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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QPR, 박지성 없었으면 토트넘전 패했다

 

퀸즈 파크 레인저스(이하 QPR)가 강호 토트넘을 상대로 무실점에 성공했으나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한국 시간으로 12일 오후 9시 45분 로프터스 로드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12/13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2라운드 토트넘전에서 0-0으로 비겼다. 승점 13점에서 14점(2승8무12패)으로 올랐으나 19위 레딩(승점 16, 3승7무12패)이 웨스트 브로미치를 3-2로 제압하면서 두 팀의 승점 차이가 2점으로 벌어졌다. QPR은 여전히 꼴찌를 면치 못했다. 박지성은 2경기 연속 풀타임 선발 출전했다.

QPR 후반전 슈팅 0개, 타랍의 한계 드러나다

QPR은 토트넘전에서 타랍을 중앙 공격수로 올리는 4-3-3 포메이션을 활용했다. 실질적으로는 라이트-필립스, 마키 같은 윙 포워드들이 수비에 적극 가담하면서 4-3-2-1 또는 4-1-4-1 형태의 포메이션으로 변형됐다. 팀에 믿음직한 공격수가 없다보니 타랍이 원톱으로 나서게 됐다.

승점 3점이 절실했던 QPR은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쳤다. 슈팅 4-18(유효 슈팅 0-7, 개) 점유율 38-62(%)의 수치만을 놓고 보면 얼마전 첼시 원정에서 완승했던 스완지 시티처럼 극단적인 수비를 취한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는 '수비 6:공격 4'의 비율로 토트넘을 상대했다. 탄탄한 수비진 구축에 비해서 공격 기회를 허무하게 날리는 경우가 많았다. 잦은 패스미스와 윙어들의 임펙트 부족, 타랍의 미숙한 볼 솜씨 등에 이르기까지 경기를 주도할 힘이 부족했다. 이 때문에 토트넘에게 공격 기회가 많이 찾아왔고 박지성-음비아의 수비적인 역할에 의지할 수 밖에 없었다.

타랍을 중심으로 내세운 QPR 공격 전술은 전반 중반까지 성공을 거두는 듯 했다. 타랍은 전반 11분과 13분에 걸쳐 직접 2선으로 내려오면서 동료들과 연계 플레이를 펼쳤다. 전반 21분까지는 타랍이 팀 내에서 가장 패스가 많았다.(15개, 패스 성공률 87%) 다른 팀 이었다면 수비수 또는 중앙 미드필더의 패스가 많았겠지만 QPR은 정반대였다. 타랍의 공격력에 의지했다.

하지만 타랍은 전반 21분을 넘기면서 여러가지 약점을 노출했다. 동료 선수를 보는 시야를 넓게 확보하지 못하면서 부정확한 패스가 속출했고, 볼 트래핑이 떨어졌으며, 스스로 역습 기회를 창출하지 못했다. 후반전에는 자신의 본성을 드러냈다. 후반 39분 라이트-필립스에게 킬러 패스를 찔러준 것을 제외하면 혼자서 공격을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이날 팀 내 패스 1위(55개)를 기록했으나 패스 성공률은 71%에 불과했다. 부지런히 공격 기회를 확보한 것은 분명하나 효율적이지 못했다.

레드냅 감독이 타랍을 너무 믿은 것도 아쉽다. 타랍 중심의 공격 전술은 전반전에 한계를 드러냈다. 상대팀 사령탑이 '전략가' 빌라스-보아스 감독이었음을 상기하면 후반전에는 다른 형태의 작전이 필요했다. 그러나 별 다른 전술 변화는 없었으며 그 결과는 후반전 슈팅 0개로 이어졌다. 레드냅 감독 전술이 빌라스-보아스 감독에게 읽혔다는 뜻이다. 타랍을 대신할 공격수도 없었지만, 승점 3점이 절실한 팀에게 후반전에 슈팅이 없었던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팀이 수비적으로 분발하지 않았다면 토트넘에게 패했을 것이다. 0-0 무승부는 최선의 결과였던 셈이다.

박지성-음비아, 90분 동안 잘 버텼다

이날 QPR 전술은 공격형 미드필더였던 박지성-음비아가 많이 뛸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공수 전환이 많았을 뿐만 아니라 토트넘이 볼을 돌리는 곳을 따라다니면서 압박했다. 왼쪽, 중앙, 오른쪽을 부지런히 넘나들며 토트넘 공격을 차단하는데 주력했다.(음비아는 베일을 의식했는지 반대쪽으로 이동하는 움직임이 박지성에 비해 많지 않았다.) 다른 누구보다 체력 소모가 심할 수 밖에 없었다.

박지성과 음비아의 부지런한 압박은 QPR 포백이 전열을 가다듬는 시간을 확보하면서 토트넘 공격 템포를 늦추는 효과를 안겨줬다. 그 결과는 토트넘 투톱 디포-아데바요르의 봉쇄 성공으로 이어졌다. 그로인해 토트넘은 후반전이 되자 베일-레넌의 중앙 이동을 통해 기회를 노릴 수 밖에 없었고, QPR은 박지성-음비아의 수비적인 활약에 자신감을 얻으면서 남은 시간까지 상대팀 공격 옵션들을 끈질기게 압박했다. 골키퍼 세자르의 슈퍼 세이브 7개까지 더해지면서 무실점을 이루었다.

만약 박지성-음비아 중에 한 명이라도 90분을 버티지 못했다면 QPR은 토트넘전에서 패했을 것이다. 단순히 수비 인원을 늘린다고 무실점 경기를 펼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폭 넓은 활동량으로 상대팀을 괴롭히는 미드필더가 두 명이나 중원에 배치되면서 토트넘 중앙 공격을 힘들게했고, 동료 선수들이 토트넘 공세에 주늑들지 않았다. 또한 박지성은 토트넘전에서 팀 내 패스 성공률 1위(85%)를 기록했다. 90분 동안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고 볼 수 있다. 2경기 연속 풀타임 출전하면서 좋은 경기력을 발휘한 기세라면 앞날이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