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박지성, 아스날전은 '풀백잡는 윙어'의 결정판

 

'박지성 타임'이 점점 다가오고 있습니다.

'산소탱크' 박지성(28,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이 오는 주말 아스날전에 출격할 예정입니다. 박지성의 맨유는 오는 16일 저녁 8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릴 2008/09시즌 프리미어리그 37라운드에서 라이벌 아스날과 상대합니다. 이번 아스날전에서 최소한 비길 경우 2위 리버풀의 일정과 관계없이 프리미어리그 3연패를 확정짓게 됩니다.

박지성의 선발 출전 여부는 더 이상 의심할 필요가 없습니다. 맨유의 주전이자 '강팀용 선수'로서 주로 강팀과의 경기에서 눈부신 맹활약을 펼친데다 컨디션이 좋았던 경기마다 일정 수준 이상의 맹활약을 펼쳤기 때문이죠. 지난 6일 아스날과의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는 전반 8분만에 선제골을 넣으며 팀의 3-1 승리 및 대회 결승 진출을 이끄는 결정적인 활약을 펼쳤습니다. 그는 지난 2일 미들즈브러전부터 10일 맨체스터 시티전까지 3연속 선발 출전했으며 지난 14일 위건전에서는 후반 막판에 교체 투입되어 실전 감각을 유지했습니다. 아스날전 선발 출전이 기다려지는 이유입니다.

국내 축구팬들의 관심은 박지성의 맹활약 여부일 것입니다. 어쩌면 맨유-아스날의 스코어보다 관심과 이목이 집중적으로 쏠릴수도 있습니다. 또한 박지성의 골까지 예상됩니다. 지난 아스날전에서 골을 넣었기 때문이죠. 맨유가 이날 아스날전에서는 어떤 포메이션을 구사하고 선수들을 어떻게 배치할 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박지성은 선발 출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우선, 박지성은 이번 아스날전에서 수비적인 역할을 맡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맨유가 최근 4-4-2의 비중을 줄이고 4-3-3과 4-2-3-1 같은 포메이션을 구사하면서 윙어들의 공격 역량을 키우고 있다는 것을 상기하면 이날 경기에서 공격에 치중할 가능성이 큽니다. 더욱이 파트리스 에브라가 아스날 오른쪽 윙어 테오 월컷에 강하다는 점에서 수비에 무게감을 싣는 경기 운영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어쩌면 박지성을 상징하는 것과 다름없는 '수비형 윙어'의 진가는 볼 수 없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박지성에게는 또 하나의 무기가 있습니다. 바로 '풀백 잡는 윙어'가 그것이죠. 박지성은 올 시즌 강팀과의 경기에서 조세 보싱와(첼시) 더글라스 마이콘(인터 밀란) 키어런 깁스(아스날) 같은 상대팀 풀백들을 상대로 확실한 우위를 점했습니다. 그러면에서 맨유 전력에 적지 않은 힘을 불어 넣었죠. 물론 깁스 같은 경우에는 보싱와, 마이콘에 비해 실력이 뒤쳐지는 것은 사실이지만(원래는 가엘 클리시가 주전이죠. 등 부상으로 시즌아웃됨) 매 경기마다 주전으로 출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같이 분류할 수 있습니다.

현대 축구에서는 풀백의 비중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수비와 공격을 함께 아우를 수 있는 '슈퍼맨'과 같은 능력이 요구되면서 전술적인 역할이 늘어나고 있죠. 그래서 에브라와 마이콘을 비롯해서 다니엘 알베스(FC 바르셀로나) 필립 람(바이에른 뮌헨) 세르히오 라모스(레알 마드리드) 같은 공격 성향의 풀백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에 상대팀들은 풀백의 능력을 떨어뜨리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습니다. 윙어들이 상대팀 풀백과 그 주위를 둘러쌓는 상대팀 선수들의 협력 수비에 무너지지 않기 위한 전술적인 변화를 주는 것이죠. 호날두-메시-호비뉴 처럼 개인 공격력이 뛰어난 윙어라면 공격에 치중하기 때문에 상대 풀백을 뚫기 위해 안간힘을 다합니다. 풀백을 넘느냐 못넘느냐에 따라 팀 공격 및 경기 스코어까지 희비가 엇갈리게 되는 것이죠. 기존 축구의 흐름은 이랬습니다.

