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호날두 이적, 맨유-박지성은 '득' 레알은 '실'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축구 천재'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4, 레알 마드리드. 이하 레알)가 드디어 '백곰 군단(레알의 애칭)'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호날두는 9000만 유로(약 1600억원)의 세계 최고 이적료를 기록했는데, 이 금액은 8년 전 유벤투스에서 레알로 이적했던 지네딘 지단의 7300만 유로(약 1184억원)을 충분히 넘는 금액입니다.

호날두의 이적 여부를 놓고 국내 팬들에게 관심이 집중되는 키 포인트는 3가지 입니다. 첫째는 호날두가 빠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향후 행보, 둘째는 호날두와 더불어 맨유에서 측면 미드필더로 뛰었던 박지성의 앞날, 그리고 셋째는 호날두를 영입한 레알의 '갈락티코 시즌 2' 성공 여부 입니다. 물론 호날두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적응 및 활약 여부도 관심 대상이지만 워낙 저력이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름값을 떨칠 것임에 분명합니다. 하지만 호날두 이적 이후에 대한 맨유와 박지성, 레알의 행보에 대해서 축구 전문가 및 축구팬들의 의견이 긍정 또는 부정으로 엇갈려 있습니다. <효리사랑>은 이렇게 예상합니다.

맨유, 호날두 이적으로 '전화위복' 계기 마련했다

맨유는 호날두를 중심으로 공격을 운용하던 팀입니다. '맨유=호날두'라는 공식이 성립했을 정도로 팀 공격의 모든 관심과 초점이 호날두에게 향했습니다. 이미 카를로스 테베즈와의 계약이 종료된 상황에서 호날두까지 레알로 떠난 것은 팀 전력에 큰 손해가 되고 말았습니다. 프랑크 리베리(바이에른 뮌헨) 안토니오 발렌시아(위건) 같은 대체자를 영입하더라도 호날두라는 공격의 구심점을 잃었기 때문에 어찌보면 호날두 이적이 손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그동안 호날두의 레알행을 강력히 반대했다가 결국 이를 수용한 원인은 무언가의 전환점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맨유가 2006년 여름 뤼트 판 니스텔로이를 레알로 보낸 이후 프리미어리그 3연패로 승승장구 했던 것 처럼, 호날두의 레알행은 팀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전화위복이 될 수 있습니다. 그동안 호날두에게 쏠리던 전술적인 흐름에서 벗어나 새로운 전술들을 과감히 구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퍼거슨 감독은 호날두의 레알행을 대비해 몇몇 경기에서 웨인 루니, 디미타르 베르바토프 중심의 공격 전술을 시험하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두 선수가 맨유 공격의 새로운 '축'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호날두 이적은 공격 라인 리빌딩을 의미합니다. 호날두와 테베즈가 팀 전력에서 빠지면서 마케다-웰백-토시치 같은 젊고 패기 넘치는 영건들이 팀 전력에 필요한 선수로 거듭나기 위한 과정을 밟게 될 것입니다. 페데리코 마케다는 호날두-테베즈의 이탈로 루니와 더불어 원톱 경쟁을 할 것이며 대니 웰백은 공격수와 왼쪽 윙어 자리를 오가며 특유의 순간 가속도로 기동력을 드높일 것입니다. 조란 토시치는 빼어난 기교와 위협적인 프리킥,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는 스페셜 왼발 리스트로서 그동안 리저브 경기를 통해 프리미어리그 경기 감각을 익혔기 때문에 2009/10시즌 1군 무대에서 뛸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토시치를 지난 겨울 이적시장에서 영입했던 것은 호날두의 레알행을 대비한 포석일 수도 있습니다.

