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를 상대로 명예 회복에 나선다´
연이은 졸전으로 비난 여론에 휘말렸던 허정무 축구 대표팀 감독이 오는 15일 오후 8시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리는 2010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2차전 B조 아랍에미리트연합(UAE)전에서 명예 회복에 나선다. 허 감독에게 있어 UAE전은 기대 이하의 대표팀 성적을 만회할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허정무 감독을 향한 여론의 반응은 차갑다. 지난 6월 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에서 답답한 전술을 일관하다 팬들의 거센 질타를 받았으며 지난달 10일 북한과 최종예선 1차전에서는 경기 내내 북한 밀집 수비에 끌려 다녔으나 기성용의 극적인 동점골로 패전을 모면했다. 만약 홈에서 UAE를 꺾지 못한다면 경질 여론에 직면할 것으로 보여 이를 상쇠해야 하는 허 감독의 어깨는 더욱 무겁다.
허 감독에 대한 경질 여론이 대두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UAE가 B조 최약체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감독 경질´ 카드를 썼기 때문. UAE는 북한과 사우디 아라비아전 패배로 브뤼노 메추 감독을 경질했다. 그의 후임이 된 프랑스 출신 도미니크 바트니 감독은 9일 일본과 친선전서 1-1로 비긴 뒤 내친김에 한국전 승리까지 잔뜩 벼르고 있다.
한국은 UAE전서 무조건 이겨야 한다. 지난 북한전서 비겼기 때문에 UAE와의 홈 경기에서 승점 3점을 획득하지 못할 경우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심각한 위기를 맞는다. 게다가 다음달에는 사우디 아라비아 원정을 비롯 이란 등 중동 강호들과 싸워야 하는 부담감까지 안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인지하고 있는 허정무 감독은 14일 기자회견에서 "월드컵 본선 진출의 중요한 길목에 있다. 승점 3점이 절실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UAE전에서 명예회복에 성공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일단 허정무 감독은 지난 11일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 3-0 완승으로 잠시 한숨을 돌렸다. 대표팀을 위기에서 탈출할 구심점으로 '한국 축구의 아이콘' 박지성을 주장으로 선임했고 4-3-3에서 4-4-2로 포메이션을 바꾸자 공격 패턴이 다채로워졌다. '신영록-정성훈' 투톱과 조커 공격수로 투입된 이근호의 맹활약은 대표팀의 취약점이었던 최전방 공격수의 거듭된 부진을 '실력'으로 해소시켰다. 곽태휘와 이영표가 가세한 포백 수비라인은 이전보다 두꺼워진 압박을 과시했다.
그러나 평가전은 평가전일 뿐 월드컵 본선 진출이 걸린 경기는 분명 중요하다. 지난해 아시안컵 4강서 한국을 물리친 이라크가 대회 직전 한국과의 평가전서 0-3으로 완패했듯, 평가전은 실전 무대와 엄연히 다르다. 평가전을 의식하고 국내에서 A매치를 가진 우즈베키스탄의 전력이 한국보다 뚜렷히 낮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될 부분.
허정무 감독도 3-0 완승에 대해 "축구는 잘될 때가 있고 안될 때가 있을 뿐이지 이틀 훈련하고 좋아졌겠는가. 이틀 훈련으로 전력 향상 됐다고 말한다면 내가 사기꾼 아니겠나"라며 이틀간 훈련을 가진뒤 치렀던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에 대한 의미가 없었음을 확실히 밝혔다.
그러나 우즈베키스탄전은 UAE전 승리를 향한 '좋은 징조'를 보이기에 충분했다. 서로 포스트 플레이에 능한 '신영록-정성훈' 투톱은 척척 맞는 호흡을 과시하며 '환상의 투톱'으로 거듭날 가능성을 마련했고 이근호는 두골 넣으며 주전 도약에 청신호를 밝혔다. 기성용과 이청용, 강민수 등 '젊은 피' 들은 패기 넘치는 활약으로 팀 전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전반 31분에는 박지성이 상대팀 선수 4명을 제치고 20m 이상을 과감하게 돌파하는 멋진 활약으로 관중들의 큰 탄성을 자아냈다.
UAE전 승리의 관건은 우즈베키스탄전서 나타났던 단점을 보완하는 것. 아직 박지성의 활약과 동료 선수들의 경기력이 '물 흐르듯' 어우러지지 않아 공격의 짜임새가 매끄럽지 않다. 특히 김정우에게 활발히 패스를 받지 못해 왼쪽 공간에서 번번이 고립되는 문제점이 나타났다.
허정무 감독은 이러한 '박지성 시프트'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김정우 자리에 김치우를 기용할 예정이다. 그는 인천 시절 줄곧 중앙 미드필더로 출장해 대표팀 중원이 낯설지 않다. 적극적인 공격 가담과 정확한 볼 배급, 질풍같은 기동력을 자랑하는 그가 팀 선배 박지성과 발 맞춰 수준 높은 공격력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허 감독이 UAE전서 명예회복할 수 있는 열쇠는 '공격'에 달렸다. 팬들은 지난 우즈베키스탄전 3-0 완승처럼 대표팀이 화끈한 공격축구로 승리하길 간절히 바라기 때문. 9일 일본전 1-1 무승부 당시 '선 수비 후 역습' 전술로 재미를 봤던 UAE의 밀집 수비를 뚫을 해답은 빠르고 다채로운 공격 뿐이다. 그 중심엔 김치우 효과가 가미될 것으로 보이는 '박지성 시프트'가 있어 두 선수를 전술의 축으로 놓는 허 감독이 여론의 긍정적 반응을 얻을지 관심이 모인다.
머리 속에 오직 '승리'라는 키워드가 떠오를 허정무 감독이 UAE전에서 화끈한 승전보를 전할 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