하지만 현대 축구는 점차 진화하게 되면서 소위 말하는 '풀백 잡는 윙어'들이 두각을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그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박지성입니다. 박지성은 부지런한 움직임과 고도의 집중력, 그리고 국내 시절부터 단련되었던 뛰어난 수비력을 지녔기 때문에 보싱와-마이콘 같은 공격적이고 파괴적인 풀백들을 깨끗이 요리했습니다. 최전방의 옆구리 공간에서 상대팀 풀백의 오버래핑을 끊더니 상대팀의 날개 한 쪽이 부러지면서 공격이 제대로 되지 않는 효과로 이어지게 된 것이죠. 이에 다른 동료 선수들은 박지성의 활약 덕분에 수비적인 부담을 느끼지 않고 공격에 전념할 수 있었습니다. 첼시전과 인터 밀란전이 그런 케이스였습니다.

지난 6일 아스날전은 다른 케이스였습니다. 박지성은 깁스의 약점을 집요하게 노리며 아스날 오른쪽 공간을 매섭게 파고 들었습니다. 깁스는 공격 재능은 뛰어 나지만 수비 집중력과 대인마크가 떨어지는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그 약점을 간파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아스날과의 4강 2차전에서 박지성을 오른쪽 윙어로 배치하여 깁스와의 매치업을 유도하는 것과 동시에 아스날의 왼쪽 을 초토화시키는 임무를 부여합니다.

그 성과는 예상외로 빠른 시간에 나왔습니다. 박지성은 전반 8분 오른쪽 문전으로 돌파하는 과정에서 깁스가 호날두의 크로스를 제대로 걷지 못한 틈을 노려 선제골을 작렬했습니다. 그 골이 있었기에 '호날두의 무회전 프리킥 골과 맞물려' 아스날의 사기가 전반 초반부터 꺾였던 것이며 맨유의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이 순식간에 확정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 이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박지성은 깁스의 정면을 파고드는 돌파를 적극적으로 구사하며 아스날의 수비 균열을 무너뜨리는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그러면서 아스날 미드필더들의 수비 부담이 늘어나면서 상대의 공격 의지도 자연스레 꺾이고 말았습니다. 결국 깁스는 전반전이 끝나자마자 벤치로 부터 질책성 교체를 당했습니다.

그런 박지성이 이번 아스날전에서도 깁스와 상대합니다. 깁스가 이번 경기에서 박지성에게 골을 내주지 않기 위해 사력을 다할 것으로 보이지만, 수비력에 고질적인 약점이 있는 선수여서 박지성의 발을 꽁꽁 묶을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올 시즌 EPL 빅4와의 경기에서 박지성과 호날두(4강 1차전 오른쪽 윙어 출전)를 비롯 디르크 카윗(리버풀) 니콜라스 아넬카(첼시) 같은 오른쪽 윙어들에게 여지없이 무너졌던 깁스이기 때문에 올드 트래포드에서 좋은 경기력을 발휘할지는 의문입니다. 지금까지의 흐름대로라면 박지성이 깁스를 상대로 '풀백 잡는 윙어'의 진수를 발휘할 명분이 있습니다.

만약 박지성이 왼쪽 윙어로 포진하더라도 상황은 마찬가지 입니다. 아스날 오른쪽 풀백 바카리 사냐는 한달전 독감 바이러스에 걸린 이후부터 컨디션이 급격하게 무너지면서 제 몫을 다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워낙 능력이 뛰어난 선수이기 때문에 단기간의 슬럼프를 잘 이겨낼 것으로 보이지만, 그동안 팀의 얇은 선수층 사정으로 과도하게 많은 경기를 뛰었던 여파로 부침에 시달리고 있어 맨유전에서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박지성에게는 기회라 할 수 있죠.

박지성은 잉글랜드 현지 언론으로부터 '수비형 윙어'라는 찬사를 얻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경기력을 상징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로 '풀백 잡는 윙어'가 새롭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만약 박지성이 이번 아스날전에서 깁스-사냐를 농락하는 경기력을 발휘하면 '풀백 잡는 윙어'의 위상과 그 가치를 떨칠 수 있습니다. '박지성 타임'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