박지성에게 있어 호날두 이적은 '긍정적'

박지성의 팀 내 입지는 호날두 이적을 통해 더욱 굳건해졌습니다. 맨유에서 측면 미드필더로 믿고 쓸 수 있는 카드가 자신과 루니 뿐이죠. 호날두는 이미 레알로 떠났고 나니는 장기간 슬럼프에 빠졌습니다. 라이언 긱스는 은퇴 기로에 있고 토시치는 프리미어리그 경험이 부족한데다 피지컬이 떨어지는 불리함이 있습니다. 웰백과 대런 플래처도 측면 미드필더로 쓸 수 있는 자원이지만 박지성을 넘어서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측면 미드필더로서 수준급의 경기력을 발휘했던 루니는 윙어로 뛰는 것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박지성이 맨유 윙어의 첫번째 옵션입니다.

맨유는 호날두 공백을 메우기 위해 걸출한 측면 미드필더를 영입할 것입니다. 박지성이 다른 공격 자원에 비해 개인 기량에서 밀리기 때문에 새로운 윙어와의 주전 경쟁에서 밀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측면 미드필더는 감독의 성향에 따라 입지가 판가름되는 포지션이기 때문에 전술 이해력이 뛰어난 박지성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수비적인 역할과 공격적인 역할을 두루 소화했기 때문에 팀 전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활약을 계속 이어갈 것입니다.

다만, 팀 내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공격력을 길러야 합니다. 맨유는 호날두와 테베즈의 이탈로 기존 공격 옵션의 공격력이 폭발하지 않으면 팀의 행보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습니다. 어쩌면 2009/10시즌에도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에게 골을 기대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박지성에게는 호날두 이적이 긍정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중대한 기로에 놓이게 되는 것입니다.

레알, 호날두 영입 '독이 될 수도'

레알은 최근 플로렌티노 페레즈 단장 취임 이후 또 다시 '갈락티코' 정책을 표방하여 대형 선수 영입에 공을 들였습니다. 그래서 지난 9일 카카를 영입했고 이번에는 호날두까지 거금에 데려왔습니다. 레알의 공격력이 두 선수의 영입으로 강해졌다는 것이 대부분의 견해입니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다릅니다. 오히려 레알 전력이 '독'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페레즈 단장은 지난 2000년 취임 이후 6년 동안 대형 선수 영입에 막대한 돈을 들였습니다. 루이스 피구, 지네딘 지단, 호나우두, 데이비드 베컴, 마이클 오언, 호비뉴 같은 공격 옵션들을 영입하면서 '지구방위대'를 형성한 것이죠. 하지만 초호화 선수들이 여럿 있음에도 고질적인 수비 불안에 시달리며 많은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했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입니다. 카카-호날두 영입 이외에도 다비드 비야(발렌시아) 리베리 같은 걸출한 공격 옵션 영입에 매달렸습니다. 파비오 칸나바로가 친정팀 유벤투스로 돌아간 상황에서 '부실하기 짝이없는' 수비를 보강해야 하는데, 오히려 공격쪽에 무게를 싣고 있으니 영입 정책에 균형을 잃었습니다. 레알이 영입 추진하려던 사비 알론소는 리버풀의 완강한 반대로 영입이 거의 무산되었죠.

영입 정책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레알은 얼마전 마누엘 페예그리니 감독을 영입했는데 라울-이과인-슈나이더-로벤 같은 공격 옵션들이 건재한 현 상황에서 호날두와 카카를 영입했습니다. 그런데 두 선수는 이전 소속팀에서 팀 공격의 젖줄 역할을 도맡았던 에이스들인데 레알에서 그 역할을 그대로 이어가기에는 팀 전력의 균형이 안맞습니다. 이를 페예그리니 감독이 원만하게 조율해야 하지만 레알이 그동안 성적에 대한 일희일비에 따라 감독 교체가 잦았다는 점이 불안 요소입니다. 어쩌면 2000년대 초중반 갈락티코 정책의 실패가 되풀이 되지 않나 싶은 걱정이 듭니다. 카카를 먼저 데려온 상황에서 호날두를 영입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