만약 박주영이 2013년 이후에 군 문제를 해결 지으려면 올림픽-아시안 게임 와일드카드를 통해 병역 혜택을 기약하거나 그것도 실패하면 경찰청 입대(만 30세 이하)-현역 입대-공익 근무요원 중에 하나를 이행해야 합니다. 빅 리그에서 박지성처럼 성공하기 위해, 유럽에서 날이 갈수록 성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병역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만 합니다.
물론 단기간에 빅 리그에서 성공적인 활약을 펼치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효과를 기대하는 빅 리그 팀은 많지 않습니다. 빅 리그 팀 입장에서는 오랫동안 꾸준한 맹활약을 펼칠 수 있는 선수를 '우선적으로' 선호하기 때문에 박주영의 병역 문제가 걸림돌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박주영 입장에서는 28세 이후에도 빅 리그에서 뛸 수는 있지만 상무 입대를 못하는 것은 부담거리입니다. 축구 선수는 꾸준한 경기 감각을 통해 실력을 단련해야 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상무에서 뛰지 못하면 군인 자격으로서 프로에서 뛸 기회가 없습니다. 물론 경찰청에서 뛸 수는 있지만 R리그(K리그의 2군리그)에서 뛰어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만약 2012년까지 병역 혜택을 받지 못하면 유럽에서의 커리어를 마칠수도 있습니다.
지난 여름 웨스트 브롬위치에서 수원으로 이적한 김두현이 그런 사례입니다. 올해 만 27세의 김두현은 올 시즌에도 웨스트 브롬위치에 잔류할 계획을 세웠으나 군 문제에 부담을 느끼고 상무 입대를 선택해 결국 국내로 돌아왔습니다. 김두현은 지난해 1월 웨스트 브롬위치에 입단했으나 당시 팀은 빅 리그가 아닌 챔피언십리그에 속한 팀이었습니다. 게다가 베이징 올림픽 와일드카드 자격으로서 병역 면제 받을 기회가 있었기 때문에(결국 못뽑혔지만) 유럽리거로서의 수명이 늘어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반면 김동진은 상무 입대 기회를 놓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내년에는 만 28세가 되기 때문에 상무에 입대할 수 있는 기회가 올해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K리그 유턴을 선택한 김두현과는 달리 여전히 제니트에서 뛰고 있기 때문에 올해 연말에 입대하려면 제니트를 떠나 K리그 팀에 이적해야 합니다. 프로축구연맹 규정에 의하면 상무에서 활약중인 선수들은 원 소속팀이 K리그여야 합니다. 하지만 제니트가 주전 선수로 뛰고 있는 김동진을 놓아줄지는 의문입니다. 만약 제니트가 끝까지 잔류를 고수하면 김동진의 상무 입대 기회는 더 이상 없습니다.
그래서 박주영과 김동진은 2010년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 와일드카드를 통해 병역 면제를 노려야 합니다.(김동진이 제니트에 잔류한다는 가정하에) 문제는 와일드카드 숫자가 3장으로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박주영과 김동진의 발탁을 섣불리 장담할 수 없습니다.
또한 아시안게임 이후 두달 뒤인 2011년 1월에는 카타르에서 아시안컵이 열립니다. 김동진은 러시아리그 시즌 휴식기이기 때문에 몸을 쉬어야 하는 기간에 경기를 뛰어야 하는 부담이 있고 박주영은 시즌 중에 두 대회에 차출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소속팀에서 박주영의 차출을 반기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대한축구협회가 확실한 교통정리를 하지 않으면 박주영의 병역 면제 기회는 허공으로 날아갈 수도 있습니다. 2012년 런던 올림픽도 차출 여부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박주영이 빅 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는 재목임을 상기하면 병역 문제를 짚고 가야 합니다. 올림픽 3위 이내 입상, 아시안게임 금메달 같은 병역 면제 과정은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미 월드컵은 병역 면제가 폐지 되었으며 올림픽을 통해 병역 면제를 받은 축구 선수는 지금까지 단 1명도 없었습니다. 아시안게임은 1986년 이후 20년 넘게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습니다. 박주영의 병역 혜택을 낙관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흔히 축구 선수의 전성기는 27~29세 무렵으로 일컬어집니다. 하지만 박주영은 더 이상 병역 혜택을 받지 못하면 그 시기에 상무에 입대해야 합니다. 박지성은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멤버로서 21세의 나이에 병역 헤택을 받을 수 있었지만 박주영은 2006년 독일 월드컵과 도하 아시안게임,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그 기회를 잃었습니다. 군 입대는 대한민국 남자가 이행해야 하는 병역의 의무이기 때문에 박주영도 피해갈 수 없습니다. 자신의 진로에 대한 신중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