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명문 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서 당당히 그 자리를 빛내고 있는 박지성이 '산소 탱크'의 진수를 안방에서 과시했습니다. 박지성은 '미드필더는 이렇게 움직여야 한다'는 교과서적인 경기력을 펼쳐 라이벌 첼시전 승리의 주역으로 거듭났습니다.
그런 박지성이 현지 언론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잉글랜드 스포츠 전문 채널 <스카이 스포츠>는 12일 맨유-첼시 경기가 끝난 뒤 박지성에게 '지칠줄 몰랐다(Tireless)'는 평가와 함께 평점 8점을 부여했습니다. 9점 받은 라이언 긱스에 이어 팀 내에서 두번째로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박지성과 함께 8점 받은 선수로는 선제골의 주인공 네마냐 비디치, 1도움 기록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입니다.
특히 박지성의 움직임은 단연 군계일학 이었습니다. 경기 초반부터 종료까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좌우를 바꿔가며 경기장 이곳 저곳을 휘저었으며 첼시의 공격을 끊은 뒤 재빨리 역습을 전개하는 등 공수 양면에 걸쳐 맹활약을 펼쳤습니다. 전반전에 빈 공간을 끊임없이 창출하여 첼시 수비진을 공략했다면 후반전에는 수비 뒷 공간에서 하프라인을 거쳐 최전방으로 빠르게 달려가는 돌파만 4번이나 시도할 만큼 위협적이었습니다. 특히 후반 19분에는 하프라인을 넘어가는 과정에서 첼시 선수 3명의 압박을 받았음에도 거침없이 전방을 질주하며 상대팀 선수들의 힘을 떨어뜨렸습니다.
박지성의 움직임은 정말 대단했지만, 인터셉트 역시 빛났습니다. 맨유가 넣은 세 골중에 두 골이 박지성의 인터셉트에서 시작 되었으니까요. 박지성은 전반 44분 첼시 페널티박스 왼쪽 바깥에서 존 테리가 소유하던 공을 빼앗아 역습 공격을 전개했고 이것이 호날두의 슈팅, 그리고 코너킥으로 연결되어 비디치의 헤딩 선제골로 이어집니다. 후반 18분에는 박지성이 하프라인 부근에서 첼시 미드필더진이 가지던 공을 가로채 동료 선수에게 공을 이어줬고 이것이 파트리스 에브라의 크로스에 이은 루니의 오른발 논스톱슛으로 이어졌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하는 박지성의 진면목을 실감할 수 있겠습니다.
첼시전 승리의 주역인 박지성의 활약상은 이것에 만족하지 않습니다. 세계 프로축구리그 경기 결과 및 소식을 보도하는 <ESPN 사커넷>에서는 맨유-첼시 경기가 끝난 뒤 선수, 팀에 대한 여러가지 데이터를 올렸습니다. 요즘에는 축구 데이터가 많이 발달되어 대중화되었는데 놀랍게도, 박지성은 우리들이 눈으로 직접 경기를 보는 것과 함께 데이터에서도 활약상이 대단한 선수였습니다.
박지성은 왼쪽 윙어로 선발 출장했지만 왼쪽과 오른쪽, 중앙까지 아우르는 폭 넓은 움직임을 과시했습니다. 전반 2분과 4분에는 왼쪽 측면에서 돌파를 시도했고 1분 뒤에는 오른쪽 측면에서 긱스의 패스를 받아 문전으로 활로를 개척했습니다. 6분에는 최전방에서 자리잡아 상대 수비망을 교란하는 등 호날두와 함께 위치를 바꾸며 첼시 수비진을 괴롭혔습니다.
