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카르두 카카,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세 명의 공통점은 지구촌 축구계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로 각광을 모으는 이들입니다. 2007년은 카카가 유럽과 세계 축구를 접수했고 2008년에는 호날두가 카카의 대를 이었습니다. 그리고 2009년에는 메시가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및 득점왕에 오르면서 호날두를 제치고 세계 축구 No.1으로 도약했습니다. 국내 팬들에게는 이들을 가리켜 '축구 천재'라고 치켜 세웁니다. 그 천재 중에서 대표격에 속하는 선수는 두 선수에 비해 가장 먼저 전성기를 알린 카카였습니다.
그런 카카의 전성기는 앞으로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대게, 축구 선수로서 최고의 기량을 맘껏 뽐낼 수 있는 최고의 전성기 시점은 27~28세이며 어떤 이는 29~30세까지 자신의 천부적인 재능을 발휘했습니다. 올해 27세의 카카에게는 화려한 공격 본능을 지구촌 축구팬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시점에 도달했습니다. 이는 전 소속팀인 AC밀란에서 메시아로 거듭났던 시절의 감각을 계속 이어가거나 능가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것도 새로운 팀인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에서 말입니다.
그동안 수많은 이적설로 지구촌 축구계의 뜨거운 관심을 끌었던 카카의 차기 행선지가 결국 레알로 결정 됐습니다. 계약 기간 6년에 이적료 5600만 파운드(약 1129억원) 연봉 778만 파운드(약 157억원)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이적료 5600만 파운드는 지난 2001년 유벤투스에서 레알로 이적했던 지네딘 지단의 역대 최고 이적료인 4600만 파운드(약 927억원)을 뛰어넘는 천문학적인 액수입니다. 이는 카카가 호나우두와 더불어 '축구황제'로 꼽히던 지네딘 지단을 능가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음을의미합니다. 아울러 '축구천재'에서 '축구황제'로 거듭날 수 있음을 알린 것이죠.
카카는 20세의 어린 나이에 남미 축구를 지배했던 선수입니다. 우루과이 <엘 파이스>지가 선정한 남미 최고의 선수에 오를 정도로 '차기 축구황제'를 예약했었죠. 그해 2002년 한일월드컵 본선 코스타리카전에서는 18분 출전에 그쳤지만 어린 나이에 호나우두-히바우두-호나우지뉴와 더불어 우승 멤버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것입니다. 그래서 레버쿠젠이 팀의 에이스였던 미하엘 발라크(현 첼시)의 바이에른 뮌헨 이적 공백을 메우기 위한 대체자로 자신을 선택했을 정도였죠. 그러더니 AC밀란과 레버쿠젠의 끈질긴 영입 구애를 받은 끝에 2003년 AC밀란으로 이적했습니다.
브라질 축구 천재의 AC밀란 활약상은 그야말로 대단했습니다. 세리에A 데뷔 첫 시즌인 2003/04시즌 AC밀란의 통산 17번째 스쿠데토 획득을 주도하면서 시즌 최우수 선수(MVP)와 최우수 외국인 선수상을 동시에 휩쓸었습니다. 그것도 21세의 어린 나이에 당대 최고의 플레이메이커로 꼽히던 후이 코스타를 벤치로 밀어내고 세리에A를 점령했던 것이기에 값어치가 컸습니다. 카카의 고공행진은 계속 됐습니다. '득점기계' 안드리 셉첸코의 골을 돕는 도우미이자 팀의 득점 옵션으로서 팀에서의 입지를 탄탄하게 다진 것이죠. 그러더니 올해의 외국인 선수 최다 수상(3회, 2004-2006-2007년)자로 등극하면서 유벤투스에서 뛰던 지단(2회, 1997-2001년)의 기록을 넘었습니다.
특히 2006-07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는 그야말로 자신의 '쇼' 였습니다. 이 대회에서 10골로 득점왕에 오르며 AC밀란의 우승을 이끈것이죠. 카카는 필리포 인자기, 알베르토 질라르디노(현 피오렌티나)가 공격력에서 기대에 못미쳤던 것과 다르게 공격형 미드필더와 최전방 공격수 자리를 오가며 AC밀란의 공격 젖줄 역할을 다했습니다. 이러한 높은 공격 기여도는 AC밀란이 유럽을 제패할 수 있었던 독보적인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면서 2007년 발롱도르와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상을 받으면서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선수'로 도약했습니다.
카카가 남미와 유럽에 이어 세계를 정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지단처럼 두드러진 단점이 없기 때문입니다. 패스, 슈팅, 시야, 기교, 움직임 같은 공격 전 부문에 걸쳐 마땅히 흠집을 잡을만한 요소가 없었죠. 그리고 팀 공격을 진두지휘하는 깔끔하고 매끄러운 경기 운영으로 에이스의 이름값을 톡톡히 다했습니다. 또한 테크니션들에게 '무덤'으로 꼽힐 정도로 거친 수비를 자랑하는 세리에A에서 상대팀 선수와 몸싸움 하는 과정에서 끝까지 공을 소유하여 동료 선수들에게 패스를 연결하거나 자신이 직접 골을 해결지을 정도로 세리에A를 실력으로 접수했습니다.
그런 카카가 레알에 이적했습니다. 지단보다 더 높은 이적료를 기록할 만큼, 실력과 잠재력에서 지단의 전성기 시절과 버금가거나 혹은 뛰어넘을 수 있는 가치를 자랑하는 것입니다. 레알이 지단의 선수 시절 등번호였던 5번을 자신에게 부여할 계획을 세운데다(카카 본인은 거절)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의 맹활약을 통해 레알로 이적했던 공통점까지 있습니다. 여러가지 면에서 지단과 견줄 수 있는 위치에 도달한 것이죠. 레알에서는 어떤 역할과 포지션을 맞을지 알 수 없지만, 지단처럼 팀 공격의 아이콘 역할을 담당할 것임엔 분명합니다.
레알맨이 된 카카의 목표는 '백곰 군단(레알의 애칭)'의 부흥을 이끄는 것입니다. 레알은 최근 다섯 시즌연속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미끄러질 정도로 챔피언스리그 최다 우승(9회)팀의 위상을 다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무관에 그치면서 라이벌 FC 바르셀로나의 트레블을 그저 바라볼 뿐이었죠. 레알이 2001/02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지단의 활약에 힘입어 유럽 제패를 했던 것 처럼 '카카 효과'로 앞으로 오랫동안 챔피언스리그를 비롯한 많은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지 주목됩니다.
만약 카카가 레알에서 팀 우승을 이끄는 성공적인 활약을 펼친다면 지금의 축구 천재에서 축구 황제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입니다. 또한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브라질 대표팀의 에이스로서 조국의 우승을 이끈다면 지단의 커리어에 꿀릴 것이 없는 당대 최고의 선수로 자리잡게 됩니다. 올해 27세의 선수로서 위대한 재능을 떨칠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아있는 카카의 진정한 시대는 어쩌면 지금부터가 시작일지 모릅니다. 지단을 뛰어넘을 재목을 꼽히는 차세대 축구 황제 카카의 진면목이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p.s : 카카 이적료에 대해서 파운드와 유로 때문에 말이 많은데, 일단 이 글은 영입 발표된지 얼마 안되어서 쓴 글이어서(잉글랜드 언론쪽에서 참고) 파운드쪽에 무게를 두고 썼습니다. 이 부분을 감안해서 읽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