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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브라질 월드컵 우승, '꿈이 아닌 현실'

 

브라질은 세계 최고의 축구 강국입니다. 월드컵 최다 우승(5회)을 비롯 넓은 축구 인프라, 우수한 선수들이 수없이 배출되면서 세계 축구계에 엄청난 파급 효과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특히 월드컵에서는 전 대회 본선에 참가하여 지구촌 축구팬들에게 '월드컵 단골 손님' 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줬고 근래에는 매 대회마다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됐습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본선도 마찬가지입니다. 브라질은 지난 7월 남아공에서 열린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우승했으며 현재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에 오르며 축구 강국의 위용을 과시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진행중인 2010 남아공 월드컵 남미예선에서 9승6무1패 조 1위의 성적을 거두고 월드컵 본선 진출을 조기에 확정지었습니다. 이러한 행보를 놓고 보면, 남아공 월드컵 우승은 꿈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브라질의 우승을 예상하는 것은 섣부를지 모릅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우승과 유로 2000 우승, 2001년 컨페더레이션스컵 우승의 주인공이었던 프랑스가 2002년 한일 월드컵 본선 32강에서 탈락했던 사례는 강팀도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교훈을 심어줬습니다. 브라질도 마찬가지입니다. 2000년대 중반 호나우두-아드리아누-카카-호나우지뉴로 짜인 '판타스틱4'를 보유해 지구촌에서 범접할 수 없는 무기를 자랑했지만 2006년 독일 월드컵 8강 프랑스전에서 무기력한 경기력 끝에 자멸했습니다.

하지만 브라질의 남아공 월드컵 우승 행보가 밝은 이유는 3년 전보다 전력이 더 강해졌기 때문입니다. 비록 개인의 실력은 3년 전보다 못하지만 경기에서 승리하겠다는 의지와 정신력, 그리고 조직력에서는 선배 세대보다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독일 월드컵 이후 지휘봉을 잡은 둥가 감독이 강력한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다스렸던 것이 선수단을 자극했고 그 효과가 브라질의 컨페더레이션스컵 우승과 남미예선 1위의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둥가 감독은 개인보다는 팀을 우선시하는 감독입니다. 개인 플레이보다는 동료 선수를 활용한 이타적인 플레이에 강점을 나타내는 선수를 위주로 대표팀에 등용했기 때문입니다. 슬럼프를 비롯하여 무리한 개인 플레이로 팀 공격의 흐름을 끊었던 호나우지뉴와 안데르손은 가차없이 엔트리에서 제외했습니다. 이기적인 성향의 호나우지뉴를 버리고 팀 플레이에 치중하는 카카를 팀 공격의 구심점으로 키운 것은 브라질 오름세의 원동력이 됐습니다.

둥가 체제의 브라질은 조직력이 강합니다. 빈틈없는 수비 조직력과 '질베르투-멜루'로 짜인 탄탄한 더블 볼란치, 좌우 측면에서 공격과 수비의 비중을 넓히는 호비뉴와 엘라누의 분업화, 카카와 파비아누의 철벽호흡이 그 예 입니다. 둥가 감독은 선수 개인의 화려한 공격력에 치중하던 과거의 스타일을 폐기처분해 현지 팬들의 불만을 샀지만 자신의 뚝심으로 끝까지 밀어붙여 브라질을 3년 전보다 더 강한 팀으로 키웠습니다. 개인기보다 동료 선수와의 유기적인 호흡과 부분 전술의 강화를 앞세워 조직력에 초점을 맞추는 현대 축구의 변화된 흐름을 이제는 브라질이 주도하게 된 것입니다.

브라질의 변화는 남미예선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남미예선 16경기(9승6무1패)에서 32골 9실점을 기록, 웬만하면 실점하지 않는 수비적인 경기 운영을 펼쳐 '지지 않은 팀'의 이미지를 심어줬습니다. 둥가 감독은 팀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그동안 무게감이 떨어졌던 수비력을 집중 보강하면서 많은 골을 넣는 전략보다 '선수비 후역습' 전술로 실리 축구를 펼쳐 수비에 중점을 뒀습니다. 공격 축구보다는 팀의 승리가 더 중요하다는 둥가 감독의 지론이 브라질의 축구 스타일에서 고스란히 반영된 것입니다.

특히 '질베르투-멜루'로 짜인 더블 볼란치는 브라질이 오름세를 거둘 수 있었던 원동력 이었습니다. 두 선수는 중원에서의 부지런한 움직임과 악착같은 수비력을 앞세워 상대의 공격을 번번이 차단했고 그것을 공격 옵션에게 재빨리 역습을 띄우며 팀 전력의 중추 역할을 척척 해냈습니다. 여기에 엘라누가 오른쪽에서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펼치면서 중원 운용이 한결 편해졌습니다. 그 결과는 호비뉴-카카의 수비 부담이 줄어들고 포백이 활동 반경을 좁혀 상대 공격수를 압박하는 효과로 이어졌습니다.

최근에는 더글라스 마이콘의 오버래핑도 줄었습니다. 엘라누가 오른쪽 측면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을 과시하면서 전방으로 나갈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인터 밀란에서는 오른쪽 공격의 젖줄 역할을 맡았지만 둥가 체제에서는 공격보다는 수비에 중점을 두기 위해 상대의 측면 공격을 차단하는데 바빴습니다. 무리한 공격보다는 수비에 밸런스를 키우겠다는 둥가 감독의 의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리고 기대주들의 성장은 브라질의 월드컵 우승 가능성을 높이는 또 하나의 무기입니다. 파비아누와 멜루는 카카-마이콘 처럼 세계 축구를 호령할 기대주로 평가받는 재목입니다. 파비아누는 컨페더레이션스컵 득점왕 및 남미예선 팀내 득점 1위(9골)로 세계 축구를 빛낼 득점 기계로 주목받으며 호나우두의 존재감을 지웠습니다. 멜루는 둥가 감독의 현역 시절을 빼닮은 탄탄한 수비력을 앞세워 세계 최고의 홀딩맨을 꿈꾸고 있습니다.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서의 행보가 긍정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