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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에는 2년차 징크스가 있다?

 

스포츠에서는 흔히 2년차 징크스(소포모어 징크스)라는 말이 쓰입니다. 신인 혹은 이적 후 첫 시즌에 맹활약을 펼친 선수들이 2년차가 되는 시즌에 갑작스런 부진에 빠지거나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팀에 이렇다할 공헌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물론 모든 스포츠 선수들이 2년차 징크스로 고생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어느 종목이든 첫 시즌에 출중한 경기력을 발휘했음에도 두번째 시즌에 자신의 화려한 기량을 꽃피우지 못하고 좌절한 선수들이 많았습니다. 2년차에 접어들어 상대팀의 견제에 막혀 주늑이 들거나 첫 시즌보다는 2년차에 들어 더 좋은 활약을 펼쳐야 한다는 지나친 의욕 때문에 고생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어쩌면 첫 시즌보다는 두 번째 시즌이 선수 생활에 있어 더 힘겨울지 모를 일입니다.

공교롭게도 박지성이 활약중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서도 2년차 징크스를 이겨내지 못하는 선수들이 있습니다.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은 스쿼드 로테이션 시스템으로 올 시즌 많은 대회와 경기를 치르면서 좋은 성과를 거뒀지만, 로테이션 속에서 지난 시즌에 비해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선수들이 여럿 있습니다. 오언 하그리브스(28) 카를로스 테베즈(25) 루이스 나니(23) 안데르손(21)이 바로 그들입니다.

네 선수는 2007년 여름 이적시장에서 맨유 유니폼을 갈아 입으며 팀 전력의 새로운 활력소로 주목 받았습니다. 하그리브스와 나니, 안데르손의 이적료를 합한 금액이 5000만 파운드(약 1096억원)의 거금이었고 테베즈는 웨스트햄과 스포츠 투자회사 MSI(미디어 스포츠 인베스트먼트)의 법정 싸움 끝에 어렵게 임대 형식으로 데려왔던 선수였던 만큼 퍼거슨 감독의 높은 기대를 받던 존재였습니다. 이들의 첫 시즌이었던 2007/08시즌에는 팀의 더블 우승을 이끄는 맹활약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2년차인 올 시즌에는 지난 시즌과 대조되는 행보를 걷고 있습니다. 맨유는 로테이션 시스템의 힘으로 지난 시즌보다 더 막강한 전력을 구축하여 4관왕이라는 전무후무한 목표에 도전하고 있지만 네 선수는 지난 시즌 만큼의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부상이라는 불운에 시달리며 로테이션 시스템의 중심에서 점점 멀어나고 있습니다. 그것도 2007년 여름 이적시장에서 나란히 맨유에 둥지를 틀었던 선수들이었기에 '2년차 징크스'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는 이들의 부침이 눈에 띌 수 밖에 없습니다.

우선, 하그리브스는 너무나 뚜렷한 2년차 징크스의 덫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그는 바이에른 뮌헨 시절에 이어 지난 시즌 맨유에서도 잦은 무릎 부상으로 신음했던 선수입니다. 하지만 첫 시즌인 34경기(2골 2도움)에서는 수비형 미드필더와 오른쪽 풀백, 윙어를 오가는 멀티 활약으로 공수 양면에 걸친 부지런한 활약으로 팀의 더블 우승을 이끌었습니다. 특히 지난해 5월 챔피언스리그 결승 첼시전에서는 오른쪽 윙어로서 빠른 돌파력과 정확한 볼 배급으로 상대 수비진을 뒤흔드는 맹활약을 펼치며 팀의 유럽 제패를 이끌었습니다.

하지만 하그리브스의 올 시즌은 너무나 초라합니다. 지난해 7월 무릎 부상을 당하면서 2개월 동안 치료를 받은 뒤 9월 3경기에 출전했지만 9월 21일 첼시전 이후 건염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다 2개월 뒤 양쪽 무릎 수술을 받으며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습니다. 하그리브스가 빠진 중원의 자리에는 긱스-플래처가 두각을 나타냈으며 측면에서는 박지성이 확실한 주전 선수로 자리잡더니 하파엘 다 실바라는 새로운 뉴페이스가 출현했습니다. 최근 맨유가 벨기에 출신의 중앙 미드필더 악셀 비첼(스탕다르 리쥬)에 영입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은 하그리브스의 앞날이 그리 밝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테베즈는 올 시즌 지독한 골 부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34경기에서 14골 3도움을 기록해 팀의 리그 2연패를 이끌었지만 올 시즌에는 20경기에서 3골 2도움에 그치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 교체 출전은 단 3번에 불과했지만 올 시즌에는 7번이나 교체로 투입되는 등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와의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신들린 골 감각을 발휘할 수 있는 자신감을 잃었습니다.

