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즈 파크 레인저스(이하 QPR)가 프리미어리그 디펜딩 챔피언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를 상대로 승점 1점을 따냈다. 한국 시간으로 30일 오전 4시 45분 로프터스 로드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12/13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4라운드 맨시티전에서 0-0으로 비겼다. 지난 3일 첼시전 1-0 승리, 12일 토트넘전 0-0 무승부에 이어 맨시티전까지 비기면서 강팀에게 지지 않는 면모를 보였다. 이날 무승부로 승점 16점(2승10무12패)을 기록하면서 19위 위건을 승점 3점 차이로 추격했으며 맨시티는 2위를 유지했다.
QPR의 무승부는 골키퍼 줄리우 세자르의 공이 컸다. 세자르는 슈퍼 세이브 4개를 기록하며 결정적인 순간마다 팀을 구했다. 그의 원맨쇼 덕분에 QPR은 점유율 31-69(%) 슈팅 6-17(유효 슈팅 1-4, 개)의 열세 속에서 승점 1점이라도 획득했다. 박지성은 후반 44분에 교체 투입했다.
[전반전] QPR, 그라네로 부진이 옥의 티
QPR은 예상과 달리 경기 초반부터 공세를 펼쳤다. 맨시티가 선수들의 무게 중심을 낮추면서 QPR 미드필더들의 움직임이 앞쪽으로 쏠리게 됐다. 좌우 윙어를 맡은 타랍과 파비우가 드리블 돌파를 통해 공격 기회를 노렸으나 허리에서 패스 미스가 속출하면서 맨시티에게 공격권을 내주는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원정팀 맨시티는 무리하지 않았다. 전반 초반 QPR 전력을 탐색하는 시간을 보낸 뒤 중반에 접어들자 QPR 진영에서 볼을 주고 받는 경우가 많아졌다. QPR의 패스 게임이 원활하지 못하면서 자연스럽게 경기 주도권을 쥐게 됐다.
맨시티는 전반 20분 점유율에서 69-31(%)로 앞섰다. 배리-밀너 더블 볼란테 조합이 그라네로 봉쇄에 성공했으며 타랍-파비우 같은 QPR 윙어들이 중앙으로 침투할 공간을 커버링하며 상대팀 공격을 차단했다. 실바-클리시가 호흡을 맞췄던 왼쪽 측면 공격은 어느 때보다 활기찼다. 전반 20분에는 사발레타가 박스 중앙에서 실바의 왼쪽 크로스를 헤딩 슈팅으로 받아냈으나 볼은 크로스바를 강타했다. 2분 뒤에는 가르시아가 QPR 진영으로 올라오면서 오른발 중거리 슈팅을 날렸다. 두 명의 수비수가 공격에 가세할 정도로 맨시티는 선제골을 의식했다.
반면 QPR은 타랍-그라네로-파비우로 짜인 2선 미드필더들의 호흡이 어긋났다. 특히 그라네로는 전반 31분까지 볼 터치(31회)와 패스(23개)에서 팀 내 1위를 기록했으나 패스 성공률 74%에 그쳤으며 몇차례 볼을 빼앗겼다. 혼자의 힘으로는 배리-밀너를 공략하기 힘들었다. 타랍이 상대 진영에서 동료를 활용한 움직임이 부족했고 파비우는 실바를 의식한듯 수비적인 움직임이 많아지면서 그라네로가 고전하게 됐다. 이러한 2선의 침체 속에 레미는 최전방에서 고립됐다. 전반 39분에는 타랍이 역습 상황에서 클리시를 앞에 두고 왼발 슈팅을 날렸으나 맨시티 골키퍼 하트 선방에 막혔다.
다만, 수비 집중력은 맨시티 공격력보다 돋보였다. 음비아-데리 더블 볼란치를 중심으로 허리에서 강력한 압박을 펼치면서 힐-넬슨 센터백 조합이 아궤로-테베스를 막는데 초점을 맞췄다. 그 중에 넬슨은 전반 45분 동안 태클(3개)과 인터셉트(6개)에서 팀 내 1위를 기록했다. 파비우는 수비쪽으로 자주 내려오면서 오누오하와 함께 맨시티 왼쪽 공격을 차단하는데 주력했다.(그러나 공격력이 좋지 못했다.) 전반 42분에는 골키퍼 세자르가 배리의 왼발 슈팅을 손으로 펀칭하면서 실점 위기를 넘겼다. QPR은 전반전을 0-0으로 마무리했다.
