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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AS모나코의 변신, 그 중심에 선 박주영

 

최근 11경기 연속 무득점으로 고개를 숙였던 박주영(24, AS모나코)이 오랜만에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며 부진 탈출에 성공했습니다. 박주영의 달라진 활약은 팀의 공격 스타일이 바뀐 것과 동시에 벌어진 일이어서 시즌 후반 맹활약을 예감케 했습니다.

박주영이 속한 모나코가 2일 오전 1시(이하 한국시간) 스타드 루이 2세 스타디움에서 열린 생테티엔과의 리그1 26라운드 경기에서 2-2로 비겼습니다. 박주영은 전반 20분과 후반 45분 프레데릭 니마니와 요한 몰로의 골을 연결하는 도움을 두 번이나 기록하는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습니다. 비록 골을 넣지 못해 11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쳤지만 도우미 역할에 치중하면서 2도움을 올렸습니다. 지난해 11월 24일 르망전 이후 3개월 만에 공격 포인트를 올렸으며 이번 시즌 공격 포인트는 2골 4도움이 됐습니다.

사실 모나코는 리그 19위에 속한 생테티엔을 이겼어야 했습니다. 리그 12위(7승11무8패, 승점 29점)에 머물러있지만 강등권에 속한 18위 FC 소쇼(5승10무11패, 승점 26점)와의 승점 차이가 3점 차에 불과하기 때문에 생테티엔전에서 승점 3점을 얻었어 앞날 일정이 편했기 때문입니다. 상대팀에 허용한 두 번의 실점 모두 수비수들이 골 넣은 상대팀 선수들을 놓치는 과정에서 벌어진 것이어서 '강등되지 않기 위해' 수비력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공격력이 이전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었다는 점은 시즌 후반 전망을 밝게 하는 징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국내 축구팬들에게 지루하고 재미없게 느껴졌던 모나코의 공격력은 4-3-3 변신과 함께 역동성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안게 되었습니다. 최전방에 있는 세 명의 공격수는 서로 위치를 바꾸며 상대 수비진의 혼란을 부추겼고 미드필더진의 활발한 전진 패스를 받으며 힘차게 문전을 두드리는 공격을 펼쳤습니다. 정적이고 단조로웠던 '뻔한' 공격 패턴에서 일사불란한 움직임으로 변화한 것이죠. 그 중심에 박주영이 있었습니다.

박주영은 이날 경기에서 왼쪽 윙 포워드로 선발 출장했습니다. 니마니, 세르쥬 각페와 스리톱을 형성하며 생테티엔 수비진영을 파고든 것이죠. 경기 초반에는 '박주영-니마니-각페'의 고정된 형태로 경기를 풀어갔지만 10분이 넘으면서 부터 니마니와 각페가 오른쪽을 중심으로 활발한 스위칭을 하더니 이후 박주영이 좌우 측면과 중앙을 골고루 휘젓는 역동적인 공격력을 펼쳤습니다. 박주영이 중앙으로 이동하면 공격형 미드필더인 카멜 메리앙이 왼쪽 최전방으로 올라오며 공격수와 패스를 주고 받거나 전방으로 빠른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는 등 선수간의 움직임이 활발하지 않았던 모나코의 공격력이 이전보다 과감해졌습니다.

이날 모나코의 공격력은 주로 오른쪽에 집중 됐습니다. 왼쪽-중앙-오른쪽 공격 분포도를 보면 박주영이 31-26-43(%), 니마니가 17-29-55(%), 각페가 13-13-73(%)를 기록했습니다. 세 명의 공격수 모두 오른쪽 측면을 위주로 하는 공격력을 펼쳤으며 왼쪽 윙 포워드로 뛰었던 박주영 또한 오른쪽에서 많은 공격 기회를 잡았습니다. 후반전에 교체 투입한 알렉산드레 리카타는 42-38-20(%)를 기록하여 왼쪽과 중앙을 번갈아가는 공격력을 펼치면서 모나코의 공격 패턴이 다채로운 양상을 띄게 되었습니다.

