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사랑받는 선수는 아마도 스페인 국적의 인물이 아닐까 싶다. 후안 마타(첼시) 다비드 실바(맨체스터 시티) 산티 카솔라, 미켈 아르테타(이상 아스널) 등 스페인 선수들이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 시대를 열었다. 2012/13시즌에는 미구엘 미추(스완지 시티)가 프리미어리그에 성공적으로 데뷔했으며 다비드 데 헤아(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물 오른 성장세에 힘입어 소속팀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공헌했다.
스페인 출신 감독도 우승을 달성했다. 라파엘 베니테즈 전 첼시 감독(현 나폴리)과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위건 감독은 각각 소속팀의 유로파리그, FA컵 정상 등극을 이루게 했다. 스완지 시티의 캐피털 원 컵 우승을 지휘했던 미카엘 라우드럽 감독은 덴마크 국적이지만 현역 선수 시절 스페인 무대를 화려하게 빛냈다.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도 새로운 스페인 선수가 등장할 예정이다. 가장 눈길을 끌어모으는 선수는 다비드 비야(FC 바르셀로나)다. 소속팀 바르셀로나의 네이마르 영입에 의해 주전을 보장받을 수 없게 됐다. 부상 복귀 후 로테이션 멤버로 분류되면서 프리미어리그 이적설이 제기되었으며 최근에도 줄기차게 거론되는 상황이다. 특히 득점력이 예전같지 않다. 올 시즌 프리메라리가 27경기에서 9골 기록했으나 두 시즌 연속 한 자릿수 득점에 머물렀다. 지난 시즌에는 부상으로 후반기를 통째로 날렸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지만 복귀 후의 스탯이 좋지 못했다. 불규칙한 출전 시간과 리오넬 메시를 도와야 하는 팀 내 역할이 득점력 저하로 이어졌다.
비야에게 프리미어리그 진출은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정확히 1년 뒤에 펼쳐질 브라질 월드컵에서 스페인 대표팀 주전으로 활약하기 위해 소속팀에서 많은 출전 시간을 보장 받아야 한다. 바르셀로나에 잔류하며 네이마르-산체스-페드로와 좌우 윙 포워드 경쟁을 펼치는 현 상황이라면 스페인 대표팀 입지를 걱정해야 한다. 원톱과 2선 미드필더 자원이 즐비한 스페인 대표팀 특성상 소속팀에서 강렬한 모습을 보여줘야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의 눈도장을 받는다. 현재 비야에 관심있는 팀은 아스널, 토트넘, 리버풀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야의 동료' 세스크 파브레가스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적설에 휩싸였다. 바르셀로나에서 아스널 시절의 활약상을 재현하지 못한 영향이 크다. 현시점에서 파브레가스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적 가능성은 낮다. 그가 친정팀으로 돌아간 이유는 바르셀로나가 사비 에르난데스의 잠재적 대체자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파브레가스 영입이 부담스럽다. 파브레가스가 2년 전 친정팀으로 건너갔을 당시에는 '파브레가스가 팀을 떠나면 이적료 절반은 아스널의 몫이다'는 계약 조건과 더불어 바이백 조항까지 삽입됐다. 그러나 최근 이적시장에서 예측 불허의 상황이 연출되었다는 점에서 파브레가스의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비야-파브레가스와 같은 팀에서 뛰고 있는 티아고 알칸타라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적설은 파브레가스에 비하면 그나마 현실성이 있다. 팀에서 꾸준한 선발 출전 기회를 보장받지 못했다. 반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고질적으로 중원이 취약했다. 그나마 올 시즌에는 마이클 캐릭의 분전에 의해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이 되었으나 챔피언스리그에서는 16강 진출에 만족했다. 중원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 중의 하나로 알칸타라 영입이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바르셀로나가 알칸타라 이적을 허용할지는 알 수 없다.
'말라가 에이스' 이스코는 맨체스터 시티 이적에 무게감이 실린다. 말라가가 재정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주축 선수를 다른 팀에 팔아야하며 이적료가 비쌀 것으로 예상되는 이스코와의 작별이 불가피하다. 이스코는 왼쪽 윙어와 공격형 미드필더를 소화하는 1992년생 테크니션이며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말라가의 8강 진출을 이끌었다. 맨체스터 시티와 계약하면 왼쪽 윙어를 놓고 사미르 나스리와 주전 경쟁을 펼칠 것이다. 최근에는 레알 마드리드의 영입 관심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말라가를 떠나면 많은 이적료를 기록할 수도 있다.
헤수스 나바스(세비야)의 차기 행선지도 맨체스터 시티로 거론되고 있다. 빼어난 드리블과 날카로운 크로스를 자랑하는 이타적인 윙어이며 테크니션들이 즐비한 맨체스터 시티 공격의 퀄리티를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맨체스터 시티가 이스코-나바스 동시 영입에 성공하면 4-2-3-1 포메이션을 활용한다는 전제하에 이스코-실바-나바스를 2선 미드필더로 구축할 수 있다. 원톱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세르히오 아궤로는 과거 프리메라리가를 빛냈던 인물이다. 맨체스터 시티의 새로운 사령탑은 칠레 국적이자 9년 동안 프리메라리가에 몸 담았던 마누엘 페예그리니 말라가 감독이 유력하다. '스페인 커넥션'으로 다음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 탈환을 노리겠다는 각오다.
'박주영 동료' 이아고 아스파스(셀타 비고)는 프리미어리그 진출이 예상된다. 그동안 첼시와 스완지 시티 이적설로 주목을 끌었으며 최근에는 리버풀의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레알 마드리드 이적설이 불거진 루이스 수아레스의 거취가 불투명하면서 아스파스가 수아레스 대체자로 떠오르게 됐다. 그는 올 시즌 프리메라리가 33경기에서 12골 6도움 기록했으며 만약 소속팀이 강등되면 이적이 유력하다. 셀타 비고의 현재 성적은 18위. 만약 셀타 비고가 극적으로 잔류해도 아스파스는 소속팀을 떠날 수도 있다.
스완지 시티는 호세 카냐스(레알 베티스)의 자유계약 영입을 앞두고 있다. 카냐스는 지난 1월부터 스완지 시티 이적설이 나돌았으며 이번 달에 소속팀과 계약이 만료된다. 볼을 가로채는 능력이 뛰어난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기성용의 공격력을 도와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음 시즌 유로파리그를 병행하는 스완지 시티에게 카냐스는 필요한 자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