[후반전] QPR 무승부, 박지성 후반 44분 교체 투입 아쉽다
맨시티는 7:3의 점유율 우세와 달리 공격이 자주 끊겼다. 아궤로-테베스가 집중 견제를 받으면서 공격 활로를 개척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주말 FA컵 4라운드 스토크 시티 원정에서 후반 39분 사발레타가 첫 골이자 결승골을 넣기 이전까지 고전한 것을 되풀이하게 됐다. 후반 6분에는 나스리와 테베스가 왼쪽 측면으로 이동하면서 동료와 패스를 주고 받았으나 배리의 패스가 차단되면서 공격이 무산됐다. 밀너는 패스의 강약 조절이 부족했다. 배리-밀너 조합은 딱히 수비력이 나쁘지 않았으나 공격시 동료와의 호흡이 어긋났다. 야야 투레의 공백을 이겨내지 못했다.
만치니 감독은 후반 13분 제코를 조커로 내세우는 전술 변화를 시도했다. 제코를 최전방에 놓고 아궤로-테베스가 뒷쪽에서 공격을 지원하면서 4-3-3으로 전환했다. 후방에서는 제코쪽을 향해 롱패스를 날리며 공중볼을 활용한 공격 기회를 노렸다. 하지만 세컨 볼에 대처하는 나머지 선수들의 움직임이 미흡하자 낮은 패스 위주의 공격으로 바꿨다. 후반 21분에는 제코가 박스 중앙에서 밀러의 킬러 패스를 받아내지 못했으며, 3분 뒤에는 실바가 왼쪽 공간에서 동료 선수와 원투 패스를 주고 받은 뒤 슈팅을 날렸으나 세자르 선방에 막혔다.
QPR의 밀집 수비는 견고했으나 역습이 드물었다. 전방쪽으로 과감히 종패스를 찔러주고 받아내는 약속된 움직임이 저조했으며, 타랍 이외에는 개인 기술로 맨시티 선수를 제끼는 선수가 보이지 않았다. 공격이 점점 풀리지 않자 수비에 집중하는 분위기였다. 후반 38분에는 세자르가 실바의 왼발 슈팅을 막아내면서 실점 위기를 넘겼다. 후반 43분까지 점유율에서 27-73(%)로 밀렸으나 0-0 스코어를 지켜냈다. 후반 44분에는 박지성이 그라네로를 대신해서 팀의 첫번째 조커로 나섰다. 2분 뒤에는 자모라-파울린이 교체로 투입됐다. 경기는 0-0으로 끝났다.
이날 경기는 박지성을 향한 레드냅 감독의 의중을 엿볼 수 있었다. 박지성은 타랍-음비아-그라네로-데리-파비우와의 주전 경쟁에서 밀려날 인물이 아니다. 애초부터 레드냅 감독의 깊은 신뢰를 받았다면 맨시티전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선발 투입되었을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레드냅 감독과의 관계가 좋지 못하면서 팀 내 입지가 위축됐다. 맨시티전 후반 44분 교체 투입이 상징적 의미가 되고 말았다. 주말 경기를 감안할 때 로테이션 성격이 없지 않지만 QPR은 빅 클럽처럼 선수층이 두껍지 않다. 과연 박지성은 1월 이적시장이 끝난 뒤에도 QPR 유니폼을 입고 있을까?
-QPRvs맨시티, 출전 선수 명단
QPR(4-2-3-1) : 세자르/트라오레-힐-넬슨-오누오하/음비아(후반 46분 음비아)-데리/타랍-그라네로(후반 44분 박지성)-파비우/레미(후반 46분 자모라)
맨시티(4-2-3-1) : 하트/클리시-레스콧-가르시아-사발레타/배리-밀너(후반 41분 싱클레어)/실바-테베스(후반 28분 로드웰)-나스리(후반 13분 제코)/아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