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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19세 바란, 엘 클라시코 더비 빛냈다

 

'엘 클라시코 더비'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과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의 맞대결이 무승부로 끝났다. 한국 시간으로 31일 오전 5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진행된 2012/13시즌 스페인 국왕컵 4강 1차전에서 1-1로 비겼다. 후반 5분 바르사의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선제골을 넣었으며 후반 36분에는 레알의 19세 유망주 라파엘 바란이 동점골을 터뜨렸다. 4강 2차전은 2월 27일 캄 노우에서 펼쳐진다.

이번 엘 클라시코 더비에서는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득점이 없었지만 바란의 활약이 눈부셨다. 레알에 귀중한 동점골을 선사한데다 팀의 실점 위기때마다 볼을 걷어내거나 바르사 선수의 공격을 차단하며 센터백 임무를 성공적으로 소화했다. 세르히오 라모스, 페페의 공백을 메우면서 레알의 전력 약화를 최소화 시켰다.

레알이 주도권 잡았던 전반전, 그러나 골을 넣지 못했다

경기 초반에는 레알 선수들의 무게 중심이 앞쪽으로 쏠린 것이 특징이다. 바르사 진영에서 볼을 소유하면서 공격을 펼칠 시간이 제법 많았으며, 수비시 포어체킹을 펼치면서 바르사 공격 템포를 늦추거나 그들의 패스를 차단하는데 주력했다.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넣겠다는 의도. 바르사를 상대로 기선 제압에 성공하면서 남은 시간 동안 유리한 경기 흐름을 이어갈 필요가 있었다. 원정 다득점 원칙이 적용되는 대회 특성상 바르사에게 실점하지 않는 것도 중요했다.

이 때문에 바르사는 이니에스타-파브레가스-사비-페드로가 평소와 달리 공격에 관여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전반 16분과 17분에는 파브레가스와 이니에스타가 몸싸움 과정에서 넘어지는 장면이 있었다. 레알이 포어체킹을 펼치지 않을 때는 지공을 통해 점유율을 늘리려 했으나 상대팀이 포백과 더블 볼란테의 폭을 좁혀 압박하자 문전 침투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전반 20분에는 사비의 왼쪽 프리킥이 골대를 맞췄고, 3분 뒤에는 파브레가스가 카르발류의 백패스를 가로챈 이후에 사비가 슈팅을 날렸으나 바란이 볼을 걷어내면서 선제골이 무산됐다. 레알로서는 아찔했던 장면이었다.

레알은 전반 초반에 이어 중반에도 주도권을 잡았다. 이번에는 중장거리 패스 시도를 늘리면서 기습적인 골 기회를 노렸다. 바르사 윙 포워드와 미드필더들의 움직임이 앞쪽으로 빠지는 틈을 노려 긴패스에 의한 드리블 돌파를 시도했던 것. 전반 33분에는 에시엔이 오버래핑을 펼치면서 알바를 상대로 코너킥을 유도하는 장면이 있었다. 에시엔은 그 이전인 29분 메시가 왼쪽 공간으로 쇄도하자 어깨 싸움을 펼치면서 공격을 막아냈다.

반면 메시는 제한적인 경기를 펼쳤다. 바르사가 중원 싸움에서 레알에게 밀리자 후방의 지원을 받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때때로 2선으로 내려가 볼을 받으려 했으나 레알의 견고한 압박에 시달려야 했다. 바르사는 레알과의 점유율에서 앞섰으나 상대팀에 비해 동료와 볼을 주고 받는 시간이 많았을 뿐 우세한 경기를 펼쳤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레알은 전반전에 골을 넣지 못했다. 슈팅 4-4(유효 슈팅 2-1, 개) 점유율 36-64(%)로 밀렸으나 경기 흐름에서는 바르사를 몰아치는 분위기였다. 그럼에도 골을 넣지 못했다는 것은 전반전 경기 운영에 아쉬움이 있었다는 뜻이다. 호날두가 왼쪽 측면에서 상대팀 선수들의 끈질긴 견제를 받으면서 반대쪽 측면에 있는 카예혼이 분발할 필요가 있었으나 폼이 안좋았다. 원톱 벤제마도 임펙트가 부족했다. 바르사는 비교적 선방했다. 레알의 포어체킹에 고전했으나 원정팀으로서 무실점으로 전반전을 마친 것 자체가 의미있다. 하지만 후반전에는 골을 넣으려는 전략이 필요했다.

파브레가스 선제골, 바란 동점골...1-1 무승부

바르사는 후반 5분 파브레가스 골에 의해 1-0으로 앞섰다. 박스 오른쪽에서 메시가 뒷쪽에서 찔러준 패스를 받아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얻었다. 골을 넣겠다는 집념과 침착함이 돋보였다. 레알은 카예혼의 수비 움직임이 매끄럽지 못한 것이 오프사이드 유도 실패로 이어지면서 뼈아픈 실점을 허용하게 됐다. 50분 동안 경기 흐름을 주도했으나 오히려 먼저 골을 내주면서 남은 시간 공격에 올인해야 하는 부담감에 놓였다. 점유율 열세, 공격 옵션들의 침체 속에서 동점골을 넣기가 쉽지 않았다.

레알은 후반 12분 카예혼을 빼고 모드리치를 교체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외질은 오른쪽 측면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박스 쪽에서 몇차례 패스가 끊기면서 동점골 기회를 놓쳤다. 후반 18분에는 이과인이 벤제마 대신에 최전방을 맡으면서 골을 넣어야 하는 임무를 맡게 됐다. 후반 20분까지의 파울 숫자에서는 레알이 15-1(개)로 많았다. 바르사가 65분 동안 파울이 1개에 불과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상대팀 공격을 끊기 위해 무리한 동작을 취하기보다는 3선의 폭을 좁혀 압박의 세기를 높였다. 레알 선수들의 박스 안쪽 침투를 쉽게 허용하지 않았던 배경.

바르사에게 아쉬웠던 장면도 있었다. 후반 24분 파브레가스, 28분 페드로가 오른쪽 침투에 이은 슈팅을 날렸으나 볼이 골대 안쪽으로 향하지 못했다. 한 장면이라도 득점으로 이어졌다면 2차전에서 최소 2실점을 허용하지 않는 이상 대회 결승 진출에 가까워졌을지 모를 일이었다. 그럼에도 레알에게 동점골이 필요한 상황에서 기습적인 득점 기회를 창출하며 상대팀 선수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메시는 후반 34분 두 차례 골 기회를 노리기도 했다.

레알의 동점골 갈증은 후반 36분에 풀렸다. 바란이 박스 중앙에서 외질의 오른쪽 크로스를 헤딩 슈팅으로 받아내면서 스코어를 1-1로 만들었다. 피케-파브레가스와의 헤딩 경합에서 이긴 것. 2분 전 수비 상황에서는 메시의 드리블 돌파를 직접 끊었다. 19세의 어린 선수 답지 않게 공수 양면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레알을 위기에서 구했다. 그 이후 공방전을 펼친 두 팀은 1-1 무승부를 기록하며 2차전에서 결승 진출을 다투게 됐다.

-레알vs바르사, 출전 선수 명단-

레알(4-2-3-1) : 로페스/아르벨로아-카르발류-바란-에시엔/알론소-케디라/호날두-외질-카예혼(후반 12분 모드리치)/벤제마(후반 18분 이과인)
바르사(4-3-3) : 핀토/알바-푸욜-피케-알베스/파브레가스(후반 39분 티아고)-부스케츠-사비/이니에스타-메시-페드로(후반 30분 알렉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