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간으로 오늘 새벽을 기준으로 SBS 쇼트트랙 생중계를 보다가 김연아 단독 인터뷰가 나오더군요. 김연아가 시상식을 마치고 인터뷰를 하러 카메라 앞에 다가왔는데 방상아 해설위원과 포옹하면서 눈물을 쏟았던 모습이 중계화면에 나왔습니다. 한동안 눈물을 멈추지 않더군요. 그보다 더 안타까웠던 것은 김연아 목에 걸려있던 메달의 색깔은 금색이 아닌 은색이었습니다. 김연아는 은메달을 목에 걸면서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김연아가 소치 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개인전에서 무결점 연기력을 선보였음에도 은메달을 따낸 것이 여전히 믿기지 않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올림픽이 펼쳐졌다면 아마도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심판의 가산점이 짜게 책정되면서 개인전 금메달이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에게 돌아갔습니다. 소트니코바 점수는 홈 어드벤티지 이점을 다분히 얻어낸 경향이 강하죠.
[사진=김연아 은메달에 "동의하십니까?"라는 멘션을 올렸던 미국 NBC 올림픽 전용 트위터 전용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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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언론에서도 김연아 은메달을 믿으려하지 않았습니다. 미국 올림픽 공식 방송사 NBC가 올림픽 전용 트위터 계정을 통해 "김연아가 은메달, 17세 소트니코바가 금메달, (카롤리나) 코스트너가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 결과에 동의하십니까?"라는 멘션을 올리며 피겨 스케이팅 개인전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는 뉘앙스의 반응을 나타냈습니다. NBC 방송에서는 김연아가 백스테이지에서 눈물 흘렸던 모습이 나왔는데 그 장면이 국내 여론의 시선을 끌었습니다. 그녀가 기자회견에서는 은메달 결과에 불만족스럽지 않은 모습을 보였으나 백스테이지에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미국 중서부 지방 신문 시카고트리뷴의 필립 허시라는 기자가 "소트니코바 금메달은 피겨스케이팅 역사상 가장 큰 의문이 될 심사위원 결정에 의해 러시아에 사상 최초 여자 개인전 금메달을 선사했다"고 언급하면서 사라 휴즈를 언급했습니다. 미국 출신의 휴즈는 2002년 솔트레이크 시티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개인전 금메달을 받았던 선수였습니다.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미셸 콴을 제치고 1위에 입상했으나 그 이후의 실적이 좋지 못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올림픽때 반짝했던 인물이었죠.
당시 휴즈와 경쟁했던 콴은 자신의 트위터에 "믿을 수 없다"는 짧은 단어를 표현했습니다. 그 단어 앞에는 김연아 트위터를 뜻하는 문구가 있었죠. 자신과 친분이 있던 김연아가 금메달을 놓친 것을 납득하지 어렵다는 반응을 나타냈던 것이죠. 1984년과 1988년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던 독일의 레전드 카타리나 비트는 독일 ARD에 출연하면서 "소트니코바를 무시할 생각 없으며 훌륭한 연기를 했었다", "김연아가 올림픽 챔피언이 될 것으로 확신했다"고 언급했으나 두 선수의 결과가 나오자 "실망스럽고 화가 난다"는 말을 했습니다.
한편 온라인에서는 김연아 서명운동이 펼쳐졌습니다. 체인지라는 인터넷 청원 사이트에서 어느 누리꾼이 소치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개인전 판정 재심사를 촉구하는 제목의 서명운동을 청원했는데 현재까지 180만 명 넘게 참여했습니다.(22일 오후 2시 14분 기준 187만 명) 지금 추세라면 200만 명을 넘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서명운동을 펼친다고 경기 결과가 달라질지 여부는 확실치 않습니다. 이미 소트니코바의 금메달이 결정되었고 시상식도 펼쳐졌습니다. 그럼에도 김연아의 은메달이 석연치 않다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서명운동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관건은 김연아가 금메달을 되찾느냐 여부입니다. 2002년 솔트레이크 시티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페어 부문에서 캐나다 선수들이 판정 논란에 휩싸이면서 공동 금메달을 받았던 사례가 있었습니다. 그중에 한 명이었던 제이미 살레도 김연아 은메달에 대하여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결과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의 메시지를 올렸습니다. 국내 체육계가 향후 어떻게 대응할지 앞으로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