세 명의 전방 공격수가 오른쪽에 치우치는 공격을 펼쳤던 것은 상대 수비진영의 어느 한 쪽을 집중적으로 공략해서 수비벽을 허물기 위한 의도로 읽을 수 있습니다. 그 공격 패턴의 중심은 박주영 이었습니다. 그는 전반 20분 오른쪽 문전에서 상대 수비수 2명을 따돌리고 니마니의 선제골을 돕는 도움을 엮어낸 것입니다. 이후 오른쪽 측면 빈 공간을 찾아가는 활동 반경으로 과감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며 니마니와 각페에게 활발한 공격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그동안 4-4-2의 오른쪽 윙어로서 이렇다할 측면 공격을 시도하지 못했던 것과 대조되는 활약상을 펼친 것이었죠.

이후 세 명의 공격수는 후반들어 상대 수비진이 왼쪽 공간을 철저히 애워쌓으면서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가지 못했습니다. 후반 초반에는 박주영이 왼쪽 측면에서 공격 기회를 잡았지만 니마니와의 연계 플레이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공격이 무위로 돌아가는 아쉬움을 남겼죠. 그러다 리카타가 왼쪽으로, 박주영이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부터 모나코 공격이 활기를 띄우게 되었습니다. 이에 박주영은 경기 종료 직전 문전 중앙에서 수비수를 등진 뒤 몰로의 동점골을 엮어내는 도움을 기록하여 이날 경기에서 팀이 넣은 2골을 만드는 결정적 활약을 펼쳤습니다.

아쉬운 것은 박주영을 왼쪽 윙 포워드로 기용했던 히카르두 고메스 감독의 작전입니다. 히카르두 감독은 경기 초반 세 선수에게 오른쪽을 집중 공략하는 작전을 구사했고 주로 니마니와 각페가 오른쪽에 많이 머물렀지만 특히 각페는 오른쪽에서 이렇다할 날카로운 움직임을 발휘하지 못하고 전반전 종료 후 교체되고 말았습니다. 만약 박주영을 오른쪽 윙 포워드로 줄곧 배치했다면 모나코가 오른쪽에서 많은 공격 기회를 얻을 수 있었지만, 그동안 4-4-2의 오른쪽 윙어로서 기대 이하의 활약을 펼쳤기 때문에 히카르두 감독이 그의 공격력을 믿지 못했던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박주영의 볼 터치는 다른 공격 옵션들에 비해 많지 않았습니다. 오른쪽에서 활발한 공격 기회를 얻어내고도 왼쪽 공격까지 책임져야 했기 때문에 비효율적인 움직임이 많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2도움을 기록한 것은 팀 내에서 도우미 역할에 매우 충실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날 경기에서 단 한 개의 슈팅을 기록하지 않았을 만큼 동료 선수들의 골을 역어내는 이타적인 역할에 치중했습니다.

현재 박주영은 최근 11경기 연속 무득점으로 극심한 골 부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동료 선수의 골을 엮어내는 감각적인 패스로 2도움을 기록하며 골을 의식하지 않는 경기를 펼쳤습니다. 최근 부진한 공격력으로 포지션 경쟁에서 밀릴 위기에 놓였던 그였기에 이번 경기에서는 앞으로의 맹활약을 위한 터닝 포인트를 찍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동안 박주영하면 골이라는 이미지가 쉽게 떠올랐습니다. 국내 선수 중에서 다른 누구보다 많은 골을 터뜨리며 팬들을 즐겁게 했던 킬러 본능이 있었기에 2000년대 중반 자신의 신드롬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2005년 하반기부터 오랫동안 슬럼프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어느 덧 그의 역할은 골잡이가 아닌 도우미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지난해 FC서울과 국가대표팀에서 4-4-2의 왼쪽 윙어 혹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장했을 만큼 골잡이의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박주영이 생테티엔전에서 2도움을 기록한 것은 유럽 무대에서 골 보다는 도우미로서의 성공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전처럼 많은 골을 넣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프랑스 리그가 서정원-이상윤-안정환-조원광이 줄줄이 실패했던 곳이라는 점에서(서정원은 감독과의 불화가 주 원인) 도우미로 꾸준히 성공적인 활약을 펼칠 필요성이 있습니다. 히카르두 감독도 자신의 골 보다는 도우미로서의 능력을 더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더욱이 모나코의 공격을 이끌며 두번씩이나 골을 엮어냈기 때문에 앞으로도 팀의 공격을 주도하는 플레이메이커로 확고하게 자리잡을 수 있을지 앞으로의 활약에 기대감을 가지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