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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지성, '산소탱크'는 아무나 하나


'평점 9점 주는게 아깝지 않을 정도로 좋은 활약 펼치고 있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첼시의 경기를 중계했던 장지현 MBC ESPN 해설위원이 후반 막판 무렵 박지성을 이렇게 극찬했습니다. 그만큼 박지성은 경기 내내 지치지 않는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번 첼시전은 박지성의 별명이 왜 '산소 탱크'인지를 박지성 그가 실력으로 당당히 증명했습니다. 경기 초반부터 종료까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좌우를 바꿔가며 경기장 이곳 저곳을 누볐고 첼시의 공격을 끊은 뒤 재빨리 역습을 전개하는 등 공수 양면에 걸쳐 맹활약을 펼쳤습니다. 그동안 골이 부족했기 때문에 득점에 욕심이 있었겠지만, 동료 선수들의 골을 돕기 위해 자신의 몸을 바쳐 헌신적인 활약을 펼치는 박지성의 이타적인 활약은 그야말로 최고였습니다.

그동안 득점 부진에 시달리던 맨유가 첼시전에서 세 골이나 '폭발'할 수 있었던 것은 박지성의 보이지 않았던 진가가 빛났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 두 골은 박지성의 인터셉트에서 연출된 멋진 장면 이었습니다.

우선, 맨유는 전반 40분까지 첼시의 견고한 압박 수비를 뚫지 못하고 소강 상태의 공격을 나타냈습니다. 그 흐름을 깬 선수가 바로 박지성이었죠. 전반 42분 첼시 왼쪽을 돌파하는 과정에서 호날두와 2-1 패스를 연결한 뒤 왼발슛을 날리며 선제골을 노렸죠. 비록 슈팅이 존 테리의 태클에 걸려 무위로 돌아갔지만 맨유 공격은 박지성의 슈팅을 기점으로 깨어나기 시작합니다.

박지성은 2분 뒤 테리의 볼을 빼앗아 역습 공격을 전개했고 이것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슈팅, 그리고 코너킥으로 연결됩니다. 이 코너킥이 네마냐 비디치의 헤딩 선제골로 이어졌으니 골 장면의 첫 시작은 박지성의 인터셉트에서 시작된 것이죠.

웨인 루니의 후반 18분 골 장면 역시 박지성과 연관 있었습니다. 하프라인 부근에서 첼시의 공을 가로채 동료 선수에게 공을 이어줬고, 이것이 파트리스 에브라의 크로스에 이은 오른발 논스톱 슛으로 이어졌습니다. 루니 근처에는 박지성이 위치하고 있었는데, 만약 루니가 없었더라면 문전으로 빠르게 달려들던 박지성이 쐐기골을 넣을 수 있었던 장면이었습니다.

박지성의 진면목은 골 장면에서만 빛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전반 초반부터 좌우 측면과 중앙을 활발히 휘젓는 폭 넓은 움직임과 민첩한 몸놀림으로 첼시 수비진영을 과감히 뚫는 경기 운영을 펼친 것이죠. 전반전에 빈 공간을 끊임없이 창출하여 첼시 수비진을 공략했다면 후반전에는 수비 뒷 공간에서 하프라인을 거쳐 최전방으로 빠르게 달려가는 돌파만 4번이나 시도할 만큼 위협적이었습니다. 특히 후반 19분에는 하프라인을 넘아가는 과정에서 첼시 선수 3명의 압박을 받고도 이에 개의치 않고 문전으로 빠르게 침투하는 움직임이 돋보였습니다.
 
박지성의 이러한 활약에 첼시 선수들은 어쩔도리를 몰랐습니다. 특히 박지성 봉쇄 특명을 받았던 첼시 오른쪽 풀백 조세 보싱와는 4개월전에 이어 이번에도 박지성에게 완패를 했는데요. 경기 초반부터 박지성을 끊임없이 압박했지만 번번이 뚫리면서 후반 18분 '질책성' 차원에서 교체되었습니다. 후반 35분에는 '첼시 수비의 중심' 테리가 박지성이 트래핑하는 과정에서 거친 파울을 가하다 경고를 받았죠. 하프라인에서 박지성에게 공을 빼앗겨 번번이 역습을 했던 첼시 미드필더들 역시 마찬가지 였습니다.

맨유전 이전까지 EPL 최소 실점 1위(9실점)였던 첼시가 맨유에게 세골이나 내줬던 전술적 패인은 박지성을 봉쇄하지 못한 첼시 수비의 완패였습니다. 리그 최강을 자랑하던 첼시 수비를 무너뜨린 박지성의 가치는 그야말로 대단 했습니다.

일부 팬들은 박지성이 첼시전에서 골을 넣지 못한 것을 아쉬워할지 모릅니다. 얼마전 "올 시즌 10골 넣겠다"고 선언했던 박지성이 지독한 아홉 수(맨유 통산 9골)에 시달려 4개월 동안 골이 없는 것에 답답해 할 수 있는 축구팬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박지성이 맨유에서 4시즌 동안 자신의 가치를 빛낼 수 있었던 것은 골이 아닌 출중한 이타적인 활약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박지성은 긱스-호날두 같은 공격 포인트를 많이 기록할 수 있는 윙어와는 달리 수비적인 윙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동안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해서 상대팀 공격을 차단한 뒤 빠르게 공격으로 전환하는 장면을 많이 연출했고 이번 첼시전에서도 몇번이나 인터셉트에 성공하여 전방에 위치한 동료 선수에게 재빨리 역습 기회를 열어줬습니다. 이러한 진가는 첼시전 승리의 거듭날 수 있었던, 맨유의 붙박이 주전이 될 수 있었던 저력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날 맨유에 0-3 완패한 첼시는 2003년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팀을 인수한 이래 가장 최악의 '완패' 수모를 당했습니다. 이러한 첼시에 굴욕을 안긴 맨유의 일원 중에서 박지성의 활약은 그야말로 '군계일학' 이었습니다. 역시 '산소 탱크'는 박지성에게만 어울리는 영광스런 수식어 였습니다.

By. 효리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