그 결과 첼시 오른쪽 풀백 조세 보싱와는 박지성을 꽁꽁 압박하기 위해 사력을 다했지만 역부족이었고 후반 18분 '질책성' 교체를 당했습니다. '호날두 킬러'로 유명한 왼쪽 풀백 애쉴리 콜 역시 박지성 견제에 실패한데다 호날두에게 뚫리는 불안함이 있었죠. 호날두가 애쉴리 콜을 상대로 승리했던 경기는 아마 이 경기가 처음일 겁니다. 그 원동력은 저돌적인 움직임으로 첼시 수비진의 힘을 빼놓았던 박지성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 자료에서는 박지성이 어느 공간에서 많이 움직였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붉은색 일수록 그 공간에 많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데요. 박지성의 움직임을 보면 공격수인지, 미드필더인지, 아니면 수비수인지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그라운드 이곳 저곳을 활발히 헤집고 다녔습니다. 예전에 서형욱 MBC 해설위원이 "박지성의 축구화에 페인트를 찍으면 그라운드 전체가 페인트 색깔로 칠해질것이다"는 말을 했는데, 역시 박지성의 움직임은 명불허전 입니다.
동료 선수들의 움직임을 보면, 박지성이 얼마만큼 많이 움직였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박지성과 함께 좌우 측면을 휘저으며 열심히 뛰어다녔습니다. 그동안 상대팀 집중견제에 시달려 거듭된 부진을 면치 못했습니다만 첼시전에서는 적극적인 활약으로 슬럼프 탈출의 신호탄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이 자료를 보면 호날두보다 박지성이 더 많이 움직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호날두는 동료 선수에게 골 기회를 제공하는 것 보다 골을 넣어야 하는 역할을 맡고 있지만, 공격과 수비를 가리지 않고 팀을 위해 사력을 다하며 공간을 헤집는 박지성의 움직임을 더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반면 첼시 윙어들은 어땠을까요?
이날 첼시의 오른쪽 윙어로 뛰던 조 콜은 주로 오른쪽에서만 뛰었습니다. 물론 첼시 전술 특성상 오른쪽에서만 뛰도록 주문을 받았을 것으로 보입니다만 박지성-호날두 같은 맨유 윙어들 보다 많이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이날 조 콜은 파트리스 에브라의 밀착 견제에 막혀 이렇다할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맨유전에서 극심하게 부진했던 첼시 선수 중 한 명인 왼쪽 윙어 데쿠의 움직임입니다. 데쿠는 후반 시작과 함께 '질책성' 교체 되었는데요. 간간히 오른쪽에서도 움직였습니다만, 좌우 측면에서 공을 잡은 모습이 그리 많았습니다. 최근 데쿠 선수의 부진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만 그가 있어야 할 곳은 중앙인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시즌 초반에는 프랑크 램퍼드가 왼쪽 날개로 활약했는데 이제는 데쿠가 윙어로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리그 9경기에서 2승5무2패로 부진한 첼시는 램퍼드-발라크-데쿠의 공존이 실패로 돌아가고 있는데요. 이 자료에서 첼시 전력의 문제점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어찌되었건 간에, 박지성의 움직임은 이날 경기에서 가장 두드러졌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보너스로 웨인 루니와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의 자료를 추가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두 선수도 박지성 못지 않게 많이 움직였죠.
루니의 움직임은 한마디로 '황소' 같았습니다. 박지성과 더불어 이곳 저곳에서 많이 움직였네요. 역시 루니는 '이타적인 공격수' 임을 데이터에서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는 첼시전에서 평소보다 더 많은 움직임을 과시했습니다. 그동안 맨유 팬들은 '베르바토프는 게으르고 뛰어다니지 않는다'며 디미타르 베론이라는 불명예 별명을 안겨줬습니다만, 베르바토프는 경기력 개선을 위해 부지런히 뛰어다녔습니다. 특히 후반 초반과 중반에는 왼쪽 측면과 중앙을 활발히 휘저으며 공을 잡는 모습이 돋보였는데요. 여기에 골까지 넣었으니, '먹튀 탈출' 신호탄을 제대로 알렸습니다.
[데이터 자료 (C) ESPN 사커넷]
By. 효리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