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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데뷔골' 이청용. EPL 성공 기대하라

 

코리안 프리미어리거는 박지성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제는 또 한 명의 한국인 선수를 주목해야 할 때입니다.

동양에서 온 스물 한 살의 어린 선수가 언어와 문화, 플레이스타일이 다른 리그에서 성공하겠다는 야심찬 도전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그것도 축구의 종주국이자 세계 최고의 리그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성공 신화를 향한 발판을 마련 중입니다. 비록 팀에서는 교체 멤버지만 지금의 행보는 4명의 코리안 프리미어리거 중에서 가장 기대치가 큽니다.

'블루 드래곤' 이청용(21, 볼튼)이 잉글랜드 진출 이후 40여일만에 데뷔골을 넣었습니다. 이청용은 26일 저녁 11시(이하 한국시간) 세인트 앤드류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버밍엄 시티전에서 후반 41분 팀의 2-1 승리를 이끄는 결승골을 뽑았습니다. 메튜 테일러의 프리킥이 골포스트를 맞자 직접 골문으로 달려들어 수비수 두 명을 제치고 왼발로 상대 골문을 흔들었습니다.

이로써 이청용은 지난 23일 칼링컵 3라운드(32강) 웨스트햄전 도움에 이어 2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기록해 개리 멕슨 감독의 확고한 신임을 얻게 됐습니다. 멕슨 감독은 25일 볼튼 지역지 <볼튼 뉴스>를 통해 "이청용은 발전 가능성이 무한한 선수다. 패스 없이도 스스로 팀을 일으킬 능력이 있다. 측면에 더 많은 옵션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칭찬한 적이 있어 이청용의 앞날이 밝기만 합니다. 감독의 신임을 얻는 상황에서 데뷔골을 넣었다는 것은 프리미어리그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예감케 합니다.

사실, 이청용은 미드필더이기 때문에 골에 제약을 받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동안 K리그와 대표팀에서 골을 넣는 역할보다는 동료 선수의 골이나 공격 과정을 돕는 도우미로 뛰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밟은지 40여일이 된 시점에서 팀 승리를 이끄는 결승골을 넣었다는 것은 새로운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기에 충분합니다.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스물 한 살의 어린 선수이기 때문에 그 값어치가 큽니다.

경기 내용에서도 합격점 이었습니다. 후반 9분 교체 투입해 두 차례 위협적인 슈팅을 날린 것을 비롯 오른쪽 측면에서의 부지런한 움직임과 영리한 플레이로 팀 공격에 활력을 불어 넣었습니다. 특히 볼튼의 공격 템포가 이청용의 교체 투입 이후 한 박자 빨라진 것이 인상적 이었습니다. 이청용이 팀 플레이에 맞춰가면서 자신의 장점을 뽐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청용의 프리미어리그 드림은 탄탄대로를 걸을 것입니다. 자신의 포지션 경쟁자 중에 한 명이었던 션 데이비스가 최근 무릎 인대 부상으로 시즌 아웃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청용의 주전 도약 가능성이 무르익게 됐습니다. 이번 버밍엄 시티전에서 원톱으로 뛰었던 이반 클라스니치가 부진으로 후반 9분 교체되고 오른쪽 윙어였던 케빈 데비이스가 원톱으로 올라갔던 것 처럼, 앞으로는 케빈 데이비스가 원톱을 맡고 '테일러(가드너)-코헨-이청용'이 뒤를 받추는 전형을 구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무엇보다 이청용의 성공 가능성이 밝은 이유는 볼튼 전력에서 자신의 경기력이 필수 옵션이기 때문입니다. 볼튼은 프리미어리그에서 전형적인 킥 앤드 러시 스타일의 공격을 구사하지만 그 과정이 단조롭고 지루했으며 공격 템포는 느렸습니다. 멕슨 감독은 팀 공격의 체질을 바꾸기 위해 창의적인 공격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윙어를 필요로 했고 왼쪽 윙어 테일러에 의존하는 팀의 공격 전개도 바꿀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불안 요소를 극복할 수 있는 선수가 바로 이청용 이었습니다.

이청용은 프리미어리그의 윙어들처럼 빠른 스피드를 앞세워 전방으로 활발히 치고드는 직선적인 성향의 선수가 아닙니다. 공간을 창출하는 과정에서 날카로운 패스로 팀 공격에 다채로움을 불어넣는 곡선적인 성향의 선수로서 볼튼 공격 옵션의 다양함을 안길 수 있습니다. 멕슨 감독이 측면 공격에 중점을 두는 성향이라는 점도 이청용의 입지를 밝게 합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꾸준히 경험을 쌓으면 볼튼의 붙박이 주전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물론 볼튼 입장에서 바라보면 오른쪽 윙어에 대형 선수를 영입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볼튼은 구단 예산에서 인건비 비중이 50%도 안될 정도로 선수 영입에 많은 돈을 지출하는 팀이 아닙니다. 그래서 대형 선수보다는 유망주 영입에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었고 세계 굴지의 유망주들을 저울질한 끝에 마침내 이청용을 알게 됐습니다. 동양의 나이 어린 선수를 영입한 것은 멕슨 감독과 볼튼 구단이 이청용의 잠재력 및 성공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음을, 이청용을 볼튼의 스타로 키우겠다는 의지가 있음을 말합니다.

당초, 이청용의 프리미어리그 진출은 걱정적인 시선이 많았던게 사실입니다. 피지컬에 약한데다 체력이 강하지 않기 때문에 거친 몸싸움과 활발한 빌드업을 필요로 하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커보였습니다. 이 같은 요소 때문에 40여일 동안 교체 출전과 결장을 반복했을지 모릅니다. 아직은 경험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 멕슨 감독의 판단이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청용은 이번 데뷔골을 통해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어린 선수에게 있어 자신감은 앞으로의 경기에서 맹활약을 펼칠 수 있는 무기이자 든든한 '백'입니다. 그 자신감이 쌓이고 또 쌓이면 실력이 날이 갈수록 향상되는 것이며 나중에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본격적인 성공 신화를 창조할 수 있습니다. 이청용의 성장이 기대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