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진행되었던 2014 쇼트트랙 세계선수권 남녀 종합 우승자는 모두 한국 출신입니다. 한국 쇼트트랙의 경쟁력이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으나 남자 선수는 현재 한국이 아닌 러시아 국적입니다.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이 세계선수권에서 종합우승을 달성했습니다. 한국 선수 시절까지 포함하여 개인 통산 6번째로 대회 정상에 등극하며 세계선수권 최다우승자가 됐습니다.
안현수는 2003~2007년에 세계선수권 종합 우승자로 이름을 떨쳤습니다. 2006 토리노 올림픽 3관왕까지 포함하여 어쩌면 2000년대 세계 최고의 남자 쇼트트랙 선수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때까지는 한국 대표팀 선수로서 이루어냈던 업적입니다. 그 이후에는 한국에서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2011년 러시아로 귀화했고 2014년에 이르러 다시 세계 최강을 되찾았죠.
[사진=안현수 (C) 러시아 빙상연맹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russkating.ru)]
안현수는 2014년 세계선수권 1000m에서 1위에 올랐습니다. 1분 25초 446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싱키 크네흐트(1분 25초 626, 네덜란드) 박세영(1분 25초 737, 한국)을 제쳤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종합 우승을 달성했던 것도 1000m 1위의 영향이 컸습니다. 그 외 다른 종목에서는 3000m 슈퍼 파이널 3위, 500m-1500m-5000m 계주에서 4위를 기록했는데 남자 부문에서 두 종목 이상 1위를 달성한 선수가 없다보니 안현수가 종합우승을 하게 되었죠.
그래서 안현수는 이번 대회에서 63점을 기록하며 우승자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J.R.셀스키(55점, 미국) 찰스 해믈린(48점, 캐나다) 우 다징(42점, 중국) 박세영(34점, 한국)이 2~5위를 기록했죠. 안현수는 2014 소치 올림픽 3관왕에 이어 세계선수권 우승을 통해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남자 쇼트트랙 선수임을 증명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한국이 아닌 러시아 국적으로서 이루어냈던 업적입니다. 공교롭게도 안현수가 세계선수권 최강자로 등극한지 몇 시간 지나서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전명규 부회장 사퇴 소식이 알려졌습니다. 전명규 전 부회장은 안현수 귀화 논란으로 얽혀있는 인물이죠.
안현수의 세계선수권 No.1 등극과 대조적으로 한국 남자 쇼트트랙은 명예회복에 실패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낸 선수가 없었습니다. 박세영이 1000m와 1500m에서 동메달을 획득했을 뿐이죠. 계주에서는 한국 대표팀이 2위를 기록했습니다. 소치 올림픽 노메달에 비하면 성적이 좋아졌음에도 종합 순위에서는 안현수와 해믈린 같은 세계적인 쇼트트랙 선수들과 대등하거나 능가할 수준의 선수가 없었습니다. 한국 남자 대표팀의 체질개선이 절실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