물론 리그에서의 경기 출전이 많았던 것은 웨인 루니가 잦은 부상으로 자리를 비워 공백을 메웠던 것 뿐입니다. 칼링컵에서는 6경기 6골 2도움의 활약을 펼쳤지만 약팀과의 경기에서 쌓은 전적인데다 8강 블랙번전에서 4골 1도움의 몰아친 것이어서 큰 의미를 부여하기가 어렵습니다. 지난 시즌 총 48경기에 출전하면서 아르헨티나 대표팀 차출까지 꺼릴 만큼 체력 저하로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렸던 것이 이번 시즌의 부진으로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나니는 지난 시즌 39경기 4골 11도움, 올 시즌 25경기 6골 2도움으로 미드필더임에도 출중한 공격 포인트를 자랑하고 있지만 속을 들여보면 올 시즌 행보가 그리 좋지 않습니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9경기만 뛰었고 그 중 4경기가 선발 출장 경기였다는 것은 박지성과의 주전 경쟁에서 완전히 밀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항상 기복이 심한 경기력을 일관하며 퍼거슨 감독에게 믿음을 얻지 못했던 것이 '약팀 전용 선수'로 굳혀지는 결정적 원인이 되었습니다.

지난 시즌의 나니는 지나친 개인플레이과 팀 공격 템포를 끊는 볼 트래핑으로 혹독한 비판을 들었음에도 팀내 도움 2위를 기록하며 자신의 잠재된 실력을 뽐냈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지난 시즌보다 골을 많이 넣었음에도 여전한 개인 플레이와 무리한 드리블 돌파, 측면에서의 소극적인 움직임으로 불안정한 경기력을 떨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조란 토시치가 들어오면서 방출설에 시달리는데다 프랑크 리베리(바이에른 뮌헨) 안토니오 발렌시아(위건) 같은 걸출한 윙어들이 맨유 이적설과 연결되고 있어 팀에서의 앞날에 짙은 먹구름이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안데르손은 지난 시즌 37경기에서 정확한 패싱력과 안정적인 경기 조율 능력, 투쟁적인 수비 능력을 자랑하며 팀의 더블 우승을 이끈 영건이었습니다. 올 시즌에는 23경기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리그 출장은 12경기에 불과했고 그 중 8경기가 선발 출전 경기였습니다. 더욱이 지난 1월 21일 더비 카운티와의 칼링컵 4강 2차전에서는 발목 부상을 당하면서 40여일 동안 개점휴업 상태였습니다.

문제는 지난 시즌 만큼의 공격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 시즌에 비해 패스의 정확도와 타이밍, 세기가 약해지더니 부상까지 더해지면서 긱스-스콜스-캐릭-플래처와의 로테이션 경쟁에서 밀린 상태입니다. 특히 자신의 주무기였던 롱패스는 최전방에 느린 속도로 올라가면서 상대 수비진이 전열을 가다듬는 시간을 벌어주는 전술적인 문제점이 나타나고 말았습니다. 맨유는 간결하고 빠른 스루패스와 전진패스를 서로 섞어가는 공격력을 근간으로 삼는 팀이라는 점에서 안데르손의 다채로운 공격 패턴이 요구될 수 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 맨유가 지금보다 더 굳건한 팀으로 발전하려면 2년차 징크스로 고전하는 네 선수의 분발이 요구될 수 밖에 없습니다. 비싼 이적료로 들어오거나 팀에 어렵게 입단했던 선수들이기 때문에 팀의 기대에 걸맞는 활약을 펼쳐야 할 것입니다. 하그리브스는 무릎 부상의 긴 터널에서 벗어나 다음 시즌 반전을 노려야 하며 테베즈-나니-안데르손은 그동안 부진으로 고생했던 부담감을 떨치고 일정 수준 이상의 꾸준한 활약을 펼치는 좋은 선수로 성장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올 시즌 부침에 시달렸던 이들의 앞날이 인생만사 새옹지마 처럼 밝을 수 있을지 앞으로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