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원' 조세 무리뉴 감독이 첼시에 복귀했다. 2007년 9월 이후 5년 9개월 만에 친정팀으로 돌아온 것. 특히 첼시와의 계약 기간 4년이 눈길을 끈다. 일반적으로 감독의 계약 기간은 2~3년이 많으며 첼시의 전임 사령탑이었던(임시 감독 제외) 로베르토 디 마테오 전 감독의 계약 기간은 2년이었다. 첼시가 무리뉴 감독에게 4년을 맡긴 것은 그의 능력을 믿고 있다는 뜻이다. 아울러 무리뉴 감독은 지금까지 특정 팀을 4년 동안 지휘한 적이 없었다. 과연 첼시에서 계약 기간을 채울지 주목된다.
무리뉴 감독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는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다. 반드시 유럽을 제패해야 첼시의 감독직을 유지할 명분을 얻는다. 지금까지 첼시에서는 챔피언스리그 우승 실패 및 저조한 성적이 빌미가 되어 경질된 감독들이 있었다. 무리뉴 감독도 2000년대 중반 첼시 사령탑 시절 챔피언스리그 우승이 번번이 좌절되면서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와의 관계가 좋지 못했다. 그 외에 다른 이유들로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와 불편한 사이였으나 최근에는 관계가 진전됐다.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무리뉴 감독을 영입한 것은 구단주 자존심을 어느 정도 내려놓은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제기할 수 있다. 한때 자신과 불화를 겪었던 지도자를 데려온 것이다.
[사진=조세 무리뉴 감독 (C) 첼시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chelseafc.com)]
그러나 무리뉴 감독이 첼시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지 못하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전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에서는 16강 징크스를 극복했으나 세 시즌 연속 4강 진출에 만족했다. 통산 10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원했던 레알 마드리드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일각에서 무리뉴 감독이 레알 마드리드에서 실패했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첼시에서도 똑같은 행보를 나타내면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인내심에 한계를 드러낼 여지가 있다.
무엇보다 무리뉴 감독은 2000년대 중반 첼시를 이끌었던 시절과 앞으로 첼시를 지휘해야 하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과거의 첼시는 프리미어리그의 신흥 강자였다. 비록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실패했으나 2004/05, 2006/07시즌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은 구단의 과거 역사를 떠올려 볼 때 의미있는 성과였다. 그러나 지금의 첼시는 두 시즌 연속 유럽을 제패했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 올 시즌 유로파리그 우승을 달성하며 유럽의 신흥 명문으로 발돋움했다. 첼시 팬들의 눈높이가 2000년대 중반보다 높을 것이다. 이는 무리뉴 감독을 향한 과도한 기대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 당장은 무리뉴 감독이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을 것 같다. 감독이 생존하기 힘든 레알 마드리드에서 세 시즌이나 버텼다. 여론의 중압감을 이겨낼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첼시에서 만족스러운 성과를 보여주지 못할 때가 골치 아프다. 아무리 상대 팀을 압도하는 수준 높은 축구를 할지라도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라는 결과를 보여주지 못하면 자신의 입지가 불안해질 염려가 따른다. 그가 첼시팬들에게 열렬한 사랑을 받았던 요인은 '과정'보다 '결과'가 좋았기 때문이다. 3년 3개월 동안 첼시에서 여섯 번의 우승을 이루었던 것. 그는 첼시에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루어야만 첼시팬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을 수 있다.
무리뉴 감독 복귀의 또 다른 관건은 전술 성향이었다. 과거의 무리뉴 감독은 수비 지향적인 지도자였다. 전형적인 선 수비-후 역습을 통해 지키는 축구를 했던 것. 이 때문에 첼시 경기가 재미없다는 일부 축구팬 반응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반면 레알 마드리드에서는 공격적인 축구에 눈을 뜨게 됐다. 선수들의 유기적인 패스 연결을 통해 중원을 장악하며 다양한 형태로 골을 노리는 전술을 활용했다. 라이벌 FC 바르셀로나전에서는 수비적인 대응을 했으나 상대 팀의 티키타카를 공략하기 위한 맞춤형 전술이었을 뿐이다. 첼시, 인터 밀란을 이끌었던 시절과는 분명 달랐다.
지금의 첼시에서는 공격에 무게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에당 아자르, 후안 마타, 오스카 같은 테크니션들이 팀의 주축이다. 이들이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려면 팀의 전술이 기본적으로 공격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세 명의 테크니션을 활용한 공격 지향적인 축구는 첼시의 강점이자 약점이었다. 상대 팀의 강한 압박을 받으면 첼시의 공격이 원활하게 풀리지 않는다. 원톱 경쟁을 펼치는 페르난도 토레스와 뎀바 바가 최전방에서 볼을 받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원인 중에 하나는 2선의 지원이 꾸준하지 못했다. 무리뉴 감독이 첼시의 공격 형태와 팀 컬러, 심지어 포메이션까지 바꿀지 앞으로를 지켜봐야 한다.
또 하나의 관심사는 다음 시즌 첼시의 원톱이 누구냐는 것이다. 토레스와 뎀바 바는 지금까지 불합격이었다. 특히 뎀바 바는 첼시의 일원이 된지 반 시즌 되었으나 디디에 드록바(현 갈라타사라이)처럼 파워풀한 공격수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당초 기대치에 비하면 허전함을 감출 수 없다. 그럼에도 다음 시즌 첼시에 남을 것은 분명하다. 만약 무리뉴 감독이 토레스를 믿으면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외부 공격수를 영입하지 않을 수도 있다. 드록바와 성향이 비슷한 로멜루 루카쿠가 임대에서 복귀하기 때문. 세 명의 공격수가 다음 시즌 팀의 원톱을 놓고 경쟁을 벌일 수 있다. 무리뉴 감독이 원톱으로 누구를 택할지 아니면 레알 마드리드 시절처럼 로테이션을 활용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