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3시즌 초반 유럽 축구를 빛낸 인물은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아닌 콜롬비아 출신 공격수 라다멜 팔카오(26,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이하 아틀레티코)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메시-호날두와 함께 8골로 득점 공동 1위를 기록중이며, UEFA 슈퍼컵 첼시전에서는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팀의 4-1 승리 및 우승을 이끌었다. 소속팀과 콜롬비아 대표팀 기록까지 포함하면 최근 9경기에서 15골 몰아치는 괴력을 발휘했다. 아직 '신계'에 도달했다고 볼 수 없지만 그에 근접한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팔카오 오름세는 부자 클럽들의 시선을 집중 시킨다. 벌써부터 팔카오를 영입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오래전부터 팔카오 영입을 추진했던 클럽도 있지만. 팔카오가 메시-호날두와 맞먹는 포스를 과시하면서 영입 경쟁이 심화됐다. 그가 어느 팀으로 이적할지 알 수 없지만 2013년 1월 또는 여름 이적시장을 뜨겁게 할 남자임에 틀림 없다.
팔카오 이적, 현실적으로 가능하다
우선, 팔카오 이적 가능성에 무게감이 실리는 이유는 아틀레티코 재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사실이라면 아틀레티코가 이적시장에서 팔카오를 거액에 팔아야 한다. 아틀레티코는 지난해 여름 팔카오 영입에 4000만 유로(약 576억 원)를 쏟았다. 2013년 1월 또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부자 클럽에 의해 엄청난 이적료를 보장 받아야 팔카오를 보내줄 것이다. AC밀란의 경우 재정난에 의해 즐라탄, 티아구 실바를 파리 생제르맹에 넘겼다. 아무리 팔카오가 잔류를 원해도 팀 여건이 도와주지 못하면 이적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아틀레티코가 프리메라리가,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인연이 없는 것은 팔카오 커리어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팔카오는 FC 포르투 시절 포함 2010/11, 2011/12시즌 연속 유로파리그 우승과 득점왕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유로파리그는 챔피언스리그보다 레벨이 낮은 한계가 있다. 더 이상 유로파리그에서 이룰 것이 없다.
이제는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목표로 해야 한다.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지 못했던 아틀레티코에서 계속 뛰는 것은 팔카오에게 좋은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 팔카오가 메시-호날두에 뒤지지 않을 커리어를 구축하고 싶다면 소속팀의 정규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제패는 꼭 필요하다.
팔카오,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나?
팔카오 영입전에 나선 부자 클럽 중에서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가 관심을 끈다. 아틀레티코와 레알은 지역 라이벌 관계다. 만약 팔카오가 레알로 이적하면 아틀레티코 팬들에게 배신자로 낙인찍힐 여지가 다분하지만, 레알의 영입 관심을 받았다는 것은 팔카오가 자신들의 유럽 챔피언 등극에 필요한 선수임을 의미한다. 호날두와 팔카오, 그 외 공격 옵션들이 힘을 합친 조합이라면 챔피언스리그 우승 경쟁팀들이 감당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물론 레알의 팔카오 영입은 불필요하다. 벤제마, 이과인이 원톱 경쟁을 펼치는 상황에서 팔카오까지 가세하면 기존 공격수 두 명 중에 한 명을 포기해야 한다. 벤제마는 올 시즌 초반 활약상이 다소 아쉽지만 지난 2년 동안 레알의 주전으로 활약했다. 이과인은 지난 4시즌 동안 두자리수 득점을 올렸으며 지난 시즌 프리메라리가에서는 22골 넣으며 21골의 벤제마를 앞섰다.
하지만 레알의 2002년 여름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라울-모리엔테스 투톱이 굳건한 상황에서 당시 세계 최고의 선수였던 호나우두와 계약했다. 팔카오 영입 가능성을 0%라고 단정짓기 어렵다. 10년 전 호나우두를 영입했던 인물은 당시 갈락티코 1기를 구축했던 페레스 현 회장이다. 2009년 6월부터 레알 회장을 다시 맡았던 그는 호날두, 카카 같은 거물 스타들을 영입하면서 지금까지 갈락티코 2기를 가동 중이다.
팔카오, 첼시에서 토레스와 경쟁하나?
팔카오의 첼시 이적설은 지난해 여름부터 불거졌다. 당시 포르투의 미니 트레블을 이끈 빌라스-보아스 감독(토트넘)이 첼시 사령탑을 맡으면서 헐크(제니트)와 더불어 첼시행 루머가 제기됐다. 당시 팔카오 행선지는 아틀레티코였지만, 첼시가 2011/12시즌 드록바(상하이 선화) 대체자를 물색하고 토레스 부진으로 딜레마에 빠지면서 팔카오 첼시 이적 루머가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토레스는 올 시즌 초반에 폼이 올랐지만, 첼시 공격진에서 토레스 이외에는 마땅한 원톱이 없다. 내년 1월 이적시장에서 공격수 영입이 필요하다.
만약 팔카오가 첼시로 이적하면 토레스와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시즌 도중 다른 리그에 적응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 적응기 없이 잘하는 선수도 있지만, 첼시에서 무언가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리면 오히려 능률이 떨어지기 쉽다. 더욱이 첼시는 지난해 1월 토레스 영입에 5000만 파운드(약 892억 원)를 쏟았다. 팔카오를 데려오면 토레스를 영입했던 보람을 느끼기 쉽지 않다. 팔카오-토레스 투톱을 가동하기에는 공격형 미드필더가 즐비한 팀의 장점을 포기해야 하는 단점이 따른다. 그러나 토레스가 다시 부진을 거듭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제3의 클럽으로 이적, 아니면 잔류?
최근에는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 파리 생제르맹 같은 또 다른 부자 클럽들이 팔카오 영입에 관심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두 클럽에는 각각 아궤로-테베스-제코-발로텔리, 즐라탄 같은 유럽 정상급 공격수들이 버티고 있다. 팔카오를 영입하려면 기존 공격수를 다른 팀으로 보내야 하는 작업이 비슷한 시기에 병행되어야 한다. 아스널의 팔카오 영입 루머도 있지만 아틀레티코가 원하는 수준의 이적료를 지불할 의지가 있는지 확신하기 어렵다.
팔카오의 아틀레티코 잔류 가능성도 없지 않다. 부자 클럽으로 이적해도 주전 경쟁을 피할 수 없다. 아틀레티코로서도 팔카오가 필요하다. 올 시즌 프리메라리가에서 6승1무를 기록하며 FC 바르셀로나와 승점 19점 동률을 이루었다. 골득실에서 2골 부족하면서 2위를 기록했지만 '팔카오 효과'가 꾸준하면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본선 진출 달성의 자신감을 얻을 것이다. 과연 팔카오 앞날이 어떻게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