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에서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 복귀한 박지성의 ´캡틴 효과´가 예사롭지 않다. 19일 오전 1시 30분(이하 한국 시간) 올드 트래퍼드서 열린 웨스트 브롬위치와의 프리미어리그 8라운드서 선발 출장하여 팀의 4-0 대승을 이끈 것.
잉글랜드 스포츠 전문채널 스카이스포츠는 이날 경기를 마친 뒤 박지성에게 ´평소처럼 열심히 뛰었다(Worked hard as ever)´는 평가와 함께 평점 8점을 매겼다. 이날 6경기 연속골 넣은 웨인 루니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평점이어서 진정한 승리의 주역으로 인정받은 것. 이 경기에서 한 골씩 터뜨렸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루이스 나니는 7점에 그쳤다.
당초 박지성은 웨스트 브롬전 결장이 유력했다. 고국에서 A매치 2경기를 치른 것과 잉글랜드까지 이동하는 피로 여파 때문에 이번 경기보다 22일 셀틱전 출장이 점쳐졌기 때문. 그러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A매치 2경기서 대표팀의 주장 완장을 달고 3-0, 4-1 대승을 이끈 박지성의 컨디션이 ´최상´이라고 판단, 주저없이 그의 이름을 선발 엔트리에 올렸다.
퍼거슨 감독의 기대에 부응한 박지성은 웨스트 브롬 전을 마친 뒤 현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상당히 힘든 대표팀 일정 이었지만 정신적으로 편안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힌 뒤 대표팀 차출로 자신감이 커졌다는 한 기자의 질문에 대해서는 "그런 부분이 경기장에서 나타났다"며 캡틴 효과가 맨유에서 이어졌음을 시인했다.
맨유 구단은 웨스트 브롬전을 앞두고 경기 당일 발행된 맨유의 매치 프로그램 ´유나이티드 리뷰´에 대표팀 주장으로서 뛰어난 리더십을 선보인 박지성에 대한 이야기를 실었다. 유나이티드 리뷰는 ´평소에 조용한 박지성이 주장 완장을 차고 맨유의 동료들에게 소리를 치는 모습은 상상하기 힘들다´고 언급하는 등 ´캡틴 박´에 대한 기분 좋은 화제를 보도했다.
특히 박지성은 허정무호에서 주장을 맡은 이후 대표팀과 소속팀에서의 위상이 높아졌다. 그동안 대표팀에서는 최적의 포지션에서 최고의 활약을 뽐내지 못했고 소속팀에서는 스쿼드 플레이어에 불과했으나 '캡틴 효과'를 계기로 10월을 빛내는 사나이로 거듭난 것.
그동안 박지성은 대표팀 경기에 출장하면 '맨유에서의 활약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베어벡호 시절에는 줄곧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았으나 활동 반경이 왼쪽에 치우치는 문제점을 나타냈고 허정무호에서는 지난 3월 북한전 부진과 6월 A매치에서의 저조한 활약과 무릎 부상으로 큰 공헌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박지성은 대표팀 첫 주장을 맡은 지난 11일 우즈베키스탄전서 상대팀 선수 4명을 제치고 20m 드리블 돌파에 성공하는 '저력'을 과시했고 4일 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전에서는 1골 1도움으로 팀의 4-1 대승을 이끌며 자신이 대표팀에 없어서는 안 될 '전력의 축' 임을 안방 팬들에게 확인시켰다. 그의 이러한 활약은 맨유 홈페이지에 게재되면서 '캡틴 박'의 이름이 현지에서 알려지게 됐다.
소속팀 맨유로 돌아온 박지성은 웨스트 브롬전서 선발 출장하여 팀의 4-0 대승을 이끌었다. 비록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지만 평점 8점을 받는 탁월한 경기 내용 속에 팀 전력의 주축으로 자리잡는 기틀을 마련했다. 이번 경기는 리그 교체 출장을 거듭중인 나니와의 포지션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음을 증명한 것이어서 앞으로 이 같은 활약이 꾸준하면 스쿼드 플레이어에서 맨유의 당당한 붙박이 주전 멤버로 이름을 떨칠 것으로 기대된다.
박지성은 웨스트 브롬전 선발 출장을 통해 30경기 연속 선발 무패(26승4무) 공식을 이어가는데 성공했다. 퍼거슨 감독은 누구도 따라하기 힘든 그의 기록을 의식한 듯, 이번 시즌 그가 출장했던 다섯 경기 중에 네 경기를 선발로 투입시켰다.
이러한 무패 공식에 캡틴 효과까지 누리는 박지성의 오름세 행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꺼지지 않는 열정으로 그라운드서 자신의 진가를 꼭 발휘하겠다는 꾸준함과 성실함, 강인한 정신력을 모두 상징하는 소유자이기 때문. 캡틴 효과로 한국 축구의 '진정한 대들보'로 자리잡은 그가 그 여세를 몰아 '맨유의 중심 선수'로 거듭날지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