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은 팬 포럼 사이트인 <레드 카페>를 통해 "박지성은 무조건 주전으로 뛰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평소 왼쪽에서 두각을 나타내더니 오른쪽에서도 공수 양면에 걸쳐 맹활약을 펼쳤기 때문에 퍼거슨 감독을 비롯 동료 선수들, 맨유팬들에게 든든한 신뢰를 얻게 된 것이죠.
박지성은 지난달 30일 오후 10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시티 오브 맨체스터 스타디움서 열린 맨체스터 시티와의 프리미어리그 15라운드 경기에 선발 출장하여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최근 6경기서 5경기에 선발 출장했던 그는 강철 체력을 과시하며 경기 내내 오른쪽 공간을 종횡무진 달렸고 공수 양면에서 맹활약을 펼쳐 축구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우선, 맨유의 첫 번째 골은 박지성이 만든 작품 이었습니다. 박지성은 전반 41분 페널티 박스 안쪽에서 상대 수비수와 공중볼 다툼에서 우위를 점하여 마이클 캐릭에게 헤딩 패스를 내주었고, 캐릭의 슈팅이 상대 골키퍼를 맞고 나오자 가까이에 있던 루니가 이를 밀어넣으며 선취골에 성공했습니다. 골 기회를 만들기 위해 공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던 박지성의 집념이 골로 이어진 것이죠.
박지성, 오른쪽에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이번 맨시티전은 팀의 붙박이 주전으로 자리잡은 박지성의 전술적인 활용 가치가 넓어진 이유를 알 수 있었던 경기였습니다. 그 비결은 평소와 변함없는 꾸준한 활약에 ´오른쪽에서 뛸 수 있다´는 새로운 무기를 장착하여 자신의 가치를 빛낸 것이죠.
그동안 왼쪽 윙어로 뛰었던 박지성은 최근 오른쪽에서 볼 터치하는 장면이 부쩍 늘었습니다. 맨유와 상대하는 팀들이 오른쪽 윙어였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집중견제하면서 압박 분산을 위해 박지성이 오른쪽으로 배치된 것이죠. 호날두가 양발을 잘 쓰고 박지성이 본래 오른발 잡이였기 때문에 ´좌 호날두-우 박지성´ 라인 배치가 이루어졌습니다. 여기에 루이스 나니가 왼쪽 측면에서 가공할만한 크로스와 중거리슛을 자랑하기 때문에 박지성이 오른쪽으로 배치되는 경우가 늘어났습니다.
박지성은 경기 초반부터 몸이 가벼웠습니다. 전반 6분 오른쪽 측면에서 문전에 있던 루니에게 정확한 땅볼 크로스를 연결하여 팀 공격의 첫번째 활로를 열어줬습니다. 8분과 10분, 11분에는 캐릭과 루니, 베르바토프에게 정확한 스루패스를 연결했고 이후 오른쪽 공간을 부지런히 휘저어 다니며 맨시티의 왼쪽 풀백 리차드 던과의 기선싸움에서 우세를 점하면서 이날 경기 맹활약을 예감하게 했습니다.
박지성-하파엘, 맨유 승리 이끈 '국민 콤비'
특히 박지성이 오른쪽에서 종횡무진 활약을 펼칠 수 있었던 비결은 올해 18세인 '新 국민 남동생' 오른쪽 풀백 하파엘 다 실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최근 국내팬들에게 '국민 콤비'로 불리는 이들은 지난달 12일 퀸스파크 레인저스전 이후 18일 만에 오른쪽 옆구리에서 척척 맞는 호흡을 과시하면서 팀 공격의 활로를 개척 했습니다. 이는 왼쪽에서 마이카 리처즈의 집중 견제에 막혀 부진한 호날두의 움직임과 대조적이어서 박지성-하파엘 라인의 움직임이 시야에 쉽게 들어온 것이죠.
이날 박지성이 오른쪽에서 '평소보다' 공을 많이 잡을 수 있었던 비결 역시 하파엘에게 있었습니다. 하파엘은 오버래핑 과정에서 6회의 전진패스(전반 4회, 후반 2회)를 연결했는데 모두 박지성에게 연결된 것이죠. '하파엘-캐릭-박지성'으로 이어지는 짧고 정교한 패스까지 포함하면 박지성에게 많은 공격 기회가 제공 되었습니다.
'박지성-하파엘'라인의 진가가 발동하기 시작한 것은 전반 중반입니다. 전반 19분 하파엘에게 전진 패스를 받아 캐릭에게 절묘한 대각선 패스를 연결했고 2분 뒤에도 하파엘이 띄워준 전진 패스를 받자마자 빠르게 측면 침투하여 던의 반칙을 얻었습니다. 후반 8분에는 박지성이 하프라인에서 하파엘이 역습으로 띄워준 롱패스를 받아 맨시티 진영을 두드리는 호흡을 과시 했습니다.
두 선수는 협력 수비에서도 빛났습니다. 후반 18분 박지성이 오른쪽 측면 뒷 공간에서 공을 잡던 엘라누를 밀착 마크하는 과정에서 하파엘이 압박에 가담하여 상대팀의 공격 흐름을 끊었죠. 19분과 26분에는 같은 공간에서 호비뉴를 상대로 2대1 압박 수비를 통해 인터셉트에 성공하는 등 수비에서도 찰떡 궁합 호흡을 과시 했습니다. 이후 박지성은 후반 44분 교체되기 전가지 오른쪽에서 활발한 움직임과 짧고 정교한 패스로 팀 공격의 실마리를 풀으며 팀 승리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박지성의 오른쪽 전환, 팀 내 입지 강화될 듯
박지성은 맨시티전을 통해 오른쪽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성취하며 '하파엘의 눈부신 성장 & 호날두 퇴장과 맞물려' 앞으로 오른쪽에서 막중한 임무를 떠맡을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에는 나니가 '2년차 징크스'에 빠지자 맨유 측면 옵션 중에 유일하게 매 경기마다 측면에서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맨유가 빡빡한 경기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해 볼때, 앞으로도 오른쪽에서 많은 출장 기회를 얻어 팀 내 입지를 강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박지성은 오른쪽 자리가 어색하지 않습니다. 2000년 올림픽 대표와 국가대표팀에서 오른쪽 윙백으로 두각을 나타내더니 2년 뒤 한일 월드컵에서 스리톱의 오른쪽 윙 포워드로 활약하여 한국의 4강 신화를 달성했죠. 2002년까지 교토 퍼플상가에서 오른쪽 미드필더로 뛰었고 이듬해 PSV 에인트호벤으로 이적하여 2003/04시즌 전까지 오른쪽 측면 옵션으로 활약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포지션 전환이 전혀 낯설지 않습니다.
지난 세 시즌 동안 맨유의 스쿼드 플레이어에 머물렀던 박지성은 올 시즌에 이르러 붙박이 주전으로 도약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제는 오른쪽에서도 종횡무진하는 박지성의 가치는 5년 전 거스 히딩크 감독과 함께 출연했던 CF 광고 키워드인 '하늘만큼 땅만큼'처럼 밝아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