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축구 대표팀이 프랑스를 제압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한국 시간으로 13일 오전 4시 프랑스 파리 생드니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프랑스와의 A매치에서 카가와 신지 결승골에 의해 1-0으로 이겼다. 카가와는 후반 43분 나가토모 유토가 찔러준 패스를 박스 중앙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받아내면서 프랑스 골망을 흔들었다. 일본은 16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브라질과 평가전을 치를 예정이다.
카가와, 그에게 골 넣는 DNA가 있다...그러나
카가와는 프랑스전 결승골을 통해 골 넣는 DNA가 충분한 존재임을 과시했다. 도르트문트에서 두 시즌 동안 27골 터뜨렸고 현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서는 프리미어리그 2골 기록중이다. 그 기세를 프랑스전에서 재현하며 일본의 이변을 연출했다. 무엇보다 프랑스는 유럽 강팀으로 손꼽힌다. 비록 일본전에서 마무리 불안에 시달렸지만 그동안 쌓아온 명성을 놓고 보면 결코 무시할 팀이 아니다. 카가와는 그런 팀을 상대로 적지에서 자신의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아직 이른감이 있지만, 어쩌면 카가와에게 2012년은 지금까지 자신에게 '최고의 해'일지 모른다. 2012년 상반기 도르트문트의 분데스리가, DFB 포칼컵 우승의 핵심 멤버로 활약했고 지난 6월에는 이적료 1400만 파운드(약 249억 원)를 기록하고 맨유로 이적했다. 현재 맨유에서는 주전으로 활약중이며(경기 내용은 그에 걸맞지 못한) A매치 프랑스 원정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유럽에서의 영향력을 확장했다. 자신의 강점인 골을 통해 개인 커리어를 화려하게 빛낸 것.
카가와의 주 포지션은 공격형 미드필더지만 전형적인 플레이메이커는 아니다. 사실상 처진 공격수다. 패스를 통해 경기를 풀어가는 패턴보다는 슈팅과 2선 침투를 즐긴다. 왜소한 체격과 부족한 몸싸움 때문에 타겟맨으로 뛰기에는 무리지만 2선 중앙에 있을 때 자신의 진가를 마음껏 과시한다. 도르트문트 시절에는 부지런한 움직임을 과시하며 상대 수비수들을 괴롭혔다. 반면 왼쪽 윙어로서의 경기력은 중앙을 맡을 때보다 떨어진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공격형 미드필더와의 활동 반경이 겹치는 단점이 있다. 이를 요약하면, 카가와의 공격 패턴은 단순함이 없지 않다.
실제로 카가와는 자신을 거칠게 다루는 수비수에 약하다. 2010년 10월 A매치 한국 원정에서는 최효진에게 봉쇄 당했다. 최근 프리미어리그에서 몸싸움이 약한 허점을 노출한 것도 마찬가지. 프리미어리그는 중앙 압박이 타이트하다. 몸싸움이 떨어지는 공격형 미드필더가 성공하기 쉽지 않다. 첼시의 아자르처럼 좁은 공간에서 상대 수비를 제낄 줄 아는 테크니션이거나 마타처럼 이곳 저곳을 누비며 연계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라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카가와는 지금까지 이들에 비해 상대 수비를 제끼는 노하우가 부족했다. 그런 이유로 판 페르시와의 공존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럼에도 카가와 득점 본능이 남다른 것은 틀림 없다. 아무리 프리미어리그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미 2골 넣었다. 그 중에 풀럼전 골은 철저히 운이 따랐지만 결과상 자신의 득점으로 인정됐다. 유럽 진출 첫 시즌 초반부터 두각을 떨쳤던, 도르트문트의 주축으로 활약했던, 맨유로 이적했던 결정적인 돌파구도 골이었다. 어쩌면 퍼거슨 감독은 카가와의 득점력을 높이 인정하고 도르트문트에 이적료 1400만 파운드를 지불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카가와의 득점 본능은 맨유에게 강점이자 약점이다. 맨유는 카가와를 영입하면서 판 페르시-루니-웰백에 이은 또 하나의 득점 요원을 확보했다. 전방 공격수가 골을 해결하지 못할 때 2선에서 활동하는 카가와가 자신의 한 방으로 예측 불가능한 경기 흐름을 유도할 수 있다. 하지만 카가와는 몸싸움과 더불어 수비력이 부족하다. 카가와의 득점력이 살아나려면 그의 수비 뒷 공간을 커버할 미드필더의 궂은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맨유는 카가와 중심의 전술을 지향하지 않는다. 이제는 카가와가 팀에 맞춰야 한다.
만약 카가와의 득점력이 출중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맨유에서 뛰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골이라는 생존 무기가 있었다. 과소평가 되어야 할 이유가 여럿 있지만 자신의 특색을 과시할 줄 아는 선수인 것은 분명하다.