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은 틀림없이 맨유의 탑 클래스에 해당하는 선수이며 우리가 기대한 만큼 잘 뛰어줄 것이라고 믿는다"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감독은 박지성이 9개월 부상 공백을 마치고 복귀를 준비하던 지난해 12월 21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이러한 말을 했다. 언뜻보면 퍼거슨 감독 특유의 ´립 서비스´ 같지만 그가 왜 ´맨유 탑 클래스´에 포함될 자격이 있는지를 이제서야 알것 같은 요즘이다.
박지성이 22일 오전 2시 30분(이하 현지시간) 빌라 파크서 열린 아스톤 빌라와의 프리미어리그 14라운드 경기에 풀타임 출장했다. 지난 8일 아스날전을 시작으로 4경기 연속 선발 출장으로 눈부신 기동력을 발휘해 ´나니 내림세´와 맞물려 맨유의 붙박이 주전으로 도약하는데 성공했다. 2008년을 통해 ´약팀용 선수-긱스 백업´에서 ´강팀용 선수´로 거듭났던 그가 맨유에서 최전성기를 맞고 있다.
´4연속 선발´ 박지성, 맨유 공격 옵션 중에 가장 위력적
우선, 아스톤 빌라전은 박지성의 선발 출장이 불투명했던 경기였다. 대표팀 경기 이후 매번 결장을 거듭했고 지난달 18일 웨스트 브롬위치전에서는 교체 출장에 그쳤기 때문.
그러나 박지성은 이러한 우려를 깨고 아스톤 빌라전서 풀타임 출장하여 공수 양면에 걸쳐 맹활약을 펼쳤다. 비록 골도 도움도 기록하지 못했고 팀은 0-0으로 비겼지만 부지런한 움직임과 빠른 전방 침투, 팀 공격 활로 개척 등 윙어로서의 전반적인 경기 운영 능력이 이전보다 물이 올랐음을 경기력으로 과시했다. 4연속 선발 출장과 A매치 사우디 아라비아 원정에 대한 피로감 없이 컨디션 또한 최상이었던 것. A매치까지 포함하면 최근 5경기 연속 선발 출장하고 있는 셈이니 역시 지치지 않는 ´산소탱크´ 답다.
박지성은 경기 종료 후 잉글랜드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평점 8점을 받아 네마냐 비디치(9점)에 이어 팀 내 최다 평점 2위를 기록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6점을 기록하고 루니-테베즈-나니-안데르손이 7점을 기록한 것을 통해 볼 때, 이날 박지성은 맨유 공격 옵션 중에 가장 위력적인 활약을 펼쳤음을 읽을 수 있다. 다른 공격 옵션들의 활약이 평소보다 위력적이지 않았던 것과 달리 가장 좋은 경기력을 발휘하며 팀 내에서 경쟁력이 있음을 입증했다.
진정 놀라운 것은 기복 없는 팀 공헌도. 박지성은 지난 8일 아스날전서 팀 패배 속에서도 활발한 움직임과 정확한 패싱력을 앞세운 이타적인 활약으로 ´루니-베르바토프-호날두´의 공격력을 도왔다. 이후 12일 퀸스파크 레인저스전과 15일 스토크 시티전에서도 평소와 변함없는 활약을 펼치더니 아스톤 빌라전에서도 적극적인 문전 침투와 효율적인 패스로 상대팀 수비수인 루크 영의 마크를 여러차례 따돌렸고 후방 깊숙한 곳까지 내려오는 수비로 상대팀 공격을 번번이 끊는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박지성, 맨유 측면 중에서 가장 믿음직한 선수
박지성의 이번 시즌은 분명히 다르다. 지난 9월 18일 비야 레아전서 복귀전을 가진 이후 이번 시즌 강팀과의 경기, 팀 성적에 비중이 큰 경기에 선발 출장하여 맹활약을 펼친 것. 대런 플래처와 함께 팀의 스쿼드 플레이어에서 붙박이 주전으로 도약하더니 팀 내 공격 옵션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박지성의 이러한 활약을 미리 염두하듯, 퍼거슨 감독은 지난 9월 26일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긱스를 윙어로 놓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이번 시즌 나니의 성장 가능성 때문에 박지성 입지가 축소될 것으로 보였지만 결과는 정반대. 오히려 박지성이 긱스의 노쇠화와 나니의 부진까지 만회하며 측면에 없어서는 안 될 공격 옵션으로 떠오른 것이다.
게다가 오언 하그리브스는 부상으로 일찌감치 이번 시즌을 접었고 호날두는 지난 6월 유로 2008 발목 부상 여파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듯 최근까지 기복이 심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맨유 측면에서 가장 믿음직한 인재는 박지성 뿐이다.
물론 박지성에게는 2% 부족한 공격력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9월 21일 첼시전 골 이후 2개월 동안 시즌 2호골 달성에 실패했던 것. 맨유 통산 10호골 달성(현재 9골)에 대한 아홉수를 극복해야 지금의 가속 행진이 당분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박지성의 물오른 활약은 계속될 것이라는게 일반적 예상. 맨유에서 최전성기를 맞는 박지성의 가속 그리고 진화는 끝이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