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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한국 축구, 분데스리가 진출에 눈을 돌려라

 

축구팬들에게 주말하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였다. 박지성과 이영표, 이청용 같은 전현직 프리미어리그 선수들의 활약상을 지켜보며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게 됐다. 하지만 이번 주말은 달랐다. 박지성과 이청용이 출전했던 잉글리시 FA컵 4라운드는 현지 사정상 국내에서 생중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두 선수가 소속된 퀸즈 파크 레인저스와 볼턴은 FA컵에서 탈락했다.

많은 축구팬들의 시선은 독일 분데스리가에 집중됐다. 아우크스부르크에서 활약중인 '지구 특공대' 지동원과 구자철은 지난 26일 샬케04전에 동반 선발 출전하며 좋은 경기력을 과시했다. 19세 유망주 박정빈은 퓌르트 임대 후 2경기 연속 출전하며 분데스리가 경험을 쌓고 있다. 27일에는 함부르크의 에이스 손흥민이 '북독 더비' 베르더 브레멘전에서 1골 1도움 기록하며 팀의 3-2 승리를 이끌었다. 전반 23분에 작렬했던 시즌 7호골은 팬들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네 명 모두 한국 축구를 빛낼 젊은 기대주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유럽 진출, 프리미어리그가 정답이 아니다

한국 축구는 그동안 프리미어리그 진출이 활발했다. 최근에는 윤석영이 퀸즈 파크 레인저스 입단을 앞두고 있는 상황. 이 같은 영향 때문인지 국내에서 프리미어리그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대중적 관점에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독일 분데스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 같은 또 다른 유럽 빅 리그들의 존재감이 약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프리메라리가와 세리에A에서 뚜렷하게 성공했던 한국인 선수가 없었으며(박주영 논외) 진출 또한 활발하지 못했다. 최근 분데스리가에 도전장을 내민 한국인 영건이 늘어나는 추세이나 지금까지는 유럽파들이 잉글랜드쪽으로 몰렸다고 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프리미어리그는 유럽 최고의 리그라는 인식이 강하다. 비록 프리미어리그가 최근 유럽축구연맹(UEFA) 국가 랭킹 2위로 밀렸고(1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얼마전 국제축구연맹(FIFA)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공개된 2012년 베스트 11에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하는 굴욕을 겪었지만(UEFA 베스트 11도 마찬가지였다.) 여전히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적어도 국내에서는 프리미어리그를 향한 인기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며, 다수의 한국 축구 유망주들은 프리미어리그 진출을 목표로 할 것이다.

하지만 분데스리가의 성장을 무시하지 않을 수 없다. UEFA 국가 랭킹에서 75.043점을 기록하며 스페인(84.168점) 잉글랜드(77.677점)에 이어 3위를 기록중이다. 올 시즌 국가 랭킹에서는 2위(13.357점)에 오르며 잉글랜드를 3위(11.142점)로 따돌렸다. 앞으로 남은 UEFA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 토너먼트에서 선전할 경우 잉글랜드와의 격차를 좁힐 수 있다.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에 참가했던 분데스리가 7개 클럽 모두 토너먼트에 진출한 것이 UEFA 국가 랭킹 경쟁력을 높였던 계기가 됐다. 이 같은 추세라면 분데스리가는 프리미어리그를 압도할지 모른다.

아직까지는 분데스리가보다 프리미어리그가 강세다. 만약 분데스리가가 우세했다면 카가와 신지(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루카스 포돌스키(아스널) 마르코 마린(첼시)이 지난해 여름에 프리미어리그 빅 클럽으로 이적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분데스리가의 질주가 끊임없이 계속되고 스타급 선수와 감독을 등장시킬 경우 유럽 축구의 판도는 달라질 것이다. 얼마전 호셉 과르디올라 전 FC 바르셀로나 감독의 바이에른 뮌헨행이 성사된 것도 분데스리가의 성장과 밀접하다.

분데스리가는 불과 몇시즌 전까지 유럽 3대리그에 포함되지 못했다. 하지만 2006년 독일 월드컵을 기점으로 경기장 인프라가 개선되었고, 유럽에서 손꼽히는 관중 운집 능력을 자랑하며, 우수한 유망주들을 다수 배출했고, 8시즌 연속 흑자를 거두면서 다수의 클럽들이 흑자 경영을 이루는 등 재정적으로 안정되었으며, 유럽 대항전에서 두각을 떨치게 됐다. 이 같은 오름세에 의해 이탈리아 세리에A를 따돌리고 유럽 3대 리그로 발돋움했으며 이제는 프리미어리그와 프리메라리가를 넘어 유럽 최고의 리그를 넘보게 됐다.

한국 축구 입장에서 분데스리가의 발전은 반가운 일이다. 분데스리가에서 두각을 떨치는 한국인 선수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까지 함부르크의 백업 멤버였으나 올 시즌 팀의 주축 선수로 떠올랐으며, 구자철은 아우크스부르크의 에이스로 거듭났다. 지동원도 아우크스부르크에 임대되면서 우수한 경기력을 과시했다. 아직 2경기 치렀을 뿐이나 팀의 새로운 활력소로 떠올랐다. 근래 분데스리가에는 일본인 선수들의 진출이 활발했으나 한국인 영건들이 실력을 인정받는 추세다. 분데스리가의 팽창을 놓고 볼 때 한국 축구가 유럽 무대에서 경쟁력을 높였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아울러 유럽 진출을 꿈꾸는 선수들이 프리미어리그 진출을 고집할 필요 없게 됐다. 분데스리가 진출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반드시 분데스리가에 진출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분데스리가도 프리미어리그 못지 않은 리그다. 아직은 한국 축구팬들의 눈길을 끌만한 스토리텔링이 프리미어리그에 비해 풍부하지 않으나, 손흥민-구자철-지동원의 물 오른 활약이 계속될 경우 주말에 분데스리가를 보는 축구팬들이 늘어날 것이다. 이러한 추세라면 분데스리가 클럽들이 새로운 한국인 선수 영입에 관심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한국 축구로서는 유럽파를 늘리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