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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나니-발렌시아, 실력에 한계가 드러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스토크 시티전에서 2-0 완승을 거두고 프리미어리그 1위로 뛰어 올랐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은 개운치 않았습니다. 후반 10분 루이스 나니를 빼고 라이언 긱스를 교체 투입하기 전까지의 상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죠. 만약 긱스를 투입하지 않았다면 자칫 이변의 희생양이 되었을지 모를 일입니다.

그 이유는 맨유의 측면을 맡은 나니-발렌시아 조합 때문입니다. 두 선수는 측면에서 여러차례 공격 기회를 잡았으나 전방 공격수에게 효과적인 공격 연결을 하지 못해 팀 공격을 끊는 문제점을 나타냈습니다. 그로인해 '스콜스-플래처' 중앙 미드필더 조합의 높은 점유율을 앞세운 공격력의 효율성이 떨어졌고 후반 10분 나니를 빼기 전까지 무득점에 그쳤던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나니-발렌시아 보면서 박지성이 떠오르는건 왜 일까?

나니와 발렌시아는 올 시즌 맨유의 측면 미드필더로서 많은 경기에 모습을 내밀었습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으로부터 꾸준한 선택을 받았다는 것은 팀 내에서의 입지가 좋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입지를 앞으로 오랫동안 지켜가려면 주어진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즌 초반부터 팀 공격에 보탬이 되는 활약을 지속적으로 펼쳐야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기 내용은 기대 이하였습니다. 나니는 꾸준한 선발 출전으로 움직임만 활발해졌을 뿐 공격의 효율성이 지난 시즌보다 떨어지는 문제점이 나타났고 발렌시아는 경기 상황마다 널뛰기 기복을 보이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나마 발렌시아가 나니보다 더 좋은 폼을 발휘중이지만 공을 잡고 정지한 상황에서 드리블을 시도하거나 그 방향이 직선쪽으로 몰리는 플레이 스타일은 상대 수비에게 쉽게 읽히는 문제점이 생겼고 그 과정에서 팀 공격이 여러차례 끊어졌습니다.

이번 스토크 시티전에서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나니는 55분 동안 28개의 패스를 시도하는 부지런한 공격을 펼쳤지만 패스 정확도는 64.3%(18개 성공)에 그쳤습니다. 발렌시아는  23개의 패스 중에 15개가 제대로 연결 되었을 뿐(패스 정확도 72.5%) 오른쪽 측면에서 문전으로 연결한 8개의 크로스 중에 1개만이 동료에게 제대로 연결 되었습니다. 높은 점유율을 앞세워 공격 연결고리를 튼튼히 다지려는 퍼거슨 감독을 만족스럽게 하는 경기 운영이 아니었습니다.

퍼거슨 감독이 후반 10분 나니를 대신해 긱스를 투입한 것은 맨유 측면 공격의 효율성 문제를 꼬집은 것입니다. 결국, 퍼거슨 감독의 교체 작전은 성공했습니다. 긱스는 후반 16분 측면으로 치고드는 과정에서 문전쪽으로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에게 원터치 패스를 밀어줬던 것이 선제골로 이어졌습니다. 30분에는 프리킥 상황에서 존 오셰이의 헤딩골을 돕는 크로스를 올리며 이날 경기에서 2도움을 올렸습니다. 지난 20일 맨체스터 시티전 3도움을 포함하면, 최근 2경기에서 5도움을 올리는 괴력을 발휘했습니다.

긱스는 36세의 베테랑입니다. 공에 대한 집중력을 잃지 않은 움직임과 짧고 정교한 패스, 노련한 경기 조율능력을 앞세워 맨유 공격의 젖줄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맨유가 미드필더를 중심으로 높은 볼 점유율을 확보해 지공 형태의 공격을 펼치는 현 상황에서는 긱스의 패싱력이 팀 공격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으며 그 결과는 맨체스터 시티전과 스토크 시티전에서 나타났습니다. 그런 긱스를 퍼거슨 감독이 최근들어 왼쪽 윙어로 기용하는 것은 나니의 공격력을 믿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오언 하그리브스가 4주 안으로 복귀하고 캐릭-안데르손이 폼을 찾아야 하는 현 상황에서, 긱스는 앞으로도 왼쪽에서 활기차게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큽니다. 이것은 긱스와 더불어 개인 공격 능력이 출중했던 나니의 위기를 의미합니다. 나니가 팀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긱스에 덮여지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긱스-발렌시아 조합도 완벽하지 않습니다. 발렌시아는 긱스에 비하면 이타적인 선수지만 공격 연결 과정에서의 효율성과 임펙트가 떨어진다는 지적입니다. 순간마다 끊어지는 드리블 돌파를 자제하지 않으면 나니처럼 발전이 정체될 수 있습니다. 위건 시절에는 적극적인 수비 가담으로 끈질기게 압박하거나 상대의 공을 빼내는 모습이 돋보였지만 맨유 이적 이후에는 그런 모습이 뜸했습니다. 발렌시아는 아직까지 맨유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퍼거슨 감독이 나니-발렌시아를 시즌 초반부터 중용하는 것은 두 선수의 기량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였습니다. 나니는 지난 시즌 박지성에게 밀렸고 발렌시아는 이적생이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박지성은 두 선수에 의해 출전 기회가 줄어들면서 실전 감각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의 실험은 실패작으로 끝나고 있습니다. 나니-발렌시아 조합은 아직까지 공격에 제 구실을 다하지 못한 반면에 36세 긱스의 회춘 모드가 측면에서 불을 뿜고 있습니다. 긱스의 맹활약은 반갑지만, 이것은 퍼거슨 감독이 당초에 의도했던 시나리오와는 다릅니다.

또한 박지성에게 많은 출전 기회를 주지 못해 선수의 공격력이 향상 될 기미를 보이지 않은 것도 문제입니다. 박지성의 공격력을 향상시키려면 나니-발렌시아를 밀어주는 것 처럼 꾸준한 경기 출전이 필수입니다.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의 역할을 수비형 윙어로 한정지은 현 상황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나니-발렌시아를 보면서 박지성을 떠올릴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