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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손흥민 레버쿠젠 이적, 나쁘지 않은 이유

 

'손세이셔널' 손흥민(21)의 차기 행선지가 레버쿠젠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다. 독일 축구 전문지 <키커>가 현지 시간으로 5일 손흥민의 레버쿠젠 이적설을 제기한 것. 예상 이적료는 1000만 유로(약 145억 원)를 언급했으며, 손흥민이 레버쿠젠으로 이적하면 첼시로 떠날 안드레 쉬를레를 대체하여 왼쪽 윙 포워드로 나설 것이 유력하다. 쉬를레는 최근 첼시 이적설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키커는 독일에서 신뢰도가 높은 언론사로 유명하다. 단순한 이적설을 전하는 언론사와는 차원이 다르다. 손흥민의 레버쿠젠 이적 확률이 높아졌다고 판단해도 될 듯하다. 차기 행선지가 갑작스럽게 바뀔 가능성도 있다. 다른 클럽에 의해 하이재킹되거나 레버쿠젠이 함부르크가 원하는 수준의 이적료를 지불하지 못하는 시나리오를 염두해야 한다. 특히 전자는 그동안 손흥민에게 관심만 나타냈던 팀이 레버쿠젠보다 더 많은 이적료를 함부르크에 제시하는 경우다. 손흥민을 즉시 전력감으로 원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 팀이 있을지는 앞으로의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불과 얼마전까지 손흥민 차기 행선지의 유력한 후보로 꼽혔던 팀은 도르트문트였다. 에이스였던 마리오 괴체가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났으며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는 잔류보다 이적에 무게감이 실린다. 손흥민이 두 선수의 대체자로 물망에 올랐다. 그러나 도르트문트가 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달성한 이후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레반도프스키-괴체 대체자로서 에딘 제코(맨체스터 시티) 학손 마르티네스(FC 포르투) 크리스티안 벤테케(애스턴 빌라) 케빈 데 브루잉(베르더 브레멘) 크리스티안 에릭센(아약스)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도르트문트는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와 분데스리가 우승을 위해 유럽 무대에서 검증된 스타가 필요하다. 올 시즌 트레블을 달성했던 라이벌 바이에른 뮌헨의 아성을 넘기 위해 현재보다 더 강한 스쿼드를 구성해야 한다. 백업 자원이 취약한 문제점도 극복해야 한다. 다음 시즌 더블 스쿼드 구축을 위해 로테이션 멤버를 확보하는데 안간힘을 쏟을수도 있다. 손흥민이 도르트문트에서 붙박이 주전으로 나설지 확신하기 어렵다. 또한 손흥민은 도르트문트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클롭 감독은 선수들에게 투지 넘치는 움직임을 주문하는 편. 은근히 부상이 잦았던 손흥민의 도르트문트 이적은 호불호가 엇갈린다.

 

손흥민의 레버쿠젠 이적도 불안 요소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레버쿠젠은 올 시즌 분데스리가 3위를 기록했으나 분데스리가 우승 경력이 없다. 준우승만 5회다. 챔피언스리그 단골 진출팀도 아니다. 2001/02시즌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이루었으나 11년 전 과거일 뿐이다. 독일 내에서 빅 클럽인 것은 분명하나 바이에른 뮌헨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같은 유럽 무대에서 명성을 떨치는 빅 클럽에 비하면 규모와 명성이 약하다. 손흥민이 레버쿠젠에서 주요 대회 우승의 꿈을 이룰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그러나 손흥민이 쉬를레 대체자라면 레버쿠젠에서 붙박이 주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 레버쿠젠은 쉬를레-키슬링-카스트로 같은 공격수들의 스위칭이 활발한 특징이 있다. 손흥민은 공격수 외에 좌우 윙어와 공격형 미드필더를 골고루 소화하는 멀티 플레이어로서 스위칭에 적응할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분데스리가 득점왕(34경기 25골)을 달성했던 키슬링과의 공존 여부도 기대된다. 키슬링은 191cm 장신 공격수로서 상대 수비를 위협하는 타겟맨이며, 올 시즌 분데스리가 7도움을 기록할 만큼 동료 선수들의 골 기회까지 도와주는 만능적인 활약이 장점이다. 손흥민의 골 생산을 도와줄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이 레버쿠젠에서 원톱 또는 중앙 공격수로 뛸 수 없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레버쿠젠은 쉬를레 첼시행이 유력한 상황에서 키슬링마저 놓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다음 시즌 투톱을 활용하지 않는 전제라면 손흥민의 왼쪽 측면 배치가 유력하다. 하지만 쉬를레가 올 시즌 분데스리가 34경기에서 11골 7도움 기록했다는 점에서 손흥민의 두 자릿수 득점을 기대할 수 있다. 공격 자원들의 위치 변경이 잦은 만큼 손흥민이 자신의 장점인 중앙 침투를 활용할 기회가 많을 것이다.

 

또한 손흥민은 레버쿠젠 이적을 통해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밟게 된다. 그동안 분데스리가에서 갈고 닦았던 실력을 유럽 대항전에서 마음껏 발휘해야 자신의 명성을 크게 떨칠 수 있다. 내년 6월 브라질에서 개최되는 월드컵에 대한 부담도 덜었다. 만약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했다면 새로운 리그와 언어, 날씨, 문화에 적응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된다. 한국 대표팀과 프리미어리그 소속팀에서 주전 경쟁에 시달려야 하는 상황. 마음 놓고 뛰기 힘들었을 것이다. 손흥민의 레버쿠젠 이적은 나쁘지 않은 시나리오다.

 

레버쿠젠은 '한국 축구의 전설' 차범근 현 SBS 해설위원이 현역 선수 시절에 몸담았던 팀으로 알려져 있다. 차범근 해설위원은 프랑크푸르트에 이어 레버쿠젠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현지 축구팬들에게 강렬한 존재감을 심어줬다. 1987/88시즌에는 레버쿠젠의 UEFA컵(지금의 유로파리그) 우승 멤버로 이름을 떨쳤다. 손흥민의 레버쿠젠 이적설은 차범근 해설위원을 떠올리기 쉽다. 만약 이적이 성사되면 차범근 해설위의 현역 시절처럼 유럽과 독일 무대를 빛낼지 앞으로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