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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한국 축구, '라돈치치 효과'로 더 강해질까?


몬테네그로 출신의 인천 유나이티드 공격수 제난 라돈치치(25)가 한국으로 귀화해 국가대표팀 선수가 되겠다는 의사를 밝혀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라돈치치는 27일 인천 문학 경기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제 한국 생활과 축구에 완전히 적응했다. 몬테네그로에서 여러 차례 국가 대표팀 발탁을 권유했지만 지금은 한국 대표팀 선수로 월드컵에 출전하는 것이 인생 최대의 목표다"라며 한국 귀화에 대한 결심을 밝혔습니다.

2004년 인천 입단으로 K리그서 5시즌 째 활약중인 라돈치치는 내년 4월이면 한국인 귀화 자격을 얻게 됩니다. 귀화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절차가 있지만 일상 생활에서 별 다른 어려움 없이 한국말이 가능한 라돈치치 이기에 한국인이 되는데 별 어려움이 없을 듯 합니다. 이미 인천 구단에서 귀화를 위한 행정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으며 이에 라돈치치는 안종복 인천 사장의 성인 안씨 성을 사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우선, 라돈치치가 귀화를 결심한 이유는 단순히 '월드컵 출전'만이 아닙니다. 안종복 사장은 27일 기자회견에서 "내가 시킨게 아니라 본인이 한국인으로 활동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국 생활에 적응이 잘 되어 있는 선수다"고 밝혔듯이 한국에 오랫동안 남아있고 싶어 귀화를 선택하게 된 것입니다. K리그서 11시즌째 활약중인 크로아티아 출신 수비수 이싸빅(=얀센코 사비토비치, 전남)과 같은 케이스인 것이죠.

하지만 이싸빅이 크로아티아 대표팀 선수로 활약한 경력이 있기 때문에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상 한국 대표팀 선수로 활약할 수 없었지만 라돈치치는 아직 대표팀 경력이 없어 허정무호의 일원으로 활약할 수 있습니다. 내년에 귀화 시험 통과하고 K리그서 맹활약을 펼친다면 2010년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에서는 라돈치치가 붉은색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장면을 볼지 모릅니다.


라돈치치가 귀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축구팬들의 관심은 한국 축구 대표팀의 '라돈치치 효과'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안종복 사장은 "허정무 감독도 라돈치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허 감독이 라돈치치에 대한 관심이 있음을 밝힌 뒤 "라돈치치 같은 스트라이커를 찾기 힘들다. 그의 대표팀 발탁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본다"는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만약, 라돈치치가 대표팀에 발탁되면 그는 최전방 타겟맨 공격수로 활약할 예정이며 정성훈(부산)과의 주전 경쟁이 불가피 합니다. K리그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하면 라돈치치가 정성훈을 앞서고 있죠. 라돈치치가 올 시즌 득점 랭킹 3위(26경기 13골)를 기록한 반면에 정성훈은 25위(22경기 5골)에 그쳤습니다. 더욱이 라돈치치는 2005년 득점 4위(13골)는 물론 인천의 정규리그 준우승 주역이었고 정성훈은 지난 시즌까지 '골 없는 공격수'라는 팬들의 비아냥을 받던 타겟맨이었기 때문에 라돈치치가 정성훈보다 골 넣는 '본능'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전체적인 기량을 놓고 봤을때도, 라돈치치가 정성훈을 앞서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두 선수는 190cm대의 큰 체격(라돈치치 192cm/89kg, 정성훈 190cm/84kg)을 앞세운 강력한 포스트 플레이와 제공권 장악능력을 자랑합니다만 정성훈은 문전에서의 집중력이 떨어져 공격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지금은 울산-대전 시절에 비해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불안한게 사실이죠.) 반면 라돈치치는 문전에서 '한 방 노리는' 집중력이 강해 결정적인 기회때마다 골을 터뜨리는 경우가 많았죠. 상대 수비수와의 몸싸움에서도 '우세'를 점하면서 그들의 힘과 체력, 집중력을 떨어뜨린 뒤 골을 노렸죠.

