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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허정무 감독, UAE전 앞둔 4가지 고민은?



오는 15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펼쳐지는 2010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2차전 아랍 에미리트 연합(UAE)과의 경기는 허정무 감독에게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연이은 졸전을 거듭중인 허정무호가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것과 맞물려 UAE전 승리가 필수이기 때문.

국가대표팀의 수장인 허정무 감독은 UAE전을 앞두고 어깨가 잔뜩 무거워졌다. 유럽리그와 K리그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물오른 기세를 떨치고 있는 선수들을 발탁했음에도 딜레마에 빠진 것. 홈에서 UAE를 꺾을 수 있는 최상의 조합 찾기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지성, 어느 포지션에 배치?

허정무 감독이 가장 고민하고 있는 것은 내측인대 부상으로 6주 동안 결장하는 김두현(웨스트 브롬위치)의 공백이다. 빈약한 득점력과 측면에 치우치는 공격루트에 따른 연이은 졸전으로 ´좌불안석´ 처지에 놓인 허 감독에게 김두현의 부재는 UAE전 승리 시나리오의 중요한 요소가 사라진 어려움으로 이어졌다. 김두현은 지난달 북한전까지 대표팀의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확실한 공격 능력을 발휘했던 존재.

그런 김두현의 공백을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메우게 됐다. 지난 4년 동안 대표팀의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두각을 나타냈던 그가 어떤 활약을 펼치느냐에 따라 UAE전 승패가 달렸기 때문. 그러나 그는 베어벡호 시절부터 왼쪽에 치우치는 활동 반경에 문제점을 나타내며 맨유에서의 저돌적인 경기 감각을 국가대표팀서 살리지 못했다. K리그 소속의 동료 선수와 호흡이 맞지 않아 종종 패스미스가 속출하는 것 역시 문제점 중에 하나.

문제는 박지성의 윙 포워드 배치시 서동현-이근호-이청용-최성국 같은 윙어 자원들의 활용폭이 줄어든다. 지난 3월 북한과의 A매치서 왼쪽 윙 포워드로 출장했음에도 상대 밀집수비에 막혀 부진했던 박지성이었기에 측면 전환이 쉽지 않다. 결국 허정무 감독은 UAE전 승리를 위해 박지성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 올릴 수 있는 최적의 포지션에 배치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정성훈vs신영록, 원톱은 누구?

출범한지 거의 일 년이 된 허정무호는 아직 대표팀을 빛낼 원톱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 한때 투톱을 실험했으나 지난 6월 이후 줄곧 원톱을 고수하면서 극심한 공격 마무리 부족으로 애를 태우게 된 것. 지금까지 원톱을 맡았던 박주영(AS 모나코) 조재진(전북)은 대표팀 부진 책임으로 이번 UAE전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다.

UAE전에서는 사상 첫 태극마크를 단 정성훈(부산)과 21세 기대주 신영록(수원)이 치열한 원톱 주전 경쟁을 벌이게 됐다. 특히 타고난 신체 조건(190cm, 84kg)을 자랑하는 정성훈은 전형적인 원톱 체질. 부산 이적 이후 골 넣는 기술이 향상되어 K리그 후반기 8경기서 6골 넣으며 국내 공격수 중 가장 뛰어난 득점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29세의 나이에 불구 국제경기 경험이 부족한 단점이 있지만 황선홍 부산 감독의 조련 속에 무명에서 위기의 허정무호를 구할 원톱으로 떠올랐다.

반면 신영록은 ´영록바´라는 별명 처럼 어느 누구와 만나도 다부진 몸싸움으로 상대팀 수비수를 제압할 수 있는 탄력과 파워가 뛰어나다. 체격(182cm, 72kg)에서는 정성훈에 뒤질지 모르나 공중에서 공을 여유롭게 따내는 제공권 장악 능력과 원톱 패턴 플레이는 신영록이 한 수 위다. 여기에 각급 대표팀 경기를 통해 직접 몸으로 부딪쳤던 국제경기 경험까지 풍부한 것 역시 자신의 장점 중 하나다. 이러한 두 선수를 두고 누굴 원톱으로 내세울지 허정무 감독이 고심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김남일 공백, 조원희냐 송정현이냐

선수는 바뀌어도 항상 같은 전술을 구사했던 허정무 감독의 성향을 놓고 볼 때 UAE전에서는 김남일의 경고 누적 공백과 관계없이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출장할 예정이다. 한 명은 지난달 A매치 2경기서 선발 출장했던 기성용(서울)이 유력하며 다른 한 명은 김남일 공백 메우기를 위해 조원희(수원) 또는 송정현(전남)이 출격할 예정이다.

그동안 허정무호는 김남일의 무게감에 의존하며 꾸준히 전력을 유지했다. 김남일은 수비 상황에서 상대팀 공격 줄기를 차단하는 것은 물론 전방을 향해 송곳 패스를 공급하며 능수능란한 경기 운영을 선보이며 중원을 효율적으로 장악했다. 그러나 김남일이 없는 허정무호는 무용지물이 된다. 허 감독이 지난 3월 북한전 종료 후 "부상으로 교체된 김남일이 빠지면서 전력에 타격이 컸다"며 이날 0-0 무승부의 원인을 김남일의 부재로 꼽았을 정도다.

이러한 김남일의 몫을 조원희와 송정현이 메우게 됐다. 조원희는 ´한국의 가투소´라는 별명 처럼 왕성한 활동반경을 바탕으로 하는 수비력이 뛰어난 선수이며 송정현은 깔끔한 패싱력과 함께 순간적인 공격 가담으로 골까지 넣을 수 있는 공격적인 선수다. 김남일 공백을 안으며 UAE전을 치러햐 하는 허정무 감독은 기성용의 파트너로 두 선수 중에 한 선수를 주전으로 택해야 한다.

돌아온 곽태휘와 이정수, 선발 출격?

UAE전 엔트리에서는 그동안 부상으로 신음했던 곽태휘(전남)와 이정수(수원)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곽태휘는 허벅지 부상으로 6개월 동안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으나 최근 K리그서 최상의 컨디션을 되찾으면서 허정무호에 합류했고 이정수는 당초 예비 엔트리에 끼지 못했으나 지난 5일 대구전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며 UAE전을 앞두고 대표팀에 최종 합류했다.

국내 중앙 수비수중에서 빠른 발을 지닌 곽태휘와 이정수는 허정무호에서 든든한 수비와 강력한 제공권 장악능력으로 이름을 떨친 선수들. 이들을 UAE전에 나란히 선발 출장시킬 경우 베어벡호 시절부터 찰떡궁합 호흡을 과시했던 김진규(서울)와 강민수(전북)가 어쩔 수 없이 벤치를 지켜야만 한다. 감독 입장에서 두 선수를 주전에서 제외 시키기에는 마음이 아플 수 밖에 없는 법. 이정수의 오른쪽 풀백 전환이 가능하나 그 자리엔 오범석(사마라)이 있어 마땅치 않다.

결국 허정무 감독은 UAE전에 나설 중앙 수비수를 가리기 위해 경기 당일까지 선수 컨디션을 파악한 후 결정하는 수 밖에 없다.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 UAE전 승리를 벼르고 있는 허정무 감독의 근심과 고민은 경기 날짜가 다가오면서 더욱 짙어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