만약 라돈치치가 내년 시즌에도 변함없는 맹활약을 펼친다면, 한국 축구 대표팀은 '정성훈 보다 뛰어난' 타겟맨을 보유하는 효과를 거두게 됩니다. 더욱이 라돈치치는 K리그에서 골을 잘 넣기로 정평난 공격수이기 때문에 한때 골 가뭄으로 어려움에 빠졌던 대표팀 전력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음에 틀림 없습니다.

그런데 라돈치치를 대표팀에 기용하면 두 가지의 '불안 요소'가 있습니다. 첫째로 라돈치치는 수비 가담을 비롯 적극적으로 그라운드를 휘젓는 스타일의 선수가 아닙니다. 정성훈 같은 경우에는 최전방 이곳 저곳을 파고드는 이타적인 플레이로 이근호, 박지성, 이청용에게 많은 공격 기회를 제공했지만 라돈치치는 최전방에 머물러서 경기를 풀어가는 스타일입니다. 이는 허정무호의 공격 전술이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죠.

두번째는 라돈치치가 '대표팀 조연'을 수긍할지 의문입니다. 인천에서는 김상록, 박재현, 방승환 같은 윙 포워드와 미드필더진이 라돈치치에게 많은 골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에 '주연'이 될 수 있었지만 대표팀에서는 사정이 다릅니다. 어느 팀이든 최상의 공격력을 발휘하려면 누군가 최전방에서 궃은 역할을 도맡아야 하는데(선수 개개인의 실력이 세계 정상급 클래스에 해당하지 않는 팀에게는 이 같은 존재가 절실합니다.) 대표팀에서는 정성훈이 그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만약 라돈치치가 대표팀 주연으로 활약하면 박지성, 이청용, 이근호가 조연이 되어야 하는데 아직 허정무호 공격진이 완성궤도에 오르지 않은 상황에서 라돈치치 중심의 팀이 된다면 대표팀은 전력적인 '혼란'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라돈치치가 대표팀에서 활약하려면 인천에서의 역할을 잊어야 합니다.

만약 라돈치치가 귀화하면, 허정무 감독은 라돈치치에 대한 다양한 테스트에 들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동료 선수와의 호흡이 맞는지, 어느 역할에 적절한지 말이죠. 분명 대표팀 전력에 '효과'를 안겨줄 수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그의 단점을 최소화하여 공격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리고 축구팬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브라질 출신 공격수 모따(성남)도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한국 귀화 의사를 밝혔습니다. 2004년부터 전남에서 활약했던 그는 5시즌째 K리그에서 활약중인데 브라질 대표팀에서 활약한 경력이 없어 귀화가 가능합니다. 모따는 2010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 선수로 활약하기를 희망하고 있으며 어쩌면 2년 뒤 두 명(라돈치치, 모따)의 외국인 출신 한국 선수가 태극 마크를 달고 나란히 그라운드를 휘저을지 모릅니다. 라돈치치에 모따 효과까지 누릴 수 있는 한국 축구가 얼마만큼 강해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참고 : 축구팬들에게 또 다른 귀화 대상으로 주목 받았던 크로아티아 출신의 수원 수비수 마토 네레틀야크는 2개월전 포포투와의 인터뷰를 통해 귀화 의사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타 종목의 사례입니다만, 여자 탁구의 당예서는 중국 출신임에도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 유니폼을 입고 단체전서 동메달을 따냈습니다. 대표팀 순혈주의를 바라던 한국 국민들의 정서가 서서히 바뀌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미 유럽 축구는 귀화 선수를 대표팀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일본과 카타르, 바레인 같은 아시아권 국가에서도 귀화 선수들이 탄생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귀화 선수에 대한 '부정적 시선'과 편견을 일관할 수 없는 상황에 온 것입니다. 

어찌되었건, 라돈치치가 귀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그의 귀화 여부, 허정무호 전력 효과에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라돈치치와 모따가 2010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에서 한국의 공